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1주년 긴급 좌담회...대덕밸리 관계자 6명 나와 대담

"지자체가 조금만 투자하면 정부가 20년간 투자한 과실을 앉아서 먹을 수 있는데...기회는 또 오지 않습니다."(제노포커스 반재구 사장)

"결국 성공모델이 나와야 합니다. 박세리가 뜨니까 너도나도 해외에서 자신감을 갖고 덤벼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경수 회장)

지난 21일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연구정보원(KISTI) 원장 접견실에서 열린 '대덕밸리 1주년 현황과 진단'좌담회에서는 대덕밸리 관계자들이 벤처기업의 현실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대덕밸리 선포식 이후 지난 1년 동안의 변화상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현주소, 해결방안, IT와 BT벤처들의 융합,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 분담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는 박중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화기술연구본부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이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 임채환 블루코드테크놀로지 사장, 송재빈 중기청 벤처정책과장, 반재구 제노포커스 사장, 이진옥 대전시 경제과학국장 등 6명의 기업, 단체,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대덕넷과 아이뉴스24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대덕밸리벤처연합회가 후원했다.

좌담회 주요내용 현장중계

박 중무 ETRI 본부장 대덕연구단지가 생긴지 거의 30여년됐다. 변화가 없던 이 동네가 IMF구제금융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연구원 창업이 기폭제다. 대덕연구단지가 대덕밸리로 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김대중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덕밸리를 선포했다. 금새 1년이 지났다.대한민국 최대의 벤처단지로 변신중이다. 30여년 동안의 대덕연구단지보다 지난 1년의 대덕밸리가 훨씬 변화가 심한 것 같다.

이진옥 대전시 경제과학국장 97년 30여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이 현재 7백여개로 늘었다. 기하급수적이다. 대덕밸리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한국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으로의 사명이다. 대덕밸리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탈도 멈췄다. 이제는 전입 초과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에 어렵지만 대덕은 작년에 비해 54%증가한 상반기 1천8백70만불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얼마전에는 3차 서비스산업이 감소하는 등 대전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중이다. 대덕밸리에서는 잠만자고 나면 상 탓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터보기계와 시큐어넥서스, 바이오니아,이머시스 등 다양하다. 코스닥 진출도 늘고 있고 각종 마크 획득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 지난 1년간은 대덕밸리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외 인사들의 방문이 러시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원, 내로라 하는 벤처기업 리더들이 잠재력을 인정했다. 또 2년 동안 41개 기업이 대덕행을 선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러시아, 일본, 싱가포르, 중국, 미국 등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대덕밸리를 찾고 있다.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숙제다. 가장 필요한 것이 성공모델이다. 한두 기업만 세계시장에서 탑 브랜드로 성장하면 나머지 기업들도 그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세계경제의 악화를 어떻게 견뎌내는가도 숙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이 투자의 적기이기도 하다. 구조 조정, 상품 개발에 주력해 호황기를 대비해야 한다. 다음 호황기 때는 대덕밸리 벤처기업 중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시기다.

임채환 블루코드테크놀로지 사장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은 아이디어와 창업단계, 설립 및 연구개발 단계, 양산설비 및 마케팅 단계 등으로 나눠 볼 때 세 번째라고 볼수 있다. 절반이상의 업체가 업력 3-4년차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생산시설 인프라, 시장공략 인프라 등이다. 대덕밸리가 1년 동안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면 이제는 뻗어나갈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역할 분담, 아웃소싱으로 합종연횡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반 재구 제노포커스 사장 바이오는 국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덕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폭발적으로 제품이 나오는 시작점에 서 있다. 핸드폰은 부족하면 안 써도 되지만 아파서 누우면 대책이 없다. 또한 생명연장의 꿈과 국민의 건강은 국가적 책임이다. 바이오는 열매를 맺기 일보직전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볼 때 지금이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적기다.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개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에서 조금만 투자하면 지난 20-30여년간 중앙정부가 대덕연구단지에 투자해 얻은 과실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 다른 지역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대덕밸리의 인프라를 엄청나게 부러워한다. 대전시는 공짜로 굴러들어온 복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송 재빈 중기청 과장 정부정책에 앞서 대덕밸리 전반에 대해 한 마디 하겠다. 거창하게 대덕밸리 선포식을 하고 사방에서 알아준다고 해서 우쭐해 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44%의 벤처기업이 자사의 기술력이 세계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답한 설문결과가 있다. 뒤집으면 절반의 기업이 ‘세계 최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세계 최초가 많다. 하지만 벤처기업에게 세계 최초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내 한 벤처기업이 작년한해 1억불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전체를 합쳐도 몇 천불이다. 아직은 우쭐댈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매출이든 수출이든 보여줘야 할 때다.

박 중무본부장 대덕밸리가 조금 알려지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보이지도 않는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 좋은 변화도 있더라. 얼마전 벤처카페 아고라에서 열린 마케팅 강좌를 다녀와서 분위기가 ‘달라졌구나’하고 느꼈다. 70여명의 CEO들이 꽊찼었다. 기업들이 굉장히 활발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네트워크 구성에도 적극적인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이 진옥국장 그렇다. 3-4년만에 놀랄만하게 변하고 있다. 시에서도 생산단계로 넘어가는 벤처기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중이다. 스타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경수회장 전문화와 융합화가 이뤄져야 할 시기다. 각 기업은 철저하게 경쟁력있는 부분을 최고로 만들고 다른 기업과 입맞춤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 CEO들에게 개방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CEO교육과 세미나, 교제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한다. 협력모델은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대덕바이오커뮤니티는 이런면에서 훌룡한 모델이다. 협업화할 수 있는 장을 대전시나 중기청에서도 마련해 달라.

송 재빈과장 개방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찬성한다. 대덕의 기업들이 대부분 중간재나 핵심부품, 핵심공정기술은 갖고 있다. 완제품을 만드는 곳은 드물다. 때문에 M&A등 외부 환경에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절대로 혼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 재구사장 미국에 샌디에고커넥트라는 기업이 있다. 이 회사 때문에 샌디에고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올라갔다. 대덕밸리도 똑같다. 대덕의 가치를 높이면 주변의 가치도 올라간다. 대전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충남북도 동반상승한다.

임채환 사장 스타기업이 나와야 하기는 하지만 서두르지는 말자. 내년까지 스타기업을 기대한다고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인프라를 점점 완벽하게 갖추도록 노력하자. 교육시설과 일터,놀터,쉼터 등 다양한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다 인프라다. 인프라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대덕밸리의 사람과 시설이 모두 보고(寶庫)다. 이런 부분을 네트워크로 끌어들여야 한다.

<대덕넷 취재팀 구남평 김영중 이준기기자 flint70@hellodd.com , 아이뉴스24 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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