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닌 제조장비 보급...전세계 여파

"반도체 전공정장비 관련 기술 독립을 일궈냈다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 대국이면서도 기반이 되는 제조장비면에서는 거의 걸음마 수준이었거든요." 반도체 장비 관련 기술 수출로는 국내 최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발표한 지니텍 이경수 사장은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반도체 기술의 독립을 이룬 것이다. 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그 동안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제조 장비에서는 걸음마 수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기술 이전 계약은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천기술이기 때문에 장비가 공급되면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우리도 반도체 공정관련 기술 수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협상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지니텍이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을 일반에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월말 서울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에서다. 그리고 그곳에 온 거대 다국적 기업 ASM 임원이 관심을 보였고 그게 시초가 됐다. 9개월 동안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이 정도 기간이면 기술이전 계약 사례에서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평균 1년 반에서 2년은 예사다.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ASM와의 협력 형태는. "두 가지로 협력하기로 했다. 일단 수백만 달러의 초기기술료를 받고 원천기술인 PEALD 기술을 적용해 장비를 공급하고 구리 바닥채움 화학증착기술은 기술만을 공급한다. 영업은 지니텍이 한국시장을 맡고 ASM는 나머지 전세계 시장을 담당하기로 했다. -시장 파급효과는 어떤가.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물리증착기술(PVD : Physical Vapor Deposition) 과 화학증착기술(CVD : Chemical Vapor Deposition)장비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본다. 현재 반도체 소자는 크기가 점점 작아지기 때문에 기존의 박막 기술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도체 회사들이 잘 알고 있다. 반도체 공정장비 회사마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존의 박막기술의 단점을 극복한 기술중의 하나가 PEALD이다. ASM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기술이 시장에 선보인 다면 반도체 공정장비 기술의 사이클상 앞으로 10년 이상은 갈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과정과 뒷이야기는. ASM는 유럽에 있지만 반도체 전후공정장비 기술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지난 1월말 첫 만남을 기점으로 몇차례 접촉하며 네덜란드의 본사 기술자들을 상대로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과 구리 바닥채움 화학증착기술(Cu Superfill CVD)을 설명했더니 ASM측 엔지니어들이 매우 당황해 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박막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새로운 기술 개발은 세계반도체 업계의 화두였다. 그런데 한국의 그리고 종업원 30여명의 이름 없는 작은 벤처기업이 해결했다고 하니까 모두들 ‘믿을수 없다’(Incredible!)이라며 놀라더라." -그렇게 빼어난 기술이라면 독자 사업화도 가능하지 않았는가.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지니텍은 임직원 30여명의 조그만 벤처기업이다. 우선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휴를 모색했다. 그러나 워낙 새로운 기술이다보니 시장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찾은게 외국 회사이다. ASM은 이 분야 마켓리더다. 지니텍 입장에서는 ASM와 손을 잡으면 손쉽게 세계 시장에 진출할수 있다. ASM은 새로운 기술을 경쟁자보다 일찍 받아들임으로써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할수 있다. 양사 모두 시장의 리더가 되는 윈-윈 게임이다."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게된 원동력은. "반도체 기술은 기본으로 들어갈수록 물리와 화학에 근거를 둔 과학 싸움이다. 우리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물리, 화학, 전자, 화공, 기계, 재료, 금속 등 전문화된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다. 각자의 전문화와 이들 간의 융합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앞으로의 비전은. "세계 시장에서 일단 잠재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를 지렛대로 명실상부한 세계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전문화와 융합화를 통해 기술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세계화를 통해 지니텍을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주변 기술이 부족해 외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기술을 우리 힘으로 세계 시장에 내놓고, 더 나아가서는 ASM처럼 외국의 뛰어난 기술을 아웃소싱해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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