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가공기술 적용 가스센서로 2001년 세계 시장 공략

"대낮부터 사무실에 웬 술병이냐 구요. 제게는 술이 아니라 테스트 시약입니다." 발그스레한 얼굴로 처음 보는 손님을 뻔뻔하게 맞는 이 사람은 초미세 가스센서 제조벤처 세주실업(www.safe-drive.com)의 이원배 사장.

이 회사는 최근 1회용 라이터 크기로 개인이 지니고 다니면서 음주량을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음주 측정기 Safe-slim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술을 마신 후 입김을 불면 알콜 농도에 따라 녹색불과 적색불이 들어오게 된다. 법정 단속 기준인 0.05% 이상인 경우 적색불이 들어와 사용자가 스스로 자기 술취 한 정도를 여지없이 잡아낸다.

李 사장은 음주측정기라고 다 같은 음주 측정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주실업이 개발한 음주측정기는 뿌리가 다르다는 것. 세주는 세계 최초로 음주 측정기에 정밀가공기술(MEMS:Micro Electronics Mechanical System)을 적용했다.

MEMS는 반도체 가공방법을 응용해 미세기계 구조를 가공하는 기술. 초미세 구조 형성이 가능하고 균일한 가공성과 양산성이 특징이다. 이 회사의 MEMS 가스센서는 실리콘웨이퍼를 2×2㎜의 크기로 잘라 초정밀 가공하는 것이 핵심. 일반 가공기술을 사용하는 다른 경쟁사와는 근본이 다르다.

가격은 내리고 전력소모는 줄였다. 4인치 실리콘 웨이퍼 1장으로 1천5백개의 센서를 생산, 제조원가를 떨어뜨렸다. 연 1백만개 생산라인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도 실현했다. 가격은 외국 유명회사 제품의 10분의 1수준이다. 실제로 원가가 대당 3달러 정도인 일본 FIS사 제품의 10%(20-30센트)를 밑돈다. 소비전력 역시 기존 제품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수십 배까지 낮췄다.

외국도 품질을 인정했다. 이 회사의 음주 측정기는 최근 미 교통국의 품질인증 시험규격을 통과하면서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과 5년동안 모두 1천만 달러 상당의 장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세주실업은 이번에 출시한 음주 측정기와 더불어 핸드폰이나 도어록 등에 센서를 장착해 음주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의 저명한 시장조사기관 Frost & Sullivan에 따르면 내년도 전 세계 음주 측정기 시장은 15억 달러. 이 가운데 70-80%를 일본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주실업은 MEMS 가스센서가 시장에서 인정 받을 경우 최소 25%의 시장 점유는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연말연시 송년회 모임에서 딱 한잔 때문에 신세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때 Safe slim을 갖고 있으면 음주상황을 정확히 체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李 사장이 음주 측정기를 완전 국산화하기 까지는 우여 곡절도 많았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지난 97년 일본의 음주 측정기 기술을 도입해 가공 생산했다가 크게 실패한 경험이 생생하다. 당시의 빚이 아직까지 일부 남아 있을 정도다.

초미세 가스센서의 응용분야는 사실 음주측정기 시장이 주 타켓은 아니다. 가장 큰 시장은 가스레인지, 가스경보기, 세탁기 등에 들어가는 가스센서 시장. 국내만 연 5백억 달러의 대형시장이지만 기술력 때문에 일본 제품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李 사장은 "대덕밸리에는 IT와 BT 등만 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밀 가공기술 벤처도 상당수 있다"면서 "연초에 미국행 선적을 마치면 월마트나 K-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 우리의 음주 측정기가 쫙 깔릴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헬로우디디 구남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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