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의 속을 들여다보니............ 단점 해부

"아니 연구원만 있다면 어떻게 회사가 굴러갑니까?" 16명의 회사인력중 기술인력이 14명이라는 A회사의 설명에 투자자들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기업이라기보다는 연구소에 가깝다는 반응들이다.

만일 국내 투자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IR이었다면 "기술 기반 회사니까...."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게 들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마켓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는 실리콘밸리는 다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단계에 따라 투자심사 기준이 다릅니다. 만일 아이디어나 기술을 갖고 있는 상태라면 Angel을 찾아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earlyexit 찰스박 사장은 통상 Angel들이 투자 단위는 백만불단위이고 이때 심사기준이 되는 것은 창업자의 의지와 사업 아이템이란다.

1차 펀딩에서 받은 자금으로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사내 시스템 갖추기. CEO, CFO, 인사팀 등으로 구성된 팀을 짜는 것이다. 그리고 사원들의 업무와 일하는 형태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 본격적으로 상품화 작업에 뛰기 위한 준비를 끝내는 것이다.

운영자금이 6개월 정도 남았을 때 양산체제를 갖추고 마케팅에 나서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2차 라운딩에 들어간다. 2차펀딩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기업의 팀이 제대로 짜여졌는가 하는 문제. 이 단계에서는 보통 천만불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한국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나갈 때 2차펀딩을 노리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팀이 제대로 짜여졌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기술의 우위성만 아무리 주장해봤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기술은 기본이고 이제 이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팀이 이뤄졌는가를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2차펀딩에서 모은 자금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준비한다. IPO를 앞두고 진행되는 3차라운딩에서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실현이 투자심사 기준이 된다. 양산체제가 갖추고 상품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만큼 보다 충분한 마케팅비용을 투입, 마켓세어를 늘리고 이익도 키우는 단계인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에 대한 심사에서 사업계획서를 인정받아 3차 펀딩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곧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실리콘밸리IR에서 투자자들과 현지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미국식 기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햇다.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인정하지만 기술이 곧 비지니스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덕밸리의 약점은 특유의 폐쇄성(Closed mind)에서 나온다. iPARK의 박영준소장은 "지난 연말 서울에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리콘밸리 트렌트에 대한 초청강연을 했는데 3백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룬 반면 얼마 후 열린 대덕밸리 강연에서는 겨우 20여명이 몰려 당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 출신의 관행을 버리지 못해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을 걸어 닫고 연구 활동에만 전념,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제품이 출시될 경우 이미 개발 초기의 환경과는 달라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항상 시장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구성과 운영도 보다 전문적으로 바꿔야 한다.

기술인력 뿐만 아니라 마케팅, 재무관리 등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각부문의 전문가들을 확보, 팀플레이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벤처기업은 기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기술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플레이를 하지 않고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덕넷=유상연/구남평기자 flint70@hellod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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