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신소재, 초미립 분말 첫 독자 개발… 대만시장에 3백만 달러어치 수출

TV브라운관 제조 공정을 보면 마지막으로 검정색 액으로 된 물질을 입힌다. 이 물질은 TV 브라운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일본의 스미토모와 미쓰비시 등이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역시 그들의 잔치다.

하지만 이들 일본 기업들의 ‘호시절’도 이제는 끝이 보인다. 그리고 해외 시장의 상당부분도 내주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벤처기업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전자파 차단물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대덕밸리의 한밭대 신소재 TBI에 입주해 있는 나노신소재(대표 박장우·www.anapro.com)가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인듐 틴 산화물(ITO)이나 안티몬-주석 산화물(ATO) 등 각종 신소재를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크기 초미립 분말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첨단소재 미립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료 원석을 각각 곱게 갈아 일정 비율로 배합한 뒤 고온에서 압축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제조방법은 성분 조성비가 균일하지 않고, 입자의 크기도 마이크로미터(㎛, 1백만분의 1m) 수준이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노신소재가 채택한 방식은 화학반응을 이용한 ‘Bottom-up’방식. 재료 원석의 분자단계에서 각종 화학적 반응을 거치게 하여 성분 조성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크기도 훨씬 작게 만들었다. 순도 역시 99.99%이다. 이론적으로는 최대한 압축시킬 수 있는 정도이다. 박장우 사장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 초미립 분말 제조 기술은 일본 업체의 것과는 다른 순수한 독자기술”이라면서 “분쇄식으로 불리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나노 미립자의 수입 가격은 액체형 1ℓ가 23만원 선, 고체형은 4백여만원 선으로 국내 시장 규모만도 연간 1천억원. 이 제품으로 대체하면 1억 달러 이상의 외화가 절약된다는 뜻이다.

이 제품은 TV브라운관의 전자파 차단 물질뿐만 아니라 터치 패널 스크린·LCD 액정 구동 전극·복사열 차단용 건축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수입 가격보다 15%가량 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이 기술은 바이오 응용 분야와 반도체 연마재료 및 첨단구조 세라믹·전자 세라믹 개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수출도 시작했다. 나노신소재는 지난 11월 대만의 모 전자회사와 초미립 분말 3백만 달러어치에 대해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1차분 20만 달러 상당을 선적한 상태다. 물론 국내 기업이 나노 초미립 분말을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노신소재는 최대 수출국인 일본과 떠오르는 시장 중국·동남아 등지의 전자제품 제조업체들과도 공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나노 미립자 분말 수출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박사장은 “현재 대만·일본 및 국내 대기업과 공급 계약이 진행 중이고, 제품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대만 이외의 기업과도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사장은 한밭대 응용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때문에 회사의 연구진 9명은 전원이 제자들이다.

그는 최근 나노기술을 적용한 다른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강의가 끝나면 공장으로, 실험실로, 쉴 틈이 없다. “현재 나노 소재 시장은 일본 등 선진 소수 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과점 형태이지만 앞선 기술력만 있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초미립 분야는 이미 일본의 독점 공급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편 나노신소재는 지난 연말 충북에 3천평 규모의 공장 기공식을 갖고 대량 생상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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