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미래사회모습 예측한 시나리오 공개

 

오랜만에 잠에서 깨어났다. 2008년을 살던 남자가 2030년의 세계와 만난다. 3차원 입체상과 함께 촉감까지 지원되는 홀로폰, 육아를 돌보는 로봇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용 활성화 까지… 모든 생활이 상상속의 과학기술로 이뤄져 가는 2030년. 2008년이란 과거(?)를 살던 남자는 혼란과 신비감에 휩싸인다. 과학기술부는 변화된 미래사회모습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한 '2007년 기술예측조사 수정·보완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시나리오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를 28일 공개했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해 실시된 '과학기술예측조사 및 제1회 미래 과학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나온 과학기술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톡톡 튀는 과학기술 아이디어를 더욱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라는 방법을 통해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후면 '수소연료전지' 사용이 활발해지고 위치기반 서비스(LBS)기능이 있는 '디지털 안경'이 지금의 휴대폰처럼 흔해진다. 또 체험학습 네트워크를 통해 '3차원 가상현실 교육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전자책과 보통 사람의 몇 배의 힘을 내게 하는 웨어러블 로봇, 가판대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 등이 일반화 된다.

국민들에게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 모습을 생생하게 제시하기 위한 이 시나리오는 총 5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프롤로그인 '통합'편 부터 '세계 국가', '사회·문화', '경제', '자원·환경', '기술' 등 미래사회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삽화도 넣었다.

이재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로 하여금 미래사회를 엿보는 것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줄 명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평했다. 한편 과기부는 5년마다 과학기술예측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과학기술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 아래는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 요약본 2030년 어느 날, 기술 심리학자인 김래미는 아침 일찍부터 일을 의뢰받는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22년 만에 깨어난 구형인과의 상담이다. 형인은 2008년까지의 기억만 갖고 있어서 그동안의 사회변화와 첨단기술들이 낯선 인물이다. 래미는 형인에게 3차원 입체영상 과 함께 촉감까지 지원하는 홀로폰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상담해보자고 제의한다. 래미의 집. 육아로봇이 아이의 준비물을 챙겨주고, 유비쿼터스 컴퓨터(UC)가 냉장고 안의 필요한 물건을 분석하여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자동요리기계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서버와 무선통신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물건이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형인은 학습기능이 있는 청소로봇, 종이와 똑같은 냄새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전자책, 3차원 가상현실 교육서비스인 체험학습 네트워크 등을 차례차례 설명 듣는다. 형인은 북한산으로 이동 중인 래미의 남편인 신유식과도 통화하게 된다. 산악구조요원이며, 환경운동가인 그는 과거의 주유소처럼 생긴 충전소에서 전지를 교환하며 형인에게 지금이 수소경제시대임을 알려준다. 수소연료전지, 초기 단계의 핵융합기술, 재생에너지가 이 시대의 주요 에너지원인 것이다. 그는 산에 버려져 잘 분해되지 않는 옛 쓰레기에 미생물보다 강력한 환경 나노로봇을 뿌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 기후예측·기후조정기술의 발달로 전 지구적인 기후조절이 이루어지고 있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는 지구재생계획이 세계 각국의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형인은 집 밖으로 나와 바뀐 서울을 구경한다. 래미는 사람들이 쓰고 있는 안경은 무선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디지털 안경이고, 사람들이 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귀걸이나 핀은 태양열이나 신발뒤축발전기로 충전하는 전자제품임을 얘기해준다. 물건을 사거나 차를 타기 위해 굳이 지갑을 꺼내거나 카드를 내밀지 않아도 되며 버스를 타거나 물건을 가판대에서 꺼내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러던 중 형인이 탄 자동운전 버스가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난다. 기절한 형인이 눈을 뜨자, 신유식이 거대한 콘크리트 조각들을 치우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보통 사람의 몇 배의 힘을 내게 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있었고, 원격의료기기와 인공혈액, 의료정보가 기록된 베리칩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한다. 병원에 후송된 형인은 아들과 같이 병문안 온 래미를 직접 만난다. 형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받은 한 인간복제 반대단체가 버스의 전자프로그램을 해킹하여 사고를 일으켰음을 알려준다. 형인의 다리는 백혈구보다 능력이 좋은 나노의료기계가 치료를 한다. 형인은 전신마비환자가 뇌파로 조종되는 로봇으로 자기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을 보고 장애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자 래미의 아들 하늘이는 주변의 소리를 글자로 치환하여 보여주는 안경과 그의 생각이나 수화를 음성언어로 변환해 주는 기계를 보여주며 자신이 '비청인'임을 얘기한다. 며칠 후, 일자리를 알아보던 형인은 회사마다 외국인과 여자가 많은 사실에 놀란다. 래미는 2000년대 초기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인들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만국어 번역기로 언어의 장벽이 사라져 사람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직장이나 학교를 찾는다고 말해준다. 또 한국은 네트워크 인프라가 강해 인터넷 민주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세계는 어디나 전쟁터가 될 수 있으며, 유전자식품기술은 통제하기 어려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얘기하며 래미는 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문제점도 염려한다. 방에 혼자 앉아 있는 래미. 그녀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원하기만 하면 친구도, 친척도, 세계의 누구와도 만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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