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발전 견인 역할 공감
투자 대비 효율성 문제서는 이견 보여

 

"이제는 연구가 바로 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만들 수 있는 중이온 가속기가 필요하다."(채종서 성균관대 교수) "중이온 가속기는 사용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지만 방사광 가속기에는 이미 많은 이용자와 수요가 있다."(김창영 연세대 교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적합한 가속기가 무엇인지를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0일 오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형 가속기 투자 유용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주요 과제인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의 중심 연구 시설은 가속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어떤 가속기를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중이온 가속기 부재로 해당 연구 막혀있다"

▲채종서 성균관대 교수 ⓒ2008 HelloDD.com

채종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연구팀 교수는 '중이온 가속기 투자의 전략적 유용성'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중이온 가속기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생산성 있는 가속기"라며 "국내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양성자 가속기, 포항에 방사광 가속기는 있지만 중이온 가속기는 없어 해당 분야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이온 가속기는 원자를 이온화해 전기 에너지로 가속하는 장치로 수소에서 우라늄까지 모든 원자를 가속할 수 있다. 채 교수는 "원천기술의 개발 없이 지금의 응용기술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물질을 보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중이온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나 독일 등은 중이온 가속기 연구를 통해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며 "후발주자인 일본도 2004년 원자번호 113번의 새로운 원자를 개발, '제퍼니움'으로 명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중이온 가속기는 원자로 재료 개발 및 우주용 전자 재료 개발 등에 이용되고 있다. 그는 "중이온 가속기는 일부 핵물리자들을 위한 연구시설이 아니다"라며 "초전도·초고압·초정밀·초대전력·초진공 등 다양한 극한 기술 분야에서 이용된다"고 말했다.

채 교수가 특히 중이온 가속기와 관련해 강조하는 것은 선도 연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이온 가속기와 관련된 연구에서 국내의 연구자들은 공동연구자는 될 수 있지만 핵심 연구자는 될 수 없다"며 "중이온 가속기의 부재는 세계 수준의 신진 과학자를 양성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채 교수가 제안한 중이온 가속기는 연구 및 의료용이 복합된 형태다. 그는 중이온 가속기에 총 4600억원의 비용과 6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 개선해도 경쟁력 떨어져"
 

▲김창영 연세대 교수 ⓒ2008 HelloDD.com
김창영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연구팀 교수는 신규 방사광 가속기 건설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방사광 가속기 투자의 전략적 유용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현재 포항에 방사광 가속기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적은 예산 문제로 일부 라인에서만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시설의 노후로 목표 달성시에도 최첨단 연구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한된 연구비를 고려할 때 새로 지어지는 가속기는 비용대비 효과가 커야 한다"며 "화학·재료·생명·물리·반도체 등 다방면에서 이용되고 있는 방사광 가속기의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기존의 가속기를 개선하는 작업이 비용이나 기간 면에서 사실상 가속기를 새로 짓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사광 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가 신규 방사광 가속기 건설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요구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만 방사선 가속기를 이용한 논문이 1년에 900여건이고 이용 수요도 매년 20%이상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만의 NSRRC의 경우 이용인원이 포항 가속기에 비해 2배나 많다"며 "강한 빛을 방출하면서 크기가 작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최첨단 방사광 가속기를 설치했을 때, 이용자가 30%정도 많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세 가지 핵심용어인 '국제', '과학', '비즈니스' 측면에서 새로운 방사광 가속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연구시설이 있으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국제라는 의미를 대변하고, 과학도 좋은 시설이 있으면 발전한다"며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 신약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안한 새로운 방사광 가속기의 건설에는 총 4350억원이 들어가고 6년이 걸린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계의 합의"

이어진 토론에서 전승준 고려대 교수는 "가속기가 산업을 창출한다고 알려진 것이 없다"며 "건설에만 1조 이상이 드는 거대 연구시설인 가속기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가속기로 인해 파생되는 기술이 많다"며 "예전보다는 가속기를 이용한 기초과학이 산업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홍승우 성균관대 교수는 "역대 노벨 물리학상의 20%가 가속기 기반의 연구결과"라며 "남들이 가지 않는 미지의 지식 영토로 가려면 현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거대 연구시설인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균 한양대 교수는 "고성능의 가속기가 과학발전은 약속하지만 산업과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국가와 사회 기여에 초점을 맞춰 다목적용보다는 2, 3개 특정분야를 위한 가속기가 설치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재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은 "가속기 건설은 과학벨트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며 "국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형 연구 시설인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관계자를 비롯해, 과기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연구팀은 금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종합해 11월초 추가적인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과기계 인사는 "토론회가 중이온 가속기와 방사광 가속기의 경쟁구도가 돼서 안타깝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가는 가속기에 어떤 것이 적합한지 과기계 인사들이 의견수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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