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촌으로 전락한 대전-중국 상해발 急電

한비젼 유상근 사장의 상해 방문기
제가 처음 상해를 간 것이 1993년 인공위성카메라 개발을 협의하기 위해 중국 내륙의 서안에 가면서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양국간의 국교가 수립되기는 하였으나 보안 요원들의 검색이 철저하던 때여서 동행하시던 분들과 저는 대단히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해 국제 공항 대합실은 우리 나라 중소도시의 기차역 정도(아님 그 이하)로 느껴질 만큼 시설이나 관리가 엉망이었습니다.

청사 밖을 나와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있었고 그중 몇몇 사람들이 우리 일행에 접근해 왔습니다. 환전을 하라는 것이었죠. 인민폐를 달러로 바꾸는 주는 것이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100달러에 800유엔 정도를 바꾸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과 별반 다름이 없는 수준이었고 은행에서 바꾸는 것보다는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들중 한사람이 조선족이었고 그 사람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조금의 돈을 바꾸었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여러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소일거리를 생각하던 우리에게 이 청년이 상해의 유명한 동물원이나 백화점을 보여 주겠노라고 제안을 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동물원보다는 경제 수준도 가늠해 볼겸 과감하게 시내로 가자고 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황당했습니다. 도로 공사를 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일은 벌려 놨지만 진짜 공사가 되는 건지 마는 건지 하는 듯이 진척은 없어 보였고, 우리 일행은 낡은 봉고 안에서 공사장 옆 진흙탕 길로 가면서 많은 사람들 사이를 아슬아슬 지나가야 하는 짜릿한 경험들을 했지요. 길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행색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초라했고요. 백화점이라고 해봐야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과는 거리가 멀었고 인구 1억의 상해시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내린 결론은 언제 이 나라가 번듯하게 될지 미지수다 였습니다. 그런데 딱 6년이 걸리더군요. 제가 우리별 3호 카메라를 만든다고 좌충우돌하던 그 시간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그렇게 당황스럽던 상해가 세계에서 제일 가는 도시로 완전하게 탈바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상해 공항에 내렸을 때는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엄청난 시설 투자를 한 말레이지아 공항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그냥 수수한 공항이었습니다. 아마 전에 있던 공항을 좀 개조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전보다는 보기가 훨씬 좋았습니다.(사실 이 부분에 자신이 없습니다. 옛날 그 공항 청사인지 옮긴 건지 어쩐지. 아마 처음 갔던 때는 이곳이 무척이나 낯설어서 그런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행과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놀라게 되었지요. 공항을 막 벗어나면서 부터 LA가 자랑하는 여러겹(6겹인가요?) 고가도로와 비슷한 모습을 필두로, 주변에 깨끗하게 정돈된 고층 아파트 단지, 넓고 깨끗한 도로, 초고층 빌딩들...공항에서 시내로 약 40분간을 가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초고층 빌딩들의 행진을 보면서 처음에는 우리도 63빌딩같은게 있는데 뭘...하다가.. 스트레스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하면서 말이죠.

상해는 더이상 1억명이 사는 거대도시가 집집마다 화장실도 없이 사는 그런 낙후된 곳은 아니었습니다. 도시를 송두리째 뒤엎어서 미국의 맨하탄을 날라다가 더 넓은 땅에다가 계획적으로 펼쳐 놓은 듯했습니다. 특히 포동(동쪽의 항구)이라는 섬(여의도보다 훨씬 큰)에 들어서 있는 상해 발전의 기념탑인 東方明珠(동방의 밝은 기둥이란 뜻입니다)란 곳이 있습니다. 중국의 동방 정책의 상징물인 동시에 상해를 비롯한 동쪽 여러 도시의 발전을 한마디로 웅변하는 탑입니다.

어쨌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인데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사이로 흐르는 강들과 주변에 높고 낮은 빌딩의 조화 속에서 중국인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 포동에 이미 여러 개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더군요.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화려한 네온사인들과 어우러져 남산타워나 워커힐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서울의 차분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더군요.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비약적 성장과는 대별되게, 제가 업무차 공식적으로 둘러보았던 중국 최대의 인터넷 관련 전시회는 약간은 실망적이었습니다. 아직은 신화 통신등 신문사등 여러 업체들의 홈페이지를 대중들에게 광고하는 차원 이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5년여만의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본 저로서는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그 동안 정부 정책으로 내보낸 수많은 유학생이 하나 둘 돌아와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미국 Stanford 등 유명대학의 박사 출신들을 위시하여)이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이고, 12억이라는 잠재 고객들의 생활 수준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이 이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해 인구중 연봉 1억원이상인 사람이 1천만이상(아마 이 숫자가 맞을 겁니다, 굉장히 크더군요)이라고 하니 더이상 과연구매력이 있는가 하는데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정부는 이제 동방 정책을 완료하고 서북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네요. 북경, 상해, 광동성등의 선진화는 이미 끝났다고 판단을 해서 서안을 중심 축으로 해서 서북의 성들을 선진화하기 위해 나선다고 합니다. 그쪽의 인구 역시 성마다 차이는 있으나 1억 2천, 2억...이라고 하니 여간 큰 규모가 아니지요.

빨리 청바지 팔러 가야죠. 시작할 때부터 뛰어야죠. 중국이나 중국인과 사업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고도 하지요. 그리고 아직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체제 자체가 여러 가지 불합리한 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왠지, 그 사람들이 벌여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그 사람들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의 과거 모습을 생각하며, 그들을 하대하고 무시하며 "너희가 뭘." 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도 전에는 전 세계를 호령했던 적이 있고 이제 그 동안 체제가 달라서 외롭게 떨어져 있던 위치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좀더 다른 관점에서 유럽의 여러 나라나 미국 등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배우고 따라 가려던, 그리고 그들을 앞서려고 했던 그런 겸허한 노력들의 대상이 이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의 깊이 역시 중요할 것 같군요. 웬만한 것은 주어도 여전히 그들이 우리를 필요하게 할 수 있는 저력/내공 왜 그런거 있잖습니까. 그 사람들이 움직이는 룰(?)에도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어야 하겠구요. 룰(?)에 관해서는 그쪽에 가 있는 선배들이 잘 가르쳐 줍니다. 배우려면 술은 사야 하겠지요.

오늘 아침 신문에 중국 북경의 올림픽 유치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도시 공기 정화를 위해 외곽도로변에 100미터 넓이의 띠를 만들어 인공 숲을 조성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주의 체제와 시장 경제를 묘하게 조화시켜 나가는 모습을 속에서, 이해집단의 이기주의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봅니다.

우리는 더이상 중국이 우리를 추월한다 위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자위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습니다.

한비젼 대표 유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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