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벤처리더스클럽 모임...‘벤처’의 본질 되새겨 봐

“벤처란 무엇인가? 과거 야간작업, 기술개발 등으로 표현되던 벤처가 이젠 IPO, IR, M&A 등으로 대변되고 있다. 본질을 잃어버려 변질되어 버렸다. 도전정신, 창의성, 기술혁신, 가치창출, 나눔과 베품의 본질을 되찾자.” 최근 각종 벤처비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밤하늘을 울린 벤처기업인들의 일성(一聲)이다.

벤처리더스클럽(회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25일 6시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 30층에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최동규 중소기업청장을 비롯 50여명의 벤처기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벤처기업 윤리강령 선포식’을 개최하고 벤처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양대학교 한정화 교수는 벤처육성정책의 실효성 평가 및 정책방안의 모색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벤처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회복, 지속적인 벤처창업의 활성화, EXIT와 청산 등의 촉진을 통한 생태계 자생 복원 등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이어서는 한 교수의 사회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대표, 서영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PSIA 박성일 대표, 황순현 조선일보 기자 등이 ‘벤처기업의 윤리성과 정부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토론에 이어서는 최동규 중기청장이 나서 “정부의 벤처지원정책은 큰 틀은 유지할 것이며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지원정책을 펼 것이다”라며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내일 당장 시행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 날 자리에는 진념 재경부 장관, 벤처리더스클럽 변대규 회장, 한문희 한국바이오벤처협회장, 이금룡 인터넷기업협회 회장,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경수 회장, 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 이영남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 날 토론의 주요내용.

◆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최근의 벤처게이트는 벤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벤처라는 창을 통해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 벤처의 문제로 전체적인 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산업에 국한된 단기적인 치유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 우리기술투자 곽 성신 사장

최근 벤처와 관련한 이 위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벤처의 위기는 M&A와 관련된 위기라고 보아도 좋다. 벤처게이트 3가지 사건 모두 주식시장에서 불공정행위다. 이런 것을 커버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벌여온 것이 세 가지 게이트의 실체다. M&A와 관련해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고 수요측면에서도 시장의 자금들이 벤처 M&A시장 들여다보고 있다. M&A시장은 커가고 있는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는 아직 미비하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 서영주 중기청 벤처기업국장

현재 벤처확인제도에 대해 시시비비 있고 완벽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현수준에서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이런 사안을 감안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벤처육성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지원대상 범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벤처확인제도의 운영은 불가피하다. 확인제도의 보완 역시 현행 기준에서 몇 가지 수치를 상향조정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벤처캐피탈의 올바른 평가에 반영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기업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을까’, ‘신생기업의 접근여지를 둘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고 안을 만들고자 한다.

◆ PSIA 박상일 대표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문제로 들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급하다. 그리고 감정적이다. 이런 국민성에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에 큰 결함인 도덕불감증, 본질보다는 외형을 지향하는 문화 등 뿌리깊은 문제가 있다. 교육부터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쌓아야 될 덕목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요령만을 알려준다. 눈치를 보고 기회에 편승하는 교육을 가르치다 보니 우리 사회가 쏠림이 심하다. 이것이 ‘벤처, 코스닥이 뜬다’하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한다. 투자자들이나 벤처주위 인프라들도 ‘과대포장’을 하자는 유혹을 하고 있다. 때문에 계산된 확률에 따라 움직여야 함에도 무리수를 두고 악순환되는 것이다. 여기서 되돌아 봐야 할 점은 남한테 보이는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떳떳하게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조선일보 황순현 기자

언론에서 벤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한 가지는 비판하는 시각으로 벤처 일부의 문제가 전반적인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다. 또 하나의 시각은 그래도 IMF환란 이후 경제위기 극복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역할과 장점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관점이다. 잘못된 벤처는 철저하게 비판하되 벤처의 싹을 죽이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후자들의 생각이다. 96, 97년까지의 벤처의 이미지는 기술개발, 밤샘작업, 새벽에 퇴근 새벽에 출근의 모습, 틈새시장 파고드는 새로운 테크닉, 좋은 상품 등의 모습이었다면 최근 2년간은 IR, IPO, 펀드 등으로 벤처가 대변됐다.

◆ 이금룡 옥션 사장

지난해 1백71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했는데 퇴출은 단 9개에 불과했다. .나스닥은 이렇지 않다. 퇴출 안 되니까 부실기업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관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순도를 유지하자는 말이다. 벤처확인 시점에서의 취지를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썩은 물은 갈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취지대로 유지되도록 강한 감시와 체크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또 정부는 창업때는 이런 지원, 성장단계에서는 이런 지원, 코스닥 상장 후에는 이런 지원 등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정책과 인프라를 조성해 줘야 하는데 아직도 창업지원쪽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 네띠앙 전하진 사장

벤처가 만약 스톡옵션이나 주식에 대한 기대치가 없었다면 벤처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기술개발해려고 매일 라면에 피자 한 조각 먹으면서 노력했다면 폼도 좀 잡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노력에 대한 기대보상이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이런 것을 해 냈다. 이런 과정에서 사이비벤처가 생겼지만 이것은 퇴출시스템이나 사회정화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박의 논리는 항상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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