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벤처 때문에 온통 시끌벅적합니다. 이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이 대전일보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곱씹어볼만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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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관련한 게이트 사건들이 요즘 화제다. 이런 일로 인해서 마치 모든 벤처가 그런 것처럼 봐서는 안 된다. 지식정보산업이 중심인 21세기에서 여전히 벤처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우리의 희망이다.

며칠 전 집안 어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벤처 기업의 비리로 벤처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회사는 괜찮냐는 안부 전화였다. 쓰디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나라 전체가 벤처에 관한 각종 사건으로 떠들썩하여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 사건이 나올 때마다, 또 어떤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나쳤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나는 무슨 게이트라고 할 때, 게이트 앞에 붙는 사람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모두 같은 부류의 욕심 많고 부도덕한 사기꾼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안부 전화를 다 받는 것이 아닌가. 일단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들이 곁눈질 안하며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의 사기를 얼마나 크게 꺾는 일인지!

전국의 벤처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자기의 상품을 세계 시장에 진입시켜 성공시키기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마치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을 향해 목숨을 걸고 등산하는 산악인처럼 온갖 역경과 걱정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일로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날까?

그 동안 벤처 붐 조성을 위해 각종 지원책이 여러 부처에서 시행되어 왔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고, 또한 그 덕분으로 성장의 기반을 잡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생존경쟁의 전쟁터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생사의 순간을 지내면서 어려울 때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로비를 해서라도 각종 지원을 받아야 했다. 기술이 좋고 실력이 좋은 기업이더라도 주변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종류의 지원책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받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벤처 기업 지원책은 양적인 팽창을 중시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는 시장 중심의 질적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책의 수혜 여부는 시장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벤처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가 이번 게이트 사건의 공범자이다. 우리 모두는 벤처에 관한 건전한 시장을 아직 만들지 못했다. 벤처 경영인, 자금 시장의 종사자, 정책 입안 및 시행자 등,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우리가 손가락질해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이제라도 시장 논리에 의해 기업을 판단하고 지원하고 육성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는 너무 조급하다. 마치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모든 것들은 때가 있는 것이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그러면서 때가 되어야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열매를 따니 설익은 열매를 딸 수밖에 없다. 초기 기술일수록 위험도가 크지만 그 부가가치는 매우 크다. 그러니 그 큰 부가가치가 실현되도록 모두 충분히 기다리며 성장시켜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바쁘게 재촉하니 편법을 사용하고 그러다가 무리수를 두고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때를 기다리자. 그리고 정성껏 가꾸자.

벤처는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위축되지 않도록 많은 애정과 관심, 격려, 질책이 있어야겠고, 벤처 기업 임직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일해서 기대에 부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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