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펄떡이는 대덕특구 만들기⑤끝]

대덕R&D특구가 출범한지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인데 성과를 점검하는 것 자체가 가혹한 비판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클러스터'라는 것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변화·발전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과학기술부나 대전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시기적으로 빠를 뿐더러 구성원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지난 2년간 대덕특구는 기술사업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 왔다. 몇몇 사업에서는 벌써 성공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검과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상황과 위치를 올바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대덕특구의 더 발전된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구 출범후 2년이 지난 지금, 대덕은 새로운 변화의 요구 앞에 직면해 있다. '대덕특구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으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전에서는 산업자원부의 '로봇랜드'와 보건복지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최대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의 이견이 분분하다. 벌써부터 유치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래서는 안된다.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갖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두 가지 국책사업을 포함해 대덕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실패의 경험은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과학기술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자'는 온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30년 이상 대덕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R&D특구로 지정되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덕을 부러워하면서도 '국가 R&D자금의 블랙홀'이라고 비판한다. 하루 빨리 이러한 불명예를 씻어내야 한다. 바로 이 곳, 대덕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없으며 온 국민과 나라의 희망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라!…예술과의 접목은 삶의 질까지 향상 가능

그렇다면 우리가 더욱 잘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대덕 안팎의 사람들은 대덕인들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복해 말한다. 그리고 그 일은 바로 상상력에서 나온다. 두바이의 기적에서 보듯 세계 각국에서 상상력의 힘은 실로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덕의 산·학·연에 몸 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원대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길은 그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창의적인 연구성과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존중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만 침잠되지 않고 더욱 자유로운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대덕에 다양한 문화예술이 녹아들어야 한다.

7월 중순 대덕을 방문한 한국미술의 거장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은 대덕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핵융합센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홍보관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 화백은 "대덕에 오니까 모든 것이 예술품처럼 보여 새로운 창조욕구가 생긴다"며 "예술가와 과학자는 '물질을 다루는 사람'으로 서로 닮아 있기 때문에 두 영역의 사람들이 만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과학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폐쇄 문화'를 빨리 탈피해야 한다. 서로의 발목을 붙잡는 투서나 비방, 학연, 줄대기 등에서 벗어나 막힘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 이해하고 격려해 전체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열린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7월 중순 과기부·대전시·특구본부가 모여 '대덕특구 혁신 주체간 역할 정립을 위한 연찬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도 이들 기관이 모여 연찬회를 했으나 올해 모습은 사뭇 달랐다.

대덕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 각자가 뭘 할 수 있고 또 서로가 어떤 부분을 협력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분명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이제서라도 특구 성공을 위해 애쓰는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함께 2005년 3월 말 대덕에서 있었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당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덕특구의 비전을 선포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대덕특구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말로 특구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땠는가. 이번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특구인은 "대덕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한 목소리로 무엇을 요구해 본 적이 있느냐. 만약 대덕인들이 구체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바가 있어 정부에 말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대전시·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등이 먼저 앞장서야하지만 결국 대덕특구 성공의 열쇠는 대덕인들의 손에 달려있다. 모두 함께 마음을 새롭게 먹고 출범 초기 우리가 대덕특구에 대해 쏟았던 관심과 애정을 다시 한번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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