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전시·LP 2천장·진공관 앰프 등 색다른 문화공간 연출


오랜만에 레스토랑을 찾았다. 유성 전민동 상가에 위치한 ‘길상’이라는 레스토랑이 오늘의 주인공.

길상(吉祥)이라는 이름은 해인사 말사 정해사 주지 스님이었던 일감 스님이 지어준 것으로 '불국정토'를 뜻한다. 이름처럼 길상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있는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길상은 분위기 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최고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일단, 길상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다. 레스토랑마다 대표메뉴가 있으면 맛이 좀 못 미치는 메뉴가 있기 마련이지만 길상에서는 이러한 통념이 깨지게 된다. 

크림소스인 까르보나라 소스가 곁들여지는 해물 스파게티는 전문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특한 맛을 보여준다. 쫄깃한 면에 구수한 치즈향이 곁들여져 뒷맛까지 깔끔하다. 

코동블루 치킨은 닭고기를 잘 두드려 부드럽게 한 후 치즈와 피클을 넣고 말아 튀겨낸 음식으로 머스타드 소스를 찍어 먹는다. 고소한 맛에 피클이 들어있어 느끼함까지 덜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은 충분해 한창 성장기인 남자 중고생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변선자 사장이 추천하는 메뉴는 바다가재 스테이크. 가격은 다른 메뉴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바다가재의 꼬리부분 살만 구워낸 후 오일소스를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연어 스테이크, 길상정식 등 35여가지의 많은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은 당연 '주방의 힘'이다. 길상의 조리는 옛 조선호텔과 경주 도꾜호텔의 양식당 부장 출신 경력을 지닌 지창현 요리사가 책임지고 있다. 40여년 경력의 소유자인 지창현 요리사는 퇴직 후 4년 전부터 길상에서 그만의 맛을 선보이고 있다. 

지창현 요리사가 경력을 살려 호텔 식자재를 납품하는 센터에서 재료를 직접 들여오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길상을 호들갑스럽게 추천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분위기에 있다. 

길상에는 요즘 보기 드문 고전 LP 2천장이 꽂혀 있다. 손님이 듣고 싶은 곡이 있을 경우 부탁해서 들을 수 있다. 또 요즘에는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진공관앰프를 갖추고 있다. 진공관앰프는 트랜지스터에 비해 고장도 잦고 무겁지만, 투명하며 때로는 위압감 있고 거친 소리가 매력적이어서 음악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앰프. 뿐만 아니라 매킨토시 리시버(m30, m240, m250)를 갖춰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길상은 30석의 작은 규모지만 전체적으로 넉넉하게 배치해 여유롭다. 

2층에는 전시공간을 마련해 소규모로 전시회를 열고, 전시 스케줄이 없을 때는 변선자 사장의 남편이기도 한 홍균 사진작가의 작품을 걸어놓고 있다. 

길상은 맛, 서비스, 분위기, 가격 등 여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지만, 굳이 한가지 흠을 잡으라면 '주차공간이 좁다'는 것이다. 전민동 상가 비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 첫 방문자는 주차하기가 어렵다. 

길상 변선자 사장에게 배우는 경영비법 
편한 이웃 아주머니 같은 인상의 변선자 사장은 지난 80년부터 대전에서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운영해 오고 있다. 

대전에 커피숍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최초로 화랑 겸 커피숍인 ‘영상화랑’을 차렸다. 당시 다방커피가 150원이었지만 영상화랑은 500원을 받았을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본격적인 레스토랑 운영은 대전극장통에 세운 ‘맥’에서부터였다. 맥을 15년간 운영하다 4년 전 길상을 차렸다. 

변사장의 얼굴은 돈 계산에 빠른 장사꾼의 얼굴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녀가 편하고 밝은 인상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장사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계속 한 끝에 결국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제 업(業)은 레스토랑을 운영해 사람들에게 개인으로서 누리기 힘든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겁니다. 장사꾼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작품과 음반을 사들여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요.”

변사장은 손님과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스스로 인격과 교양을 쌓아야 합니다. 저는 좋은 책과 영화를 항상 챙겨 봤어요. ‘맥’을 운영할 때에는 대전시내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회를 다녔을 정도죠.”

직원관리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직원들을 내 가족처럼 대해야 해요. 일을 못한다고 질책할 것이 아니라 조그만 일에도 칭찬하고, 급여도 더 많이 주고, 신뢰를 형성하면 직원들도 항상 웃는 얼굴로 열심히 일하죠.”

변선자 사장에게는 한가지 꿈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를 사들여 레스토랑 한편에 걸어두고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한다. 물론 그 명화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손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좋은 작품을 보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삶의 여유’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변사장은 “그 작품들이 제가 도전해 볼만한 가격이면 좋겠어요. 복권당첨이 아닌 이상 평생 열심히 벌어도 모자랄 것 같은 어마한 액수지만 언젠까는 꼭 이룰 생각이예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경영자다운 면모를 대덕밸리 벤처기업 CEO들이 한수 배워도 좋을 듯 싶다.

메뉴 : 길상 정식(1만5천원)/ 바다가재(모네)(2만5천원), 연어 스테이크(2만원), 립아이 스테이크(2만7천원)/ 까르보냐 스파게티(1만3천천원), 엔초비 스파게티(1만2천원)/ 코동블루 치킨(1만5천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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