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PGA 투어 참가자격을 따내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기고 있는 골퍼가 있었다. 그는 명색이 프로골퍼이지만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골프연습장에서 회원들의 스윙연습을 봐주며 푼돈을 얻는 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골프연습장에서 인생에 성공한 듯 보이는 사람들을 매일 대하는 일은 그의 좌절감만 키우는 일이었다. 사실 그는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스스로에 대한 '한탄과 부정'으로 소모하다시피 했다. 그에게 '희망과 긍정'은 이미 잊혀진 단어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는 한마디로 '꿈을 잃은 골퍼'였다.

그런가 하면 월스트리트의 구두닦이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된 노인이 있었다. 그는 비록 한 켤레에 2달러짜리 구두닦이였지만 사람들의 구두를 닦으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는커녕, 언젠가는 자신의 구두를 누군가 대신 닦아줄 날이 있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그는 구두를 닦으며 월스트리트의 돈많고 힘있는 부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고, 그 덕분에 그들이 어떻게 그토록 큰 카리스마와 권위 그리고 부를 얻게 되었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들을 부자로 만든 것은 단지 그들의 재능이 아니라 그들의 낙관과 희망 그리고 긍정하는 마음가짐임을 간파했다. 즉 "긍정이 부자를 낳고 낙관이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날 꿈을 잃은 골퍼와 구두닦이에서 성공한 백만장자가 필드에서 만났다. 백만장자는 게임에 들어가기 앞서 공을 홀컵에서 3피트 정도 떨어진 곳에 던져놓고는 주머니에서 1천 달러짜리 지폐를 꺼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난 자네가 이 퍼팅에 실패하는 데 1천 달러를 걸겠네." 골퍼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이것 보십시오. 제가 비록 PGA에는 못 나갔지만 골프로 먹고사는 놈입니다. 3피트짜리 퍼팅, 그것도 이런 위치에서라면 한 번 아니라 열 번이라도 쳐 넣을 수 있습니다." 백만장자는 골퍼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내기를 고집했다. 결국 골퍼는 자신만만하게 3피트 퍼팅을 했고 공은 홀컵 속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백만장자는 빳빳한 1천 달러 지폐를 눈하나 꿈쩍 않고 골퍼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나서 백만장자는 다시 공을 홀컵 주변 3피트쯤 되는 지점에 또 던져놓고 이번에는 퍼팅 실패에 1만 달러를 걸었다. 골퍼는 순간 긴장했다. 공을 홀컵 안에 넣으면 1만 달러를 버는 것이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1만 달러를 물어줘야 한다. 골퍼는 조금 전과는 달리 마음속에서 불안한 기억들이 스물스물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전에도 짧은 퍼팅을 실패한 적이 있잖아. 1.5피트 짜리도 못넣은 적이 있는데…. 못 넣으면 1만 달러를 어디서 구하지?" 그러나 골퍼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심혈을 기울여 퍼팅을 했다. 공은 홀컵의 가장자리에 걸려 반바퀴를 돌며 멈추는 듯 하다가 결국 컵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골퍼는 안도의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순식간에 1만 1천 달러를 번 셈이다. 백만장자는 공을 홀컵에서 꺼내 다시 3피트 정도 되는 지점에 던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퍼팅 실패에 10만 달러를 걸겠다고 이야기했다. 3피트 퍼팅을 성공하면 10만 달러를 버는 것이고 실패하면…. 별로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골퍼는 망설이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퍼팅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목에 힘이 들면서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10만 달러의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퍼팅을 할 수 없었다. 3피트의 거리가 30피트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이것을 지켜 본 백만장자는 골퍼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1천 달러가 걸린 퍼팅이든, 1만 달러가 걸린 퍼팅이든, 그리고 10만 달러가 걸린 퍼팅이든 간에 모두 3피트 거리의 퍼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어. 자네는 3피트 거리의 퍼팅이라면 열 번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어. 그러나 액수가 커갈수록 퍼팅에 임하는 자네의 마음은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마침내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려 결국 세번째 퍼팅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네. 자네는 열 번이라도 퍼팅을 성공시킬 재능을 갖고는 있겠지만 그 재능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기확신은 없었던 것이야."

소란스러울 만큼 IT밀레니엄을 꿈꾸며 시작되었던 2000년에 IT시장은 3피트 거리의 퍼팅이 아니라 30피트 거리의 퍼팅이라도 열 번 아니라 백 번도 성공시킬 것 같은 기세로 달아올랐었다. '긍정'과 '낙관' 그리고 '희망'이 IT시장을 확장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2001년의 IT시장은 3피트 거리의 퍼팅도 손이 떨려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골퍼의 상태처럼 주변적 조건의 경직된 압박 속에서 침착성과 유연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긍정과 낙관과 희망을 잃은 상태로 문이 열리고 말았다. 하지만 "안된다, 안된다"하면 정말 안되는 법이다. 물론 IT시장은 우리의 IT재능과 IT역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IT시장은 IT재능과 IT역량이 긍정과 낙관 그리고 희망과 자기확신의 마인드와 뒤엉켜 동력화되는 감성의 시장(emotional market)이다.

이제 2001년의 IT시장을 향해 주눅들지 말고, 두려워 말고, 긍정하고 낙관하며 오히려 더 과감하게 퍼팅하자. "긍정이 부자를 낳고 낙관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법이다."

(鄭 鎭 弘·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 디지털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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