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익 생명연 박사, 천연 자생식물 활용해 돌연변이 'ZERO' 도전

40대 사망원인 1위, 30대 사망원인의 3위인 간질환. 그 중에서도 B형 간염은 만성 간염과 간경변증 환자의 73%, 원발성 간암의 약 77%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될 정도로 만성 간질환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B형 간염은 간암을 유발시키는 질병으로 치료를 하지 않는 한 항상 간암 발병 위험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라미부딘, 인터페론과 같은 B형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도 시중에 많이 출시돼 있는 상태다.

인터페론은 면역력을 일시적으로 높여주고, 라미부딘은 DNA 중합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복제를 막아 일시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장기 복용시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e항원이 계속 분비돼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전되는 확률이 높다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따라 의사들은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시점에 맞춰 치료제를 환자에게 교대로 처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박영훈)의 이영익 박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 다른 돌연변이 발생 원인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박사는 연구를 시작하면서 기존 치료제의 효능은 유지하고 e항원 분비, B형간염 바이러스와 간세포 결합, 중합효소인 폴리메라아제(Polymerase) 복제 등이 이뤄지는 시점에서의 돌연변이 바이러스 발현 억제를 신약 개발의 목표로 삼았다. 신약 개발을 위해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억제 성분을 지닌 재료를 찾는 것.

B형 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그가 기존에 연구하던 유전적 방법이나 화학적 방법에서는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자생식물에 원하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2006년부터 자생식물기술개발사업단(단장 정혁)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자생식물을 이용한 연구가 시작됐다.

이 박사는 먼저 자생식물기술개발사업단의 식물추출물은행에서 예전부터 간질환 치료에 사용된 식물 135종을 선발했다. 그 중에서 직접적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능을 지닌 식물 8종을 추려냈고, 진주초를 포함한 세 종류의 자생식물을 최종 선택했다. 선택한 자생식물들의 억제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어 동물 모델에 실험했다.

그 결과 10^6/1(10의 6승 분의 1)이던 돌연변이 발현율을 10^18/1(10의 18승 분의 1)로 낮춰 기존의 치료제와 비교해 현저히 나은 효능을 보였다.

"이번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세 종류의 자생식물에서 각각 다른 시점의 변형을 억제하는 성분을 찾았다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항바이러스 제재와는 작용 기전이 전혀 다른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 겁니다."

그의 연구는 현재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 단계를 거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임산부가 보유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염된다는 점에 주목해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낳은 새끼에게 개발한 치료제를 투여하고, 바이러스를 보유한 새끼에게 치료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의 효능 검사와 개발 과정에 있었던 결과를 보면 현재 하고 있는 안전성 평가 과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며 "동물 실험이 끝나면 한국 FDA 규정에 따라 본격적인 제품화 과정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20년 동안 해온 이 박사는 B형 간염을 넘어 간경화 치료제, 더 나아가 간암까지 관여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욕심을 갖고 있다. "간이 인간의 중심기관 중 하나인 만큼 대사질환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싶습니다.

자생식물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듯이 앞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같은 성격의 사업단이 연구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치료제 개발에 사용된 진주초.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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