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백만 달러 매출...해외주문쇄도에 즐거운 비명

루슨트 테크놀로지, JDS 유니패즈, 애질런트(구 휴렛패커드), 노텔 등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거느린 ‘작은 거인’이 있다. ‘5백만 달러의 사나이’로 불리는 도남시스템 고연완 (36) 사장.

광섬유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도남시스템은 창업 5년 차에 임직원 26명으로 외형만 보면 별다를 것이 없는 벤처기업이다. 하지만 ‘겉과 속’은 천지차이다. 올 매출 60억원 가운데 95% 정도를 외화로 벌어들인 ‘달러벌이 효자’다.

제품 공급처는 95% 이상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 유수의 통신 장비회사. 올해는 지난해 매출 1백50만 달러보다 4배 가량 늘었다. 내년에는 1천만 달러가 목표다. 도남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광섬유장비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1995년, 광 시장은 어차피 선진국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시 고사장의 판단에서이다. 5년 동안 세계를 누빈 끝에 미국과 일본·영국·프랑스· 독일·이탈리아·대만·이스라엘 등 주요 광통신 수요국에 거미줄 같은 자체 대리점망을 구축했다. 1년 중 절반은 비행기타고 돌아다닌 결과다.

도남시스템은 간판을 내건 5년 동안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매출 비중이 평균 80%를 상회한다. 이 기간에 벌어들인 달러만도 모두 8백만 달러 안팎. 겨우 7명의 생산인력이 달성한 매출이다. “지난 달까지 60평 남짓한 공간을 사무실과 생산 공장으로 함께 사용하다 보니 주문은 밀려드는 데 공간이 부족해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사무실을 2백 평으로 늘렸으니 주문에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

순익도 상상을 초월한다. 매출 5백만 달러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1백50만 달러가 영업이익이다.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이 적자수출을 한 점을 감안할 때 ‘알짜중 알짜’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때문에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지만 도남은 오히려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최소한 월 5천만원 이상의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벌써 1억원 상당의 환차익으로 주위의 시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 전자부품 전문 리서치 기관인 일렉트로니캐스트사가 1996년부터 2006년 사이 광통신 시장 규모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미지역의 경우 연 평균 35%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도남시스템이 이렇게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배경은 무엇보다도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역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허만도 20개가 넘는다.

핵심 기술은 광섬유를 통해 거대용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보낼 때 반드시 발생하는 편광(Polarization)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이 기술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얼마 안되는 ‘독점 기술’가운데 하나다. 원리부터 제품화까지 모두 ‘국산’이다.

편광 제어기술이란 광섬유를 통해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빛이 한쪽으로 굴절되는 현상(편광·偏光)을 펴주는 역할을 한다. 편광이 생기면 정확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없다. 편광 스크램블러(Scrambler)는 편광 제어기술을 적용시킨 첫 제품. 이 제품은 광섬유를 통해 전송되는 빛의 편광 상태를 빠르게 변조시켜 마치 편광되지 않은 빛과 같이 보이도록 하는 장치다.

편광이 생기면 정확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없는데 이를 바로 잡아준다. 이 제품은 가정용 VCR 정도의 크기지만 대당 가격이 1만 달러인 고부가가치 상품. 올 들어서 4백 대 이상 팔렸다. 최근 애질런트로 이름을 바꾼 휴렛패커드와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 해외 유수의 통신장비회사도 이 제품이 없으면 광통신장비 검사 시스템이 멈출 수밖에 없을 정도다.

“주력 제품인 편광 스크램블러를 비롯해 올해 선보인 편광 컨트롤러, 이미 개발을 마치고 시장 조사중인 PDL 메터 등을 내년에 출시하면 기본적인 라인업이 구축됩니다. 내년엔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입니다.”

도남시스템도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최대 위기는 회사가 출범한 후 본격적인 매출이 시작된 지난 97년 말쯤. 일본 유수의 반도체 공정장비 회사인 ‘어드벤테스트’사와 편광 스크램블러 시장을 놓고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1년 동안 어드벤테스트의 대규모 물량공세에서도 승리의 여신은 원천기술을 확보한 도남의 손을 들어주었다.

가격 경쟁력도 한 몫 거들었다. 결국 어드벤테스트는 도남에게 시장을 넘겨주고 생산라인을 폐쇄했다. 달러벌이 효자 도남시스템은 이런 점들 때문에 국내보다는 세계 광통신업계에 더 잘 알려져 있다. 도남의 브랜드인 ‘FIBER PRO’가 회사명으로 인식될 정도다.

1년이 넘게 거래해 온 기업들조차 도남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인 줄 안다. 고사장은 “해외에서는 도남보다는 ‘FIBER PRO’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어 장기적으로는 회사명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잘 나가는 도남시스템이지만 걱정도 있다. 달러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기업의 중간 기착지가 국내 IPO(기업공개)라면 시중에 너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경제가 최근 들어 불안정한 것도 부담이다. 국내시장과 해외시장간 매출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어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도남은 2001년도 내수 비율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CC 컨설팅의 공석환 대표(변호사)는 “도남시스템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 밝혔다.

<헬로우디디 구남평기자 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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