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로 활로를 뚫어라.'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벤처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활로를 찾으려면 벤처들끼리 '클러스터(cluster)'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벤처 클러스터는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회수 및 자금시장, 연구.개발기관, 매개산업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 발전하는 산업 집적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네트워크를 통한 클러스트는 대덕밸리에서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은 대덕밸리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난 여름 조사를 벌였으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은 구체적인 사례로 스웨덴의 에릭슨이나 핀란드의 노키아가 주도하는 클러스터를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용규 수석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21일 '벤처 침체 장기화와 활로 모색'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 벤처산업은 지난 99년초-2000년 3월 사이에 코스닥 벤처지수가 8배 이상 폭등했으나 경기침체가 오래가면서 지난해 말 최고점에 비해 현재 5분의 1수준으로 추락했다. 또 올해 1-9월 코스닥 시장을 통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4%나 감소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부진해 올해 상반기 투자실적은 4천495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68.1% 떨어졌으며 하반기 이후 신규투자가 거의 중단됐다.

IT 벤처산업의 집적지로 주목받았던 강남의 테헤란밸리에서는 빌딩 임대료와 연구.개발센터 유지비 부담으로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메디슨 등 벤처 지주회사들도 계열사를 대폭 정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구체적으로 클러스터라고 제안했다. 획기적인 국면 전환을 위해 창업 초기의 마음으로 돌아가 기술혁신과 경쟁, 수익모델 창출, 국제화 등 기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기업과 공생하는 클러스터를 형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벤처와 대기업은 공동개발과 생산분업, 마케팅 제휴, 지분 투자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인력과 자금, 영업망을 공유해야 한다. 대표적 사례는 스웨덴의 에릭슨 중심의 무선통신 클러스터인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로, 인텔과 MS, HP 등 700개 정보통신업체가 입주한 유럽 최대의 첨단과학기술단지이면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또 핀란드의 `오타니에미 파크'는 노키아가 주도하는 클러스터로 200개 기업이 입주해 5천명의 연구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덕연구단지와 포항, 천안, 서울 구로 등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클러스터의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기술의 중요도가 높은 벤처 중심으로 육성 정책을 수정하고 창업지원과 금융세제 혜택 등 벤처에 우호적인 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독자 회생도 곳곳에서 감지된다고 밝혔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독자 회생을 위해 감원과 아웃소싱 등을 통해 조직을 축소하면서 수익성 위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4위의 포털 업체였던 인티즌은 올해 70%의 인원을 감원한 후 콘텐츠 사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안철수연구소는 전문 보안컨설팅업체를 인수하는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포털 분야 선두인 다음은 음반사업에 진출했으며 아이비포스트와 네이버, 이니텍 등도 웹카메라와 그래픽카드 등 새로운 사업에 눈을 뜨고 있다. 또 아이디스와 윌택정보통신 등은 독창적인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바이오 벤처인 유진 사이언스는 마케팅 전문가를 확보하는 등 기술 벤처와 마케팅 전문기업이 합병과 아웃소싱을 통한 수익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글과 컴퓨터 등은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하는가 하면, 비메모리 및 바이오 분야 일부 벤처는 삼성전자와 SK와 제휴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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