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IR 리허설 중계

"Telephus has a specialty in RF based packaging."

1월30일 오후 실리콘밸리내 산호세에 위치한 한국벤처기업들의 전진기지 격인 i-PARK 세미나실. 대덕밸리네 벤처기업인 텔레포스의 이상헌 사장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회사를 세일즈 했습니다.

"코스닥 등록 예정은 PT(프리젠테이션)에서 빼는 것이 어떨까요" "기술 쪽의 베이스를 너무 강조하다보니 마켓사이즈와 세일즈 자료 설명이 너무 약해집니다" "PT를 할 때 고개 방향을 좀더 참석자들 쪽으로 향하면 어떨까요?" 15분간 영어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함께 플로어에 않아 듣던 다른 기업인들이 크고 작은 개선점들을 지적했습니다.

결전의 날인 다음날 IR을 앞두고 열린 드레스 리허설의 한 장면입니다. 실리콘밸리 i-PARK에서 오전에 바이오 기업들의 가상 IR에 이어 오후에는 IT업계의 가상 IR이 열렸습니다. 유창한 표현으로 혹은 또박또박 확인하듯 영어로 각기 자신들의 회사를 세일즈 했습니다. 플로어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제이슨 정 박사와 CCC벤처 컨설팅의 공석환 변호사, 권숙일 전 과기부 장관, 함께 참석한 다른 기업 IR팀 등은 IR에 대해 일일이 코치하며 미흡한 점을 지적해주었습니다. 대체로 기술력은 평가를 받았지만 잠재력에 비해 포장에는 미흡했다는 평가였습니다.

이번 실리콘밸리 IR에 참가한 기업들은 17시간이란 시차를 하루만에 너끈히 극복하고 이날 아침부터 강행군에 들어가 다음날 실전에 대비했습니다. 갈고 닦은 영어로 때로는 진땀을 흘리며, 때로는 여유를 갖고 설명했습니다. 일주일전 대덕을 출발, 텍사스 오스틴에서 이미 일차 실전경험을 갖고 있는 아이세미콘의 이재근 사장/박상용 이사팀은 박 이사가 주로 설명하고, 이 사장이 질의응답에 임하는 역할분담을 하며 비교적 여유 있게 응했습니다.

이날 리허설을 지켜본 뒤 나온 많은 지적 중 하나는 "기술 설명도 좋지만 보다 어필하기 위해서는 CEO의 두드러진 이력과 한눈에 알수 있는 인지도 높은 기업과의 거래 실적등 투자자가 관심을 끌만한 내용을 서두부터 강조해 흥미를 유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실리콘밸리에 오랫동안 살아온 몇 사람을 만났습니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20여년 넘게 살아온 이들은 한국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 및 투자 유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습니다. "한국기업들의 비지니스 플랜은 미국기업들에 비해 정교하지가 못합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어떻게 수익을 회수해 갈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exit 프로그램이 부족합니다.""미국에서의 펀딩은 장난이 아닙니다. 단계별로 전문가들이 있어서 매우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한국이 펀딩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직 한국기업들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성공모델이 없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도 부족하고요. 한국기업들 중 그야말로 베스트가 와서 세일즈를 해 한국기업에 대한 인식수준을 높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시장 포지셔닝을 잘해야합니다. 무조건 한국최고, 세계 최초라고 하면 듣지도 않습니다. 그것보다 미국으로 기업이 상대적 약한 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하는 것이 낫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과장은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지분에 있어서도 창업자나 오너가 파이를 키우기 위해 과감히 양보해야 합니다.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양의 지분은 4%에 불과합니다. CEO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의 부는 무명의 기업일 때에 비해 몇백 배는 늘었습니다. 명예도 얻었구요. 기술창업자들이 파이를 키우기 위해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하고,그 계획을 밝혀야 합니다. 절대지분을 쥐면서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번 실리콘밸리 IR이 진행되며 참가한 분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 시장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이를 몸으로 체험한 것만도 값어치가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다음날 결전을 앞두고 대덕밸리 기업인들은 따로 모여 마지막까지 IR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은뒤에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대덕넷 이석봉·유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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