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사업설명회를 보며…"의존 문화 빨리 탈피해야"

"이렇게 많은 대덕특구인들이 모인 적은 보기 드문데요. 워낙 경기가 어렵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대덕특구본부가 생기고 지역 구성원들의 정부 자금 의존성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8일 오후 2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대강당. 특구본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2007년도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국부 창출을 염두에 두고 오랜 기획 기간을 거쳤다는 이른바 특구의 '새로운 젖줄 사업'에 대한 설명회다. 특구 내외 산·학·연·관 관련 4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500권을 준비한 설명회 책자가 순식간에 동나고, 특구본부 주차장과 인근에는 주차조차 힘들 정도였다.

대덕특구본부 직원들조차 사업설명회의 폭발적인 반응에 적잖이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특구본부 입장에서는 자체 사업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 분위기가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특구 사업설명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다양하다.

그 중 특구 연구성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특구연구개발사업(130억원)과 벤처생태계 조성의 일환인 기술경영지원사업(70억원) 등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특구본부가 설립되기 전에는 기대하지도 못했는데, 특구본부가 생기고 본격적인 정부 자금이 풀리면서 '나도 저 자금을 타봤으면…'하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기업인은 "안그래도 대덕의 정부 의존도가 심한데 이번 설명회를 보면서 특구 구성원들의 그러한 경향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정부 자금을 대덕으로 연계하는 특구본부 설립이 구성원들의 의존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당초 목표했던 '자립형 클러스터'와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이다. 정부 의존형 연구개발 사업화 구조의 현실을 내심 벗어나고 싶지만, 당장의 생존이 문제인 기업들과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특구의 궁극적 지향점은 정작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자립형 클러스터는 대덕특구 스스로 공언하는 목표이다. 이것은 국가 연구중심지에서 창출되는 성과를 제대로 사업화시켜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메카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즉, 이 슬로건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핀란드 울루 등 세계적인 자립형 클러스터를 지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가적 사명이 대덕특구본부 설립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정부 의존형 대덕의 생태계는 '정부 자금을 받는 것이 당연시'하는 생각에 더욱 증폭된다.

이렇게 보면 대덕특구의 사업 방향은 국내에 다른 지역 클러스터들보다 오히려 상황이 나쁘다. '정부 자금'에 의존하는 타성이 심화되다간 특구 사업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도태될 기업이 정부 자금 덕분에 살아나고, 정부 과제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는 현상이 이 지역에 유독 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대덕특구의 경쟁력과 생태계가 큰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나 핀란드 울루처럼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역시 이러한 지나친 '정부 의존성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씹어볼 일이다. 지금과 같은 특구의 상황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상당수 특구 구성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정부자금 따내기 경쟁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도 특구 사업의 무거운 짐을 나눠 지며 행복해질 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인 클러스터'라는 미명 아래 정부 자금 없인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는 의존형 대덕특구가 온존하고 있다는 것이 특구 설립 본래의 목적을 퇴색시키고 있다.

지금 당장 정부 자금 없이 독립하자고 하면 많은 이들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을 따져보자. 신주단지처럼 여기는 '정부 자금'이란 것이 얼마나 가변적인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혹은 정부 입안자나 권력자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대덕특구가 세계에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선 하루 빨리 독립형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대덕특구 활성화 사업의 기반이 독자적으로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많은 특구인들은 "대덕특구본부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한국 경제 성장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덕특구가 근본적인 자립형 문화 창달, 구조재편과 연관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만 본래의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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