호박고지, 고구마 순 등 직접 재배한 자연의 맛
홍어찜, 동동주는 애주가의 단골 메뉴

"고향인 부여에서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먹고 살 일을 걱정하던 차에 음식점을 차리게 됐어. 메뉴로 뭘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어릴적 먹던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이 생각나는 거야. 정말 맛있었거든. 그래서 고향에서 직접 무청을 가져다 말리고 콩 끓여서 된장 담고 했지. 식당에 온 손님들한테 옛날방식 그대로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을 해줬더니 다들 맛있다고 난리인거야. 그렇게 시작됐는데 벌써 30년이 넘었어."

대전시 중구 문창동 오토바이거리 인근 일반 가정집을 식당으로 개조해 얼핏보면 지나쳐버릴 수 있지만 하루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이 있다.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 백반, 토속적인 반찬 등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입소문이 난 '부여식당(대표 한부월)'이다.

직접 농사 지어 음식재료 공급…보관위해 인근 집 구입

 

▲부여에서 직접 농사지은 무청을 말려 씨래기로 사용한다. ⓒ2009 HelloDD.com
"이 된장은 10년이 넘은거야. 씨래기는 부여에서 직접 농사져 가져온거고. 이리와봐. 저 자루속에 있는 게 다 태양초 고추고 이 검은콩도 농사진거야. 그냥 콩하고 밥맛이 달라."

부여식당은 음식 재료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식당 뒷편 집을 구입했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처마 가득 걸린 씨래기와 족히 10개는 넘어 보이는 된장통(고무통)이 반긴다. 와우~ 탄성이 저절로 나오지만 감탄하기에는 이르다.

방마다 가득한 태양초 고추, 검은 콩 자루들, 구석구석 걸린 호박꼬지, 고구마순, 토란대 등 건조해 둔 음식재료들. 부여에서 직접 재배해 공수해 온 보물들이다. 이처럼 음식 재료를 중요시 하는 건 한부울 대표의 식당 운영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음식은 재료가 중요해. 시장에서 아무재료나 구입하면 맛이 제대로 안나거든. 난 조미료 대신 좋은 재료로 음식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집을 꾸준히 찾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그 맛이 좋아 먼 거리 마다않으시거든."

음식재료를 소개하는 한부울 대표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이리와 봐"를 연신 외치며 자신의 소중한 보물들을 자랑하는 올해 67세인 한 대표의 모습에서 부여식당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음~ 역시 맛이 달라요
 

▲ 재료부터 직접 구입해 만든 음식은 한번 맛보면 중독되게 한다. ⓒ2009 HelloDD.com
식당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들어오는 손님 대부분 한 대표와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눈다. 간혹 손님들끼리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걸 보니 '부여식당' 마니아층이 꽤 두터운 듯 하다.

부여식당이 30년 넘게 변함없는 맛으로 사랑받고 있는 '씨래기 된장국·비지장' 백반과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반찬과 밥이 먼저 나왔다. 잘불린 검은콩을 넣어 지은 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일부러 콩 한알을 골라 먼저 먹어보았다. 고소하다. 씹을수록 그맛이 더한다. 역시 음식재료는 국산이 최고임을 잠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한 대표가 부여에서 직접 재배해 공수해온 음식 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밴뎅이 젓갈, 콩나물 무침, 미역무침, 무나물, 꽁치조림, 고구마 순 무침, 호박고지 무침 등. 족히 10가지가 넘어 반찬만 한상 가득이다.

반찬 양은 일부러 많이 담지 않는다. 남는 음식이 없게하기 위함이다. 대신 부족하면 언제든 듬뿍 더 담아 준다. 메인 요리(?)인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이 나오기전 반찬부터 시식해 봤다. 무우와 꽁치를 은근한 불로 조려내 양념맛이 깊게 밴 꽁치 조림. 꽁치의 비린내가 전혀나지 않는다. 싱싱한 생선에서 맛볼 수 있는 쫄깃한 생선살 맛이 고소하다.

고구마 순 무침과 무우나물, 호박고지도 토속적인 맛을 그대로 담고 있어 자꾸만 손이가는 반찬이다. 반찬은 계절마다 달라진다. 제철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가장 맛있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한 대표의 생각에 의해서다.

30년 전통을 이어온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 입맛을 돋운다. 무청을 말려서 만든 씨래기와 직접 담은 된장을 풀어 끓여낸 씨래기국은 얼큰하고 매콤하지만 구수한 맛이 그 옛날 어머니가 해준 그맛이다. 
  
비지장도 부여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을 사용한다. 비지에 신김치를 썰어넣고 단순하게 끓여냈지만 콩의 고소함과 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져 한 번 맛 본 사람은 중독 되고 만다.

제육볶음. 부여식당의 제육볶음은 우선 두툼한 고깃살에 놀란다. 돼지 껍질부터 기름기, 살코기까지 적당한 비율을 이룬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매콤한 맛으로 양념했다. 고기 한점을 상추에 올리고 그 위에 시골된장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된장을 넣어 싸서 입안에 넣으면 짭짤한 된장 맛과 쫄깃한 돼지 껍질 맛이 환상이다. 

저녁시간에는 찹쌀을 이용해 직접 만든 동동주, 목포에서 구입해 오는 싱싱한 홍어로 요리한 홍어찜, 홍어탕, 홍어회, 홍탁 등도 인기다.

한 대표는 "손님들이 우리집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매번 먹어도 맛있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내 건강이 유지 되는 한 식당 운영을 할 예정"이라고 새해 소망을 내비쳤다.

콩은 예로부터 단백질 덩어리로 잘 알려진 식품이다. 특히 이소플라본 성분이 많아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음료로도 출시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우리 조상들의 전통 먹거리로 잘 알려진 씨래기 된장국과 비지장 보약으로 건강을 챙겨보면 어떨까. 

상호명

ⓒ2009 HelloDD.com
메      뉴: 씨래기된장국 비지장 백반 5000원/제육볶음 대20000원 소15000원/ 홍어찜 대30000원 소20000원/ 홍탁 대30000원 소20000원/동동주 10000원 등
상호 부여식당
전화번호 042-226-0210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1시
휴무 연중 무휴(명절에도 정상 운영)
주소 대전시 중구 문창동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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