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 분석과학시리즈⑪]해부 없이 세포 위치·분포 파악 가능

신약개발이나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 동물들에게 약과 치료법을 적용하는 전임상 실험은 독성과 부작용 판단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개발한 신약과 신기술이 오히려 사람에게 해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단계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흰 쥐나 토끼 등의 소형 동물부터 사람과 가장 유사한 원숭이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실험에 사용된다. 하지만 전임상 실험 과정에서 약품의 독성과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많아 연구자들은 동물보호단체들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동물 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도 생명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해마다 동물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는 있지만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는 힘들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 춘천센터 생체영상팀은 이런 동물 사용 연구 문제점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석과학 기술과 장비를 보유·연구하고 있다.

춘천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는 생체영상화 분야. 생체영상화 분야 기술은 세포, 대사현상, 단백질합성 등 다양한 생체 분자 현상을 영상화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관련 기술이 질환 동물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과 암의 조기 진단, 악성 여부 판단 등에 주로 사용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생체영상화 연구를 진행하는 춘천센터의 핵심 장비로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장비인 PET과 형광·발광영상장비, IVIS 200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한 소동물 연구용 장비 PET-CT는 최근 연구용 뿐 아니라 의료용으로도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PET에서 영상을 획득하는 방법은 먼저 생체 내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¹¹C, ¹³N 등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싸이클로트론이라는 가속기에서 생산하고, 암과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유기화학물이나 단백질 등과 결합시켜 방사성의약품을 합성한다.

합성이 완료된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하고 이것이 전신에 퍼지게 되면 암이 있는 세포나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분포하게 된다. 이 때 방사성의약품은 두 개의 감마선을 발생시키고, 이를 원형 검출기로 측정해 방사성의약품의 체내분포를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때 주로 사용되는 약품이 FDG다.

종양세포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정상세포에 비해 3~8배 더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종양이 있는 부위에선 FDG의 섭취가 높다. 그래서 종양이 있는 부위에는 FDG가 집적되고, 이 때문에 정상 부위와 차이를 보이는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PET의 가장 큰 장점은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하면 질환동물을 해부하지 않고 치료제의 작용 경과를 살펴볼 수 있어 연구단계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경과 추이를 살펴보는데 있어 좀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PET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영상장비 중 민감도가 가장 좋아 사람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유명 병원에서도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진단용으로 사용률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PET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해상도를 보완하기 위해 CT영상장비와 결합한 PET-CT 장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치료제나 세포의 변화 등을 해상도가 높은 단층 사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돼 각종 생명과학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은경 기초연 춘천센터 생체영상팀 박사는 "기상도와 지형도를 따로 두고 보면 어떤 지방이 어떤 날씨인지 연상하기 힘들지만 겹쳐놓고 보면 바로 알 수 있다"며 "PET과 CT의 융합도 마찬가지로 PET이 병소의 분포를 파악해주면 CT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VIS 200도 PET과 마찬가지로 검사 대상을 해부하지 않고 검사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소동물 연구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영상을 획득하는 방법은 형광 또는 발광 물질을 체내에 주입하고 거기서 나오는 빛을 측정해 병소의 위치나 크기 등을 파악하게 된다.

두 장비 모두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알쯔하이머나 암과 같은 난치성질환의 진단이나 치료제 효과 평가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 박사는 "최근 과학계의 트렌드가 융합으로 가고 있는 만큼 최고의 해상도와 민감도를 갖출 PET-MRI 장비도 곧 나올 거라 생각한다"며 "기초연에서도 이런 생체영상화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분석의 정밀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초연 춘천센터가 보유한 PET-CT 장비. ⓒ2010 HelloDD.com

▲형광물질을 투여해 상태변화를 살피는 IVIS 200. ⓒ2010 HelloDD.com

▲유은경 박사가 PET을 이용해 나온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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