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선택한 장하진 학생…"의학연구장비 개발이 꿈"
연예기획사 연습생 3년, 수학과학 영재 3년, 학생회장 1년

만일 당신에게 연예인과 과학자 중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얼마 전 어린이 포털사이트 '다음 키즈짱'에서 어린이 1만 478명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 2명 중 1명이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선택했다. 최근 십여년 사이 연예인은 최고의 희망직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KAIST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연예인의 길을 마다하고 과학도의 길을 택한 학생이 있다. 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대형 연예기획사의 눈에 들어 연습생 생활도 3년을 거친 검증 받은 '끼'의 소유자다. 장하진(10학번·무학과) 학생은 연예기획사에서 예비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주최한 전국대회에서 '얼짱 1위'로 선발된 후 연예계 데뷔를 위한 집중 훈련을 받았지만 결국 과학도의 꿈을 버리지 못해 '소녀시대 멤버' 대신에 'KAIST 신입생'을 선택했다. 처음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 양은 인터뷰 장소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처럼 눈에 띄는 외모였다. 사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대부분 청소년들이 꿈꾸는 연예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말에 약간의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런 의구심은 눈 녹듯이 씻겨 내려갔다. 그녀의 말에서 가지고 있는 신념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워낙 편안하게 인터뷰에 응해줘 취재하는 내내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연예 기획사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 대회 규모로 열리는 오디션 대회에 응모한 적이 있어요. 춤, 노래, 모델 등 각 분야에서 1등을 뽑고 다시 대상을 뽑는 대회였는데 대상은 못타고 '외모' 부문에서 1등을 수상했어요. 그 후에 기획사에서 오디션 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와서 보게 됐죠." -원래 연예인이 되고 싶었나요? "막연하게 '가수가 되면 좋겠다'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꼭 가수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대회도 사실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라기 보다 대회 상금이 탐나서 나갔었죠.(웃음) 그런데 운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회 1등을 하고 연예 기획사에도 들어가게 된거죠."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은 학업도 열심히 하고 연예인 준비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으면 하라고 하셨어요. 항상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고 믿어주셨거든요. 그래도 크게 반대는 안하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학업에 더 집중하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연습생 생활은 어땠나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말에 오디션을 통과하고 실제 연습생 생활은 중학교 들어가면서 시작됐어요. 학업을 소홀하게 할 수 없어서 정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연습실로 가서 밤 11시까지 연습을 했어요. 휴일에도 아침 9시에 나가서 밤 11시까지 연습을 했죠. 가끔 쇼케이스가 있을 때면 새벽까지 연습한 적도 많아요. 춤과 노래는 물론 연기, 중국어까지 많은 걸 배웠어요." -기획사를 떠난 이유는 뭔가요? "사실 연예인 연습생 생활이 굉장히 힘들어요.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매일 연습하러 가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 생활이 반복되니까 지겨웠어요. 또 외모나 몸매를 관리해야해서 한창 먹고 싶은데 참는 것도 힘들고, 매일 같이 연습하는 친구들과 경쟁해야 된다는 것도 굉장히 스트레스였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지쳐갔던거죠. 결정적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시험기간에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연습을 빠지고 공부를 했었거든요. 그래도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나와서 결국엔 그만두게 된거죠." -연예인이 되는 걸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나요? "제 의지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그렇다고 연습생으로 생활한 3년이 가치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인들이 흔히 겪기 힘든 일을 경험한 거 잖아요.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든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나요? "연예인이 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서 연예인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싶진 않아요. 물론 기회가 오면 잡고는 싶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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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로 입학했다고 들었어요. "수학과 과학 성적이 좋았고, 사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것과 리더십을 인정받아서 합격한 것 같아요. 사실 혼자 공부하게 된 계기가 학원의 학습 방법이 안 맞아서였는데 그게 도움이 된거죠. 또 일산 백석고 재학시절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리더십 점수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자신만의 공부법이 있나요? "저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요. 사실 주변 친구들은 모르는 건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고 공부도 학원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전 정반대였죠.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쉬는 시간마다 질문할 내용을 수첩에 적어서 선생님들을 찾아갔죠. 선생님들이 다른 친구들은 자주 찾아오지 않아서 언제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어요.(웃음)" -KAIST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수학과 과학을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대학을 진학할 때 꼭 이과로 진학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죠. 우리나라 이공계 중에는 KAIST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꼭 오고 싶었는데 학교장 추천 공문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교무실로 달려갔죠.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 -직접 만나본 KAIST의 느낌은 어떤가요? "오기 전에는 연구만 하고 공부만 하는 대학이라고 생각했어요. KAIST 캠퍼스에는 사람도 안 걸어다닌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와서 보니까 너무 활기차고 재밌어요. 미적분학 같은 수업도 대학과정이라 많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수업을 들어보니까 제가 아는 내용을 조금씩만 심화한 내용들이라 오히려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영어 수업이 어렵지는 않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겁났어요. '대학교 수업은 그냥 해도 어려울텐데 영어로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요. 그런데 지금 겪다보니 오히려 재밌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도 학생들을 배려해서 쉬운 단어로 강의를 해주시고 그러다 보니 더 풀어서 설명해주셔서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동아리 활동하고 있는 것은 있나요? "원래는 춤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부모님도 별로 안 좋아하시고 그러셔서 축구동아리 허리케인에 매니저로 가입했어요. KAIST를 많이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KAIST 홍보대사 카이누리에도 가입했고요." -대학생활 중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요? "뭔가를 콕 집어 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대학 생활 자체를 즐기고 싶어요. 공부도 많이 하지만 대학교는 많이 자유스럽잖아요. 그래서 그냥 자유롭게 즐기고 싶어요. 아직 연애 경험이 없어서 남자친구도 생기면 좋겠어요.(웃음)" -꿈이 뭔가요? "저는 전부터 물리랑 생물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두 가지 학문이 모두 필요한 의학과 관련된 기계를 개발하고 싶어요. 또 뭔가 탐구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공부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에서 하진 학생은 자신이 가진 끼의 일부를 보여줬다. 연예인 못지 않은 멋진 포즈를 취해 준 것. 그는 마지막으로 KAIST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하고 싶은 일을 정할 때 무조건 남들을 따라가려 하지 마세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꿈을 향해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열심히 실천한다면 분명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22일 추가 인터뷰에 응한 장하진 학생은 기사가 나간 후 갑작스런 관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기사가 보도된 시점이 시험기간인 탓에 주변에서 몰려드는 연락은 더욱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기사를 본 다른 언론사들과 방송국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고 있는 것. "지금 많이 얼떨떨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고맙지만 연예인이 되겠다고 취재에 응한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지금보다 진정한 과학자가 됐을 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래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 꿈은 과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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