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내 국립중앙과학관 부지 놓고 한판 승부中…‘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갖자니 돈이 없고’

대덕밸리의 국립중앙과학관 발전부지 3천6백평을 놓고 사학명문 고려대와 대덕밸리의 ‘유망’ 벤처기업 그리고 ‘원주인’인 과학관이 팽팽히 맞섰다.

문제의 땅은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39-2번지. 국립중앙과학관(www.science.go.kr) 주차장과 대덕중학교 사이의 완만한 삼각지다. 이곳은 국내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해 있고, 접근성이 뛰어나 누구나 탐을 낼만한 지역이다.

3자간 ‘삼각지 전투’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기업인 에이팩(www.apack.co.kr)은 연구단지 모든 ‘땅’문제와 관련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과학기술부에 지난 99년부터 벤처단지조성 의사를 줄기차게 밝혀왔다. 2년여 동안 공을 들여 연구개발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백방을 돌아다녀 봤지만 이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기부는 국립중앙과학관이 앞으로 과학관 시설을 확장한다는 이유로 입주의사를 번번히 거절했다.

그러던 중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과기부가 대전이 아닌 수도권에 초대형 과학관을 새로 건립하기로 확정하면서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이 시설 확장을 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 때문에 중앙과학관은 과기부에 발전부지로 묶여 있던 이 땅에 대해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제 됐구나’하고 쾌재를 부른 에이팩에게 ‘고려대’라는 복병이 나타난 것도 이즈음이다.

대전에서 행정대학원을 운영하던 고려대(www.korea.ac.kr)가 ‘리서치 파크’를 설립하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고려대는 리서치 파크를 통해 산·학·연 연계를 통한 벤처 진흥을 내세웠다. 고려대는 1백억원을 들여 지상 6층 지하 1층에 연구동·행정동·기숙사동 등을 갖추고, 정보보호기술 연구와 문화재 보존·정보 저장 기술 연구·벤처산업 육성 등 4가지를 제안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삼각지 전투’의 1회전은 지난 10월23일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에서 열렸다. 1회전은 표면적으로 무승부.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고려대가 난데없이 리서치 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배경과 제안 내용의 현실성을 문제삼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국립중앙과학관이 뒤늦게 삼각지 전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때부터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 땅이 과학관 발전부지이고, 다른 기관이 이곳에 입주했을 경우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2회전을 앞두고 있는 양측에 선전포고를 선언했다. 4

과기부 ‘후원’을 등에 업고 올해 안에 반드시 예산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이승구 국립중앙과학관장은 “현재의 주차장은 성수기에는 공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며 “올해 안에 6억원 정도인 부지 확보 예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일전의지를 불태웠다. 반면 불의의 일격을 당한 고려대와 에이팩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는 주장이다. 수년 동안 방치한 땅에 대해 이제 와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니냐는 것이다. 양측 관계자는 “과학관이 수년 동안 방치해 놓은 땅이고, 포기의사를 밝힌 마당에 굳이 매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더구나 거의 1년 내내 텅텅 비어 있는 주차장을 놓고 또다시 주차장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성토했다. 과기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과기부 공무원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쥐고 있는 게 사실. 그런데 같은 식구라고 할 수 있는 과학관의 ‘끼어들기’를 허용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대덕밸리에는 지금 과기부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된 연구단지 내의 땅 활용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 지 ‘2회전’의 결과에 눈과 귀가 쏠려 있다.

글 구남평 대덕넷 기자 (flint70@hellodd.com) 출판호수 61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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