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큐어팜 "중동·유럽 의약품 시장 접수"
유럽 진출 조인트벤처 설립 교두보 마련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의 외국 수출실적은 대기업조차 미미합니다. 수출을 하고 있더라도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다국적기업들이 차지하고 있기때문이죠. 이번 터키 수출은 그런 점에서 큰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조인트벤처 설립을 앞두고 있어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수출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바이오벤처 바이오큐어팜(대표 이상목)은 지난 19일 터키의 레굴론 제약회사와 합의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1500만 달러 규모를 2년간에 걸쳐 공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B형 간염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로 등에 이용되는 인터페론과, 신규 항암제, 건선염·관절염 치료제, 빈혈치료제,항암 보조제 등이다. 이중 항암보조제와 인터페론이 터키에 수출될 예정이다.

이상목 대표는 "이번 계약은 시작이다. 이미 공동투자안은 마련된 상태다. 27일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해 레굴런 본부가 있는 아테네에 가기로 했다"면서 "이는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이집트, 말레이시아, 태국과도 이미 MOU를 체결한 상태다"면서 "이번 터키 계약이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조인트벤처 설립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1년에 15만 마일 발로 뛴 결과, 믿고 투자해준 친구들과의 약속 큰 힘

이런 성과는 단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 대표가 중동의 국가들과 MOU를 맺으며 이번 계약이 있기까지는 2005년 회사설립부터 전 세계를 발로뛰며 얻은 결과다. 그가 지난해 다닌 항공 거리만 15만 마일, 24만km가 넘는다. 전 세계의 항공기 시간표를 다 외울 정도다.

그를 이처럼 발로 뛰게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나를 믿고 투자해준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고 담담히 전하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생물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 제약회사에서 연구와 생산총괄팀장으로 23년 동안 근무했다. 생산총괄업무까지 맡았을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가 창업을 결정한 것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에 대한 매력과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약품은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해외수출이 거의 없고 있다해도 성공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안타까움에 이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이오 의약품은 임상실험까지 마치고 생산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유전자 재조합 또는 세포배양 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단백질이나 호르몬 등을 의미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품으로 바이오 의약품과 비교해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크다.

그러나 창업을 앞둔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자금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대학 동기들을 사무실로 불렀다. 20년만에 연락된 친구들도 있었지만 부산에서 대전까지 먼길 마다않고 26명의 친구들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 대표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우리가 대학때 배운것은 신념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면 성공한다고 배웠으나 실제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러니들이 많이 힘들게 했는데 내가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열정과 성실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진실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가능성과 앞으로 전망을 설명하며 투자를 요청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 친구들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삶의 자세를 신뢰했고 그 자리에서 투자금을 모아주었다. 적게는 2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5000만원까지. 단숨에 5억이 마련됐다. 친구들이 모아준 자본금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생산과 수출 활동에 주력할 수 있었다.

◆무슬림 국가들과의 MOU, 조인트벤처로 의약품 수출 강소기업 멀지않아

"우선 시장조사를 통해 가능성 있는 지역을 선정했죠. 지난 5년간 터키, 이집트,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국을 집중공략 했습니다. 이번 계약체결로 앞으로의 진행은 보다 빨라질 것입니다.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의약품 수출 강소기업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이 대표는 시장조사를 통해 4개국을 선정했다. 의약품 수출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들 문화에 대한 이해다. 이들 나라 대부분 무슬림을 종교로 가지고 있어 생활문화도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 오전 6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으로 일이 진행되지만 그들은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점심 시간, 밤 10시가 지나서야 저녁식사를 하는 문화다.

그가 견디기 힘들었던 또 다른 하나는 음식차이다. 우리는 국물음식이 많은데 그들은 국물없는 음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랄(Halal, 일종의 기도)과정을 거친 후 조리된 음식만 식사를 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번거로움도 있었다.

업무 진행 역시 목표를 정해서 진행하기보다는 '인샬라(알라신의 뜻대로)'를 연발하며 시간개념이 정확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약속 시간이 정해 있는데 그들은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다음 일정이 바로 있을때는 답답하기가 말할 수도 없죠. 그렇지만 그런 문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저에 대한 그들의 신뢰도 높아갔습니다."

그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으로 4개국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지난 19일 처음으로 터키와 계약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수출 계약에 만족하지 않는다. 터키를 비롯해 MOU를 맺은 이집트,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생산과 수출까지가 그의 목표다. 가장 먼제 계약을 한 터키와는 조인트벤처 설립도 최종결정만 남은 상태다.

조인트벤처는 상대국이 재화나 기술을 출자하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클때만 가능한 기업형태다. 이상목 대표는 조인트벤처를 '서로 결혼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모르는 서로가 만나 잘 하면 화기애애 행복해지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너지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로 믿음이 커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가 이처럼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기술만 이전하고 수익을 챙기기 보다는 MOU를 맺은 국가의 기업에서 의약품 생산까지 안정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바이오큐어팜이 벤처 회사로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 의약품은 똑같은 재료를 이용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기술만 이전해서는 성공할 확률이 낮다. 그들이 그 노하우를 익힐때까지 지원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번 계약이 있기까지 그가 겪은 벤처기업의 애환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의약품 수출계약을 체결하기위해서는 우수의약품의 제조·관리의 기준인 GMP공장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원료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두개의 공장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인 바이오큐어팜이 이런 시설을 갖추기는 어려운 일. 이 대표는 "자금과 기반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국으로부터 계약조건을 변경하자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반사였고 회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했었다"면서 "다행히 바이오벤처사업단의 공장 설립이 마무리 단계고 그간의 신뢰로 이번 계약 체결되면서 나머지 국가들과의 계약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이번계약은 바이오큐어팜이 2년간 1500만 달러 규모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 이외에도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수 있는 전초단계의 계약으로 의미가 크다. 터키에 조인트벤처가 설립될 경우 인근 독립국가연합(CIS)국가 및 중동국가로의 수출계약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유럽국가를 상대로 대규모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공급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지난 5년간 그의 숨 돌릴 틈 없는 활동들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홈페이지를 영문으로 구축하고 바이오큐어팜이 해외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남미, 미국, 동남아시아 등 40여 개 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구매를 요청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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