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사망 패커드와 공동 창업...미국벤처정신의 상징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휴렛패커드(HP)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엄 휼렛(William Hewlett·87)이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르토밸리 자택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휼렛은 96년 사망한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와 함께 1939년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있던 패커드의 허름한 차고에서 단돈 538달러로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첫 해부터 흑자를 낸 이후 지난 60여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익을 내며 이른바 ‘HP신화’를 만들어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이 차고에 ‘실리콘밸리의 탄생지(Birthplace of Silicon Valley)’라는 명칭과 함께 역사적 기념물로 지정했다. 이 차고는 현재 미국 벤처정신의 상징물로 통하고 있다.

휼렛은 1969년 대표이사에 오른후 78년 물러날 때까지 경영을 이끌었다. 87년 이후 명예이사장으로서 회사의 주요 결정에 관여해왔다. 현재 HP는 연매출 500억달러에 8만8500여 직원을 거느린다.

빌 게이츠 MS회장은 “그는 위대한 엔지니어였고, 위대한 경영인이었으며,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의 비전은 선도적 제품 뿐만아니라 가치에 기반한 선구적 기업을 가능하게 했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미시건주 앤아버에서 출생한 휼렛은 의사였던 아버지가 스탠퍼드대 교수로 채용되면서 3세 때 캘리포니아로 옮겨왔다. 스탠퍼드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동료 패커드와 의기투합, HP사를 차린 후 ‘볼링점수 표시기’등 기발한 발명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히트작은 월트 디즈니사의 주문에 따라 제작한 오디오 관련 기기. 이 장비는 디즈니 만화영화 ‘판타지아’가 완벽한 사운드를 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휼렛은 HP가 197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 계산기 ‘HP35’의 최초 발안자이기도 하다. 해서 그는 ‘엔지니어 중의 엔지니어’라고도 불린다.

인간중심 경영을 추구한 휼렛과 동료 패커드는 이른바 ‘HP방식’이라 불리는 HP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창출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와 오픈도어(Oppen Door). MBWA란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일일이 보고하는 형식을 탈피, 관리자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실무 담당자들과 접촉하면서 관심이나 아이디어를 청취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HP에서는 최고경영자를 비롯, 모든 관리자들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과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에서 일한다. 불필요한 격식을 지독히 싫어해 중역 회의 때에도 상석 아닌 중간 자리에 앉기를 즐겼다는 휼렛은 생전에 회사 이익을 끊임없이 사회에 환원해왔다.

66년 설립한 ‘휼렛 기금’에 지금까지 35억달러를 출연했고, 패커드와 더불어 모교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한 돈도 3억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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