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태 씨아이제이 대표, 1년 4개월만에 양산시스템 완비…무라타·CTS 등 美·日 대기업에 ‘도전장’

백종태 대표. “OK! 넌 통과, 음…넌 안돼.”

휴대폰을 통해 오가는 마이크로 대역의 주파수를 대덕밸리 벤처기업 씨아이제이(대표 백종태·www.cijcij.com)에서 개발한 듀플렉서가 주파수를, 당락 결정하듯 선별하고 있는 모습이다.

듀플렉서는 이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형태·대역의 주파수들 가운데 휴대폰에만 사용되는 주파수를 걸러 주는 ‘경비원’ 역할의 필터(filter)다. 휴대폰 안테나 바로 밑에 붙어 있는 핵심 부품이다.

“듀플렉서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양산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무라타·CTS·삼성 정도밖에 없습니다. 저희도 양산시스템을 완비하는 데 1년 4개월이나 걸린 만큼 쉽지 않은 기술이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던 책임연구원 출신 백종태 사장을 비롯해 3명의 연구원이 창업한 씨아이제이는 창업과 동시에 양산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 최근 성공의 기쁨을 맛봤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만큼이나 연구개발 기술과 양산 기술은 큰 격차가 있었습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양산 기술을 개발, 기존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던 부분을 자동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생산량 및 수율 증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요.”

‘산 넘머 산’이라고 했던가. 언제나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인을 괴롭히는 ‘마케팅’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창업은 했지만 양산시스템을 개발할 때까지는 역시 연구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사꾼’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많은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인들이 ‘마케팅 마운틴’을 혼자 넘으려다 중도 포기하는 것을 지켜본 백사장은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벤처기업들이 마케팅 회사를 안내자로 삼고 제품판매에 나서더라구요. 그리고 성과도 꽤 보였구요. 그래서 저희도 마케팅 회사 물색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씨아이제이는 수도권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J사·G사와 함께 올 하반기부터 시장 탐색에 들어갈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듀플렉서 시장 규모는 총 5백억원가량. 이 가운데 전체의 50%가량을 일본의 무라타와 미국의 CTS 같은 외국 회사들이 점유하고 있는 실정. 씨아이제이는 후발 주자지만 2년 내에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각오다.

세계시장은 줄잡아 5천억원 선. IMT-2000 같은 이동통신 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수요는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세계 시장 역시 무라타와 CTS·모토로라 등이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를 시장 탐색기로 삼고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씨아이제이는 이제부터가 진짜 벤처기업입니다. ‘장사’를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백사장이 이처럼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씨아이제이가 입주해 있는 한밭대 TBI 벤처기업들의 모임인 ‘한밭벤처파크’ 회장직을 백사장이 수행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기서 얻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특히 한밭벤처파크에서 경영·마케팅·디자인 같은 강좌를 주관하면서 얻은 ‘장사꾼적 가치관’은 그를 연구원에서 사업가로 변화시키는 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장사요? 이제부터 해봐야죠. 마인드만 장사꾼이 됐다고 물건이 팔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시장조사·소비성향분석 등을 통해 기술력보다 마케팅이 더 유명한 회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출판호수 615 호 글 김영중 대덕넷 기자 (happynews@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