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미래 모습...벤처코리아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

‘벤처기업 3천개, 총 매출액 6조원, 고용인원 7만5천명, 업체당 평균 매출액 20억원 등....’ 대전시가 ‘대덕밸리 마스터플랜’에서 밝힌 2005년의 대덕밸리 모습이다. 4년 후 대덕밸리는 기술의 보고(寶庫)인 연구단지와 1백28만평에 이르는 첨단과학산업단지, 엑스포 과학공원, 계룡대, 자운대 등 산(産)-학(學)-연(硏)-군(軍)이 어우러지는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이다.

70년대 과학입국의 전초기지로 조성됐던 '박사동네'가 ‘벤처코리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벤처기업들. 98년 30여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은 99년에 2백개, 지난해에는 5백여개로 늘어난 뒤 올해에는 7백개(8월 현재)에 육박했다.

전반적으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국내 다른 벤처 밸리와는 달리 왕성한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기업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두개의 업체가 코스닥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4개의 벤처기업이 시장 진입에 성공했으며 올 연말쯤이면 1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1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지난해 10여개로 늘어나 벤처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실감나게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시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3차 산업의 비중이 줄고 2차 산업이 증가하는 기현상 (?) 이 벌어졌을 정도”라면서 “제조를 기반으로 한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이 급증하고, 매출이 시작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대덕밸리의 강점은 30년 동안 축적된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술적 네트워크. 지금은 자금난과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바이오넷 구본탁 사장은 "대덕밸리 벤처기업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성장한 닷컴기업과는 달리 뛰어난 기술력과 도전적인 벤처정신으로 똘똘 뭉친 기업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덕밸리로 이전하는 업체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기업 유출입을 보면 지방에서는 드물게 입초(入超) 이다.20개 기업이 대덕밸리를 탈출한 반면 40개 기업이 들어왔다.전입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온 기업이 대부분이고,닷컴 보다는 제조벤처들이 많다는 특징을 지닌다.

대전시는 지난달 이들 이전 기업인들을 위해 시장이 나서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환영행사를 갖기도 했다. 경남 사천을 떠나 대덕밸리 장영실관에 입주한 도담시스템스 엄영준사장은 “벤처기업들은 끊임없이 기술을 습득하고 디벨롭(Develop)시켜야 되는 데 대덕밸리는 이를 위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면서 "대덕밸리의 다른 기술벤처와 연구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덕밸리 활력의 기폭제가 된 것은 1년전의 대덕밸리 선포식이다. 지난해 9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선포식은 지역 활성화의 시발이 되었다는 평.2만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30년 동안 R&D 비용을 포함 25조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대덕연구단지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탈바꿈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전시는 대덕밸리를 산-학-연 협동화 연계시스템 구축과 인프라 확충, 지원인력 공급을 통해 연구개발 중심의 ‘벤처천국’을 만들 계획이다. 가시화된 첫 작품은 3섹터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과학산업단지. 대전시와 산업은행, 한화그룹 등 3자가 힘을 합쳤다.

새해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과학산업단지는 굴뚝산업과 벤처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벤처복합단지를 지향한다. 특히 과산단지는 벤처시설과 주거단지 그리고 복지시설이 공존하는 대덕밸리 속의 대덕밸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이택구 기업지원과장은 "과학산업단지에는 성숙단계에 들어선 하이테크 제조벤처기업을 입주시켜 기존 공단과의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생산품의 다변화와 업체간 생산라인의 공유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대덕밸리 국제화는 대덕밸리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기술력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업들도 많이 있다. 매출의 95%가 수출인 도남시스템을 비롯해, CDMA 기술력을 지녀 실리콘밸리의 알테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시스온칩, 세계적 음향회사인 돌비가 군침을 삼킨 이머시스,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에 로얄티를 받고 기술을 수출한 인바이오넷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대덕밸리의 현모습은 일부 러시아 과학자를 제외하고는 외국인들이 많지않고,외국계 연구소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기술발전에는 외국 우수 기술과의 혼교가 필요하나 한국인들만의 교류에 그쳐 세계 시장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서는 대덕밸리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일본,러시아 ,싱가포르,중국 등등에서 대덕밸리를 찾았다.이들은 대덕밸리가 갖고 있는 우수한 인재와 기술이란 인프라에 관심을 가지며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전시는 물론 과학기술부도 대덕밸리 국제화를 중요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대덕밸리가 명실상부한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업인들은 기업들에 대한 직접지원보다 인프라 구축을 입모아 이야기한다. 우선 요구되는 것이 국방산업의 개방.높기만한 국방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야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성이 1950년대 전투기 기능을 향상시키며 페어차일드 세미콘덕터란 벤처기업을 과감히 아웃소싱한 것처럼 이제는 우수 기술력을 지닌 국내 벤처기업들에도 참여할수 있는 문호가 열려야한다는 것이다.

대덕밸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도 요구된다.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중기청 등 관련된 중앙부처는 많으나 효율적 지원 체계는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따라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 부산 신발산업, 광주 광산업 등에 4천억-5천억원대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덕밸리의 경우는 앞으로 한국을 먹여살릴 IT와 BT 산업의 중심지이나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경수회장(지니텍사장)은 "대덕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급인력들이 풍부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 유일의 지식창조형 산업이 가능한 곳으로 21세기 동북아의 중심축이란 거시적 안목에서 대덕밸리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지식산업의 시대는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의 시대다. 그 한 가운데에 대덕밸리가 있다.지난 3년간의 변화가 상상을 불허한 것이었듯이 앞으로의 3년간도 눈부신 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덕밸리인들은 땀을 흘리고 있다.

<시리즈 끝-좌담회 있습니다>

<대덕넷 취재팀 구남평 김영중 이준기기자 flint70@hellodd.com , 아이뉴스24 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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