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26일 발사…"우주개발 꿈 잇는다"
소형위성 개발 종속국에서 독립국 전환 계기

우리별3호가 우주로 쏘아올려진지 정확히 10년. 지난 1999년 5월 26일 발사돼 전 세계에 소형 인공위성 기술 독립국 선언을 일궈낸 우리별3호 맨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르기까지 '드라마틱했던' 우리별3호의 불완전한 연구환경 역정속에서 호흡을 같이했던 개발 주역들은 각자의 소신에 따라 '우주'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별3호는 최순달·성단근·엄효준·민경욱·윤성기·김탁곤·박동조·이흥규·탁민제·유평일(퇴직) 등 10명의 KAIST 교수들과 47명의 참여연구원, 4명의 행정지원 인력이 합작해 개발한 토종 작품. 비정규직 연구원 별정직 신분임에도 성실히 최선을 다해 성과를 냈던 우리별3호 맨들은 위성 발사 이후에도 우주의 꿈을 계속 안은채 각계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국가 우주개발 과정에서 든든한 기둥으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주역들은 '우주'라는 인생 테마를 지켜나가고 있다.

60여명의 주역들중 3분의 1인 20명이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에서 토종 인공위성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박성동 사장을 비롯해 김병진·장현석 부사장, 곽성희·김이을·김현구·류문수·민승현·박원규·배정석·성백일·신동석·이영란·이현우·정성근·정연황·정태진·최영완·최욱현·홍민녀씨 등 20명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인공위성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말레이시아 위성과 두바이 위성 발사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유일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

▲쎄트렉아이의 '우리별3호 개발 주역들' (위. 왼쪽부터)곽성희, 김병진, 김이을, 김현구, 류문수, 민승현, 박성동 (가운데. 왼쪽부터)박원규, 배정석, 성백일, 신동석, 이영란, 이현우, 장현석 (아래. 왼쪽부터)정성근, 정연황, 정태진, 최영완, 최욱현, 홍민녀 ⓒ2009 HelloDD.com

박성동 사장처럼 우리별 개발 당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연구원들이 있다.

유상근 한비젼 사장과 김진중 밀리트로닉스 사장, 김용민, 박인석, 성낙현 사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유상근 사장은 산업용 카메라 및 영상소자 분야에서 김진중 사장은 RF 통신 모듈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박인석 연구원은 전력용 부품을 다루는 이피에스텍 사장으로, 성낙현 연구원은 무선모뎀 시장의 미래를 보고 이엠테크 CEO로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민 연구원 역시 벤처산업계에서 창업가로 활약하고 있다.

강경인·김경희·이상현·이성호 연구원의 경우는 우리별3호 성공 이후 지속적으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과학기술 위성 시리즈 개발을 위해 활약하고 있다. 출연연으로 진출한 우리별3호 맨들도 직·간접적으로 우주개발 관련 연구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박강민 ADD(국방과학연구소) 박사를 비롯해 이서림·구자춘·이동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 선광일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등이 그들이다. 특히 해외로 진출한 연구원들도 눈에 띈다. 김승범 박사는 미국 NASA에 들어가 기상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홍준 연구원은 독일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 OHB라는 기업에서 통신위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윤태훈 박사는 오하이오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를 다니고 있고, 남명룡 박사는 일본 Astro Research라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최근 다른 회사로 옮겼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김성헌 연구원의 경우는 뉴욕대 의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의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학계에서 후학 양성의 인생 경로를 택한 연구원들도 있다. 김태정 연구원은 인하대 교수로, 김형신 연구원은 충남대, 이임평 연구원은 서울시립대, 선종호 연구원은 경희대, 김일송 연구원은 군산대 교수로 변신해 각자 한 때 우주개발의 산증인으로서의 노하우를 하나씩 하나씩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상미·이남희 연구원은 전업주부로, 정성인·김희중 연구원도 각각 대학교와 산업계에서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지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양은미·윤은자·곽희일씨도 우리별3호 개발의 주역으로 회자되고 있다.

당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최순달 KAIST 명예교수는 "우리별3호는 우리별1·2호 다음 우리 순수 아이디어를 가지고 설계 제작한 위성이기 때문에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굉장히 의의가 크다"면서 "세계에서 깜짝 놀랄만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우리별3호는 눈물겨운 과정을 겪어가면서 만든 성공작이며, 쎄트렉아이라는 기업을 통해 비로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소형 인공위성의 자신감을 떨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별연구동 기공식 및 준공식. ⓒ2009 HelloDD.com

◆우리별3호의 특별한 의미?…"소형 인공위성 기술 완전 독립 계기"

우리별3호는 우리별1·2호의 개발경험을 통해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 시험을 수행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우리별3호의 개발은 인공위성연구센터를 비롯해 현대전자·한라중공업·SM정밀·싸니전기·쌍신전자·청주전자 등의 산업체가 참여했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의 연구기관도 동참했다.

명로훈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별3호는 KAIST 1회 졸업생이 영국 서레이 대학에 서 배운 인공위성 유학 노하우를 한국에 와서 5~6년만에 100% 자립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최순달 명예교수의 영국 유학 아이디어는 너무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평했다.

우리별1·2호가 영국 서레이대학에서 개발된 위성에 그 모체를 두고 있는 반면, 우리별3호는 우리나라 고유의 초소형위성 모델로서 명실상부한 독자위성 개발능력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별3호의 경우 위성을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장치를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스스로 설계, 분석하고 제작한 것이다. 우리별3호는 100kg급 초소형위성에서는 거의 적용된 바 없는 3축 자세안정화 방식을 채용하고, 13미터급 해상도의 선형 CCD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100kg급 초소형위성 분야에서 우리별 3호의 성능은 지금도 거의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신반의했던 최첨단 위성 발사 프로젝트가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에서 성공하자 전 세계 우주개발 업계가 깜짝 놀란 바 있다. 우리별3호 개발에는 총 80억원이 소요됐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나 무궁화 위성과 같은 중대형 위성개발에 소요된 2000~3000억원의 규모에 비하면 5%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별3호 개발에는 전혀 추가적인 기술이전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에 흘러간 자금은 단지 위성체 개발을 위해 소요된 부품과 재료 구매를 위한 것이 전부였다. 소규모 연구개발비로 기술력 확보, 전문인력 양성, 위성체 제작경험 확보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올린 셈이다. 아울러 우리별3호 개발은 소형 인공위성 개발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별3호 기술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위성 시리즈로의 기술발전이 이어졌으며, 과학기술위성1·2호의 개발 근간이 됐다. 또한, 인공위성연구센터 출신 연구원들이 세운 벤처기업 쎄트렉아이가 개발한 국외납품 위성(말레이시아 Razaksat, 아랍에미리트 Dubaisat)의 경우도 결국 우리별3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잘려도 좋다"…KAIST 인공위성센터의 '작심발언'?
 

▲명로훈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 ⓒ2009 HelloDD.com
"소장직을 걸고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말하겠습니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모든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항우연이 모두 총괄하고 있습니다. 국가 우주개발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해야 합니다." 명로훈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별3호 10주년을 맞아 가진 대덕넷과의 인터뷰에서 "우주개발의 주체간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면서 서슴없이 작심발언을 했다. 명 소장은 "대형 인공위성 개발은 항우연이 맡고, 소규모 위성은 인공위성센터 등 프로젝트를 잘 해낼 수 있는 기관이 책임지는 방식인 과거(1999년 우리별 위성 시리즈 개발 당시)로 돌아가는 편이 국가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규모 위성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대학이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대학 중심으로 운영이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명 소장에 따르면 소형 인공위성 분야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 사업 책임자가 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저비용으로 개발되어야 할 연구 프로젝트들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명 소장은 "99% 항우연에 집중돼 있는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분산되어야 한다"면서 "우주개발의 국내 개발주체간 종속화 양상에서 벗어나 경쟁구도 양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 소장은 "세계적으로 소형 인공위성 군집화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적으로 소형 인공위성과 대형 인공위성 개발 기관간 역할분담이 시급하다"고 재차 센터의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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