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뉴스]얼음 속 수소 저장 원천기술 '확보'...KAIST 이흔 교수

얼음 속에 저장돼 있던 수소 기포가 배출돼 나오는 장면이다. 언뜻보면 탄산음료수처럼 보이지만 이래뵈도 이 장면은 수소 경제를 실현하는데 가장 난제로 꼽히는 수소 저장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계적 연구 성과다.

물에 미량의 용매를 첨가한 후 얼리면 얼음 속에 나노 크기의 축구공 같은 공간이 마련되는데, 바로 이 곳에 수소 가스를 안정적으로 저장해 놓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수소 저장 원천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머지 않아 수소 자동차에 얼음이 연료로 사용될지도 모른다.

수소가 저장된 얼음이 물로 변하면서 수소 자동차 연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무한 청정 에너지원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한 '꿈의 시나리오'가 대덕R&D특구에서 펼쳐졌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이흔(54)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섭씨 0도에서 수소 분자를 얼음 입자 속의 수많은 미세공간에 저장시킬 수 있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풍부한 물질인 물(얼음)에 수소를 직접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밝혀짐에 따라 향후 대덕을 중심으로 수소 에너지 대량 확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誌 7일자에 가장 주목해야 할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실렸다. 기존의 수소 저장기술 연구는 극저온(영하 252도)과 높은 기압(350 기압)을 이용하는 수소저장합금, 탄소나노튜브 등의 방법으로 접근해 현실적 적용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순수한 물에 미량의 유기물을 첨가한 후 얼음 입자에 수많은 나노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은 세계적으로도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특히 이 교수팀은 이 메커니즘을 활용할 경우 영상 3~4도의 온도에서 수소가 저장되고,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얼음 입자가 상온에서 물로 변할 때 저장된 수소가 자연적으로 방출된다는 원리도 규명해 냈다. 기존 저장법과 달리 무한의 얼음 입자를 반복해 활용할 수 있고, 방대한 얼음 입자로 이뤄진 빙하같은 공간에 수소의 대규모 저장이 가능하게 된다.

결국 물로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된 수소를 얼음 입자에 저장한 후 이를 최종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최종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더라도 다시 수증기가 만들어져 사실상 에너지를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인 얼음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됐 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며 "수소자동차나 수소 연료전지 등의 상용화를 급진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난제...얼음 속 수소 저장율 4% → 6%대로

현재까지 이 교수팀이 확보한 얼음 속 수소 저장 기술은 4% 수준. 그러나 수소에너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존하는 휘발유 차량의 에너지 효율을 내기 위해선 수소 저장 비율이 6.5%대로 뛰어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결국 수소 저장 기술의 핵심은 수소 저장 비중을 6%대로 누가 빨리 올리느냐의 문제"라면서 "향후 가급적 국내 산학연 연구원을 중심으로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해 수소 저장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필요하다면 해외 선진국의 연구팀들과 손잡고 수소 저장 연구를 범용적으로 해결해 나갈 복안도 있다.

다음은 이번 연구팀 멤버들. 이 흔(54) 교수, 김도연(29, KAIST), 박제성(27, KAIST), 서유택(30, 에너지기술연구원), 이종원(33, NRC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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