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덱트론 작년 매출 1백억, 수출이 80%, 곧 상장

리모콘 하나로 세계를 호령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의 전자부품업체 덱트론(대표 오충기·www.decktron.com)이 주인공이다.

주력은 집 안의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제어하는 다기능 리모콘 ‘리모시스’. 일반 리모콘의 경우 TV면 TV, 오디오면 오디오 등 해당 전자제품만을 제어하지만 이 회사의 리모콘은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을 제어한다. TV, 오디오, 비디오, 에어컨뿐만 아니라 냉장고까지 하나의 리모콘으로 컨트롤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상당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 대기업은 좀처럼 공략할 수 없고 마케팅이 약한 중소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이 시장에 마케팅을 앞세운 덱트론의 틈새시장 파고들기 작전이 주효했다. “리모콘이 고장나면 우리나라의 가전 3사는 반나절도 안돼 A/S를 해주거나 아예 바꿔주는데 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A/S를 요청하면 보통 일주일 많게는 1개월이 걸리기도 하니까 한 번 구입할 때 다기능리모콘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난해 매출은 1백억원. 이 가운데 80% 이상이 수출에서 얻은 개가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을 비롯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그리고 브라질 등 남미, 동남아,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전세계 40여개국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창업 1년 만에 수출 1백만불탑 획득, 이미 지난해에는 수출 5백만불 탑을 받은 바 있다. 물론 대부분 리모콘 하나로 얻은 성적표이다. 올해 목표는 2백50억원. 1천만불 수출탑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지난 2월에는 미 MS사가 개발 중인 ‘웹 TV’에 적용하는 리모콘 모델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실현될 경우 40만개, 4백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는 거래다.

오사장이 창업을 준비한 것은 지난 93년쯤. 경북 구미의 대영전자통신 연구소를 이끌던 그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연구원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해외영업을 자원하면서부터다. 제품이 가득 든 샘플 가방을 달랑 들고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기를 2년여, 오사장은 나름대로 영업의 노하우를 익힌 후 95년 곧바로 창업했다.

이런 특이한 경력 때문인지 오사장과 한 번 만난 바이어들은 덱트론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는 좀처럼 배겨내지 못한다. 영업의 최대무기인 제품을 두루 파악하고 있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영업 노하우를 온몸으로 체득했기 때문.

“연구원 출신인 저로서는 바이어가 요구하는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상담자리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기능을 그때그때 적용할 수 있어서 확답을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원 출신인 오사장은 기술보다도 판매가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마케팅 신봉자다.

원천기술이든 세계 최초의 기술이든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만들 필요도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들이 세계 최초 증후군에 걸릴 정도로 이런 부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천기술보다는 상품화기술이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시중에서 먹히지 않는 제품은 만들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탄탄한 마케팅 기반 때문인지 지난달에는 코스닥 관문을 가볍게 통과해 공모를 앞두고 있다. 청주에서는 3번째다.

덱트론 주요현황
자본금 : 10억원
종업원 : 75명
대표이력 : 영남대, 한국전자연구원, 대영전자통신연구소장, 해외영업본부장
매출추이 : 98년(45억), 99년(65억), 2000년(1백억), 2001년(2백50억 추정)

대덕넷 김영중 기자 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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