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작전' 불사...국제포럼 준비記

[공동인터뷰]ICISTS-KAIST 행사 준비 뒷이야기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재학중인 김경헌씨(학사 4년, 화학·고분자 전공). 지난 10월 그는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요 학술 행사를 기획하고 있던 김씨는 꼭 섭외하고 싶은 한 기업체 CEO 에게 수차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다.

1주일이 넘었지만, "회사사정이 좋지 못해 힘들 것 같다"는 비서의 답변 이외에는 어떤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다. 사전 약속도 없었다. 회사 앞에 도착하니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정문 앞을 점거하고 있는 등 웬만한 사람이라면 출입할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는 지나가던 연구원 한 사람에게 사정해 마치 자신도 연구원인양 뒤를 따라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경비원의 눈을 피해 회사 안을 헤매기를 몇 십분. 드디어 CEO가 있는 방문 앞에 도착했다. 비서는 "현재 면회가 되질 않으니 돌아가 달라"고 말했지만 "저희 교수님이 이곳 CEO 지도교수였다. 꼭 할말이 있으니 잠깐만 시간을 내 달라"고 졸라 간신히 접촉에 성공했다. 그리고 "내년에 KAIST학생이 주최하는 국제학술행사가 있다. 학생들의 노력을 봐서라도 꼭 강연을 해 줬으면 한다"고 통사정했다. 감복한 CEO는 그 자리에서 참석을 약속했다.

이런 노력으로 학생손으로 개최한 국내 최초의 학술대회, '과학기술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카이스트 2005(ICISTS-KAIST 2005)'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행사의 기획부터 연사섭외, 일정 계획 등 모든 것을 장기간 준비해 온 결과물이다.
▲행사 진행중인 KAIST 학생들 ⓒ2005 HelloDD.com


20일 오전 KAIST 터만홀에서 열린 이날 개회식에는 임관 삼성종합기술원장, 박진 한나라당 의원 등 국내 유명인사들이 직접 나서 기조연설 했으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한승수 전 주미대사, 이종욱 WHO사무총장 등 유명인사들도 동영상을 통해 행사개최를 축하했다. 또 형용준 싸이월드 창업자, 김준기 삼성종합기술원 디지털기술연구소 전무, 오일환 한국카톨릭의대 교수 등 이름만 대면 알 법한 국내 유명인사들이 총 출동했다. 이뿐 아니다. 美 MIT 미디어 랩의 크리스 칙센미하이(Chris Csikszentmihlyi) 교수 등 세계 유명석학도 앞 다퉈 KAIST로 모였다.

학부생 5명 모여, '한번 해 보자' 결심...러플린 총장이 '지도교수' 자청하기도

지난 9월, 김경헌씨를 비롯한 HPAIR-KAIST소속 학생 5명이 "우리 손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보자"는 포부 아래 모였다. 하버드대 주관으로 해마다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긴 하지만 '인문사회학 관련'행사가 주를 이룬다는 지적에서였다.

또, 국내 학생 손으로 독자적인 행사를 개최하자는 욕심도 생겼다. 이들은 이듬해년(2005년) 3월을 개최 예정일로 잡고 '작업'에 들어갔다. 워크숍 주제를 정하고, 세션을 구분했다. 스폰서를 섭외하고, 연사를 찾아 나서는 등 관련 업무를 추진해 갔다.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생이 공부나 하지 무슨 행사개최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변이다.

설상가상으로 2월이 되면서 회장을 맡고 있던 서범석씨가 졸업하게 되고, 서울대학교 의대 과정으로 편입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행사 준비 초창기부터 함께 일해온 허준씨도 경영공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하며 업무에서 손을 뗐다.
ⓒ2005 HelloDD.com
결국 정해뒀던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행사를 7월로 연기하고 모든 일정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스파이 작전까지 불사하며 섭외했던 연사의 참석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팀원들은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며 다시 한번 행사를 추진해 갔다.

홍보부장을 맡고 있던 김경섭씨를 부회장으로 선발하고 연지연씨(전기·전자 공학부 4년)가 새롭게 홍보를 맡았다. 서범석 회장은 서울에서 나마 이들 행사를 '원격지원'키로 했다. 이런 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이었다.

온라인 문화워크숍 파트 리더를 맡고 있는 김준호씨(전산과 4년)는 "러플린 총장님이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 주셨다"며 "총장님이 직접 지도교수를 맡아 주신 것이 팀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기획 및 인력운영 담당하고 있는 김원영씨(전기·전자공학부 4년)는 "학업과 병행하느라 몇 개월 동안 힘겹게 일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HPAIR-KAIST 학생들은 ICISTS-KAIST를 단발성 행사로 끝낼 생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여름 개최되는 '정기행사'로 자리매김토록 할 계획이다. 연지연 홍보부장은 "홍보업무를 보느라 하루에도 50여통 이상의 전화를 주고 받은 적도 있다"면서 "애써 시작된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범석 회장은 "ICSTS-KAIST는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영향을 토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과학기술자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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