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공모제 실효성에 의문...적임자 없으면 과감하게 '선택'을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공모가 8일로 마감된다. 현재까지 공모 참여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출연연구소 전직 기관장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구 본래의 목적인 연구결과의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출신 인사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공모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출연연 기관장 공모의 경우도 지난해 7월과 올해 5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인물난으로, 올해는 후보자들의 치열한 접전 끝에 없던 일로 됐다.

지원본부 이사장 선임이 늦어짐에 따라 대덕R&D특구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달 28일에 발효됐음에도 특구 관련 업무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원본부 이사장 공모에 주로 전직 출연연 기관장 출신들이 공모에 응했거나 응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과연 2차 공모에서 적합한 인물이 임명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구는 기존 대덕연구단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연구 관리가 아니라 연구 사업화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그에 맞는 인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특구 이사장 선임에 공모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임명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며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구 이사장 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취지에서 공모제는 의미가 있지만 유능한 인사가 공모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며 "임명제 등의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특구 이사장이란 자리는 책임은 크고, 권한은 작은 자리이다. 우선 시어머니가 많다. 중앙부처인 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정부인 대전시 등이 협조자이면서 갈등 관계에도 놓일 수 있다. 시누이격인 출연연 기관장들과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도 몇백억원대에 불과하다. 중앙부처의 과장에도 못미치는 예산이다. 조직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연구결과 상업화란 초유의 일도 해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창업자에 요구되는 자질은 몇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미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열정. 다가올 난관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주어진 일을 해내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수립 능력. 특구 발전과 관련된 각종 기관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셋째는 창의력. 길없는 길을 가는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지면서도 고집을 갖고 추진할 것은 밀어붙여야 한다. 특구 이사장은 이외에도 관계, 학계, 재계, 정계와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인 만큼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인물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고사(固辭)하고 있다.

기대되는 리턴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공모에 참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모에 참가해 떨어져 이력에 오점을 남기는 것도 싫고, 설사 된다해도 공모인 만큼 상대적으로 힘이 덜 실려 일할 의욕이 잘 안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상태에서 공모제를 고집하기 보다는 과학기술부총리가 파트너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 청와대에 제청하는 방법이 특구를 성공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청와대에서 검토되고 있는 공기업 사장 공모제 개선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유의해볼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청와대에서는 공기업 사장 공모제와 관련해 2차 공모까지 무산될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부는 특구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공모제란 형식보다 결과에 무게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특구가 갖고 있는 21세기 한국의 먹거리 마련이란 시대적 사명 달성을 최우선 사항으로 놓고 이번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되 없으면 과감하게 제3의 인물을 찾아 임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임명할 경우는 과기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선정하는 것인만큼 대외적인 여론 수렴은 없어도 된다고 본다.

하지만 공모제를 통해 이사장을 선임할 경우 제도적 보완도 요구된다. 특구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거수만 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을 거치고, 특구인들의 의견도 수렴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올해 초 특구법이 통과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우수한 사람이 특구 이사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하라는 특명을 내린바 있다. 그러한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아무쪼록 특구 이사장 선임이 더이상의 파행을 거치지 않고 적임자가 나와 특구가 제대로된 궤도를 찾아갔으면 하는 것이 특구인들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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