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리더스 클럽 김일섭회장이 벤처 CEO에게 드리는 글

21세기의 첫 해를 심각한 위기의식을 안고 맞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1933개의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1/4분기의 기업경기실사지수(100기준)는 IMF관리체제 때와 비슷한 전국 평균 63으로서 4/4분기의 109에 비하여 무려 46이 하락하여 거의 심리적 공황의 수준에 도달해있다.

또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국정과 국가경제의 장래에 대하여 불신, 불안과 불만을 잔뜩 안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역사의식이나 세계관 없이 20세기를 맞이하여 전 민족이 100년의 세월을 고통과 오욕 속에서 지났던 것에 비한다면 이러한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이러한 위기의식을 21세기의 우리나라를 견인하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있다.

조직의 활력과 성과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교차되며 조직의 운동에너지가 성과를 선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는 10년 전의 6.29 선언에 의해 잉태되었으며 지금 우리가 재구축하고 있는 국가경영시스템의 수준이 결국에는 21세기 한국의 장래를 결정할 것이다.

복잡성 과학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집단의 성과는 그 집단을 구성하는 인적, 물적, 공간적 자원이 갖고 있는 역량의 단순한 합계 보다는 이들 요소다. 국가경영시스템의 디자인을 개혁해야 하며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돌파해야 한다. 21세기 초반은 산업문명이 지식문명, 디지탈문명으로의 전환을 마무리 짖는, 문명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로서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최고의 통찰력과 선견력을 갖춘 전문인력들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성분을 따져 쓸 여유가 없다. 21세기가 되어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제1의 필요조건은 지배계층의 도덕적 정당성이다. 전성기 로마의 귀족들은 책무를 다하는 고귀한 신분(noblesse oblige)으로서 행동하여 로마 사회의 본보기가 되었다.

재산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과 기부금을 내는 것은 그들의 의무일 뿐만아니라 자랑이기도 하였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분의 1로 감소하였는데 그 이유는 끊임없는 전투의 과정에서 지도자계급에 속하는 이들 귀족이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가 번영하면서 로마의 지도층들은 차차 비도덕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지배적 소수로 전락하였고 제정이 시작되면서 지도층의 절제정신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21세기의 지도자는 구성원들과 권력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능력을 개발하며 구성원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여 각자가 변화하는 환경에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대응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유능한 사람을 잘써야 하며 인사가 만사다. 그리고 당신보다 우수한 부하가 없음을 진실로 미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제시해야 한다.

일정한 욕구수준이 충족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전이나 목표가 제시되지 않으면 구성원은 의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관성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원리를 고수하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의 위기의식은 섣부른IMF관리체제의 졸업선언으로 긴장이 풀려버린 우리 사회에 내려진 20세기의 마지막 축복이다. 이제 우리 나라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을 리더로 두는 영광을 안았다. 이 영광이 국가 전체, 국민 전체에 대한 축복으로 확산되기 위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벤처리더스 클럽회장 김일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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