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산업 발전 위한 韓·美 과학자 활발한 교류
김정은 부사장, 길리아드 성공스토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7일 오후 6시(현지시간), 한국 BT발전과 신약개발 전략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국과 미국 바이오산업의 우수 인재들이 미국 서부연안에 모였다.

이날 모임의 주체는 베이커스(BAKAS : Bay Area Korea Association Scientists). 미국 서부 베이지역의 한국 과학자들 모임이다. 이들은 미국 서부 연안지역에 위치한 암젠, 제넨텍, 길리아드 등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의 최신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스탠포드, 버클리 등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을 위한 지속적 네트워킹에 힘쓰고 있는 BT분야의 주인공이다. BAKAS(회장 김유중)는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센터장 현병환)와 공동으로 타미플루를 개발자로 알려진 한국 과학자 김정은 길리아드 부사장을 초청,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 상황에 적합한 신약개발전략'을 주제로 김정은 부사장의 주제발표와 현지과학자들의 의견교류 시간으로 진행됐으며, 샌프란시스코 현지 총영사관도 마지막까지 함께 자리해 한국신약개발의 발전에 뜻을 모았다.

김정은 길리아드 부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에 집중하라' '한국만의 아이디어, 상업적으로 재디자인하라' '결국은 사람이다. 실력있는 인재와 공정한 가치, 상호 신뢰·이해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를 키워드로 길리아드의 신약 개발 사례를 소개하고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노하우를 한국 과학자들에게 풀어놨다.

◆ 실력있는 인재와 소통하는 조직문화, 신약개발의 지름길

길리아드사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다. 2000년까지만 해도 매출 2억 달러 규모에 불과한 작은 회사였으나 재일동포 출신 화학자이자 길리아드사 부사장 김정은 박사가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현재 길리아드는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스위스 로슈사와 공동으로 타미플루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1994년 길리아드에 합류해 타미플루를 비롯한 7종의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주도해왔다. 길리아드는 당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질병에 대항하는 진보된 치료제개발을 위해 저분자화합물 개발로 전환, HIV, HBV, 인플루엔자 등 항바이러스분야에 집중했으며 이는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야한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그는 "단지 큰 회사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한국 신약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들이 다루지 않는 종목을 선택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 또한 "개발한 신약을 시장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내놓을 수 있도록 제약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조건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길리아드는 주사가 아니라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알약, 작은 사이즈, 안전성 등을 고려했으며 그 결과 제약계 반응은 역시 뜨거웠다.

그는 "에이즈 환자를 위해 큰 회사들이 좋은 약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이들은 하루에 20개씩 약을 먹어야하는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길리아드는 이 분야에 많은 신경을 써서 평생 먹어야만 하는 약을 줄일 수 있는 방향에 집중했고 그 결과 에이즈 치료제 부문에서도 급성장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길리아드 CEO인 존마틴을 비롯한 모든 임원진들이 과학자이므로 연구자의 의견을 버텀에서 톱까지 모두 알아듣고 서로 통할 수 있었다"며 "신약개발의 원리를 직접 이해하고 회사 방침을 이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가지 분야에 포커스한 훌륭한 기술, 상업화를 위한 아이디어, 매니지먼트와 과학과의 소통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있는 인재'"임을 강조하며 "이들을 통해 상호신뢰하고 이해하는 기업문화를 완성하는 것이 신약개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40년 전부터 인플루엔자 연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듯이 최근 제약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상업적으로 디자인하면 한국도 길리아드처럼 성공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 BT발전에 한목소리…'사람·전략·상업화·선택과 집중'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휘성 박사, 이상훈 박사, 이주웅박사, 현병환 박사, 이정관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김유중 박사  ⓒ2010 HelloDD.com

이날 포럼에 참여한 이휘성 CG파마큐티컬 박사도 역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제약회사의 미국지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이 박사는 독일과 미국간 신약개발 마인드를 줄이기 위해 진행된 연구인력 교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박사에 의하면 독일과 미국사람이 각각 활로 과녁을 쏘게 될 경우 각기 다른 프로세스가 적용된단다. 독일 사람들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과녁을 맞추는 프로세스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미국의 경우 어느 정도 겨냥되면 그냥 발사를 하고 혹시 맞지 않으면 이 결과를 보완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신약개발에도 이런 프로세스 과정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

현재 이 박사는 "한국회사의 미국지사에 다니고 있지만 국가간 신약개발을 위한 마인드 갭을 역시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이와 같은 갭은 역시 사람이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 신약개발경험 등의 지식적인 면에서 미국과 한국간 상당한 차이를 느끼고 있으므로 이 갭을 줄이기 위한 교류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파멥신 부사장은 한국신약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외국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에 의하면 남들이 하는 것을 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는 두개 타겟을 동시에 잡는 전략을 생각해냈다. 그 결과 2008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로부터 백만 달러 투자를 받았으며 이후 오리메드, 녹십자, 동양 vc, 새한vc 등으로부터 3백만달러 투자유치를 확약받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파멥신은 과학자 세 사람이 만든 15명의 작은 회사에 불과하다"며 "작은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아이디어와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외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영근 제넨텍 박사는 한국에 적합한 신약개발을 위해 한 가지분야에 포지셔닝하고 모든 전략을 투입해야한다는 김정은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일본에서 만든 워크맨, 한국의 엠피쓰리, 이들을 뒤집은 것이 애플이며 지금은 모든 회사들이 아이팟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제약계도 이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가지분야를 선택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실패경험을 예로 들며 신약개발에 들어서기 전 시장을 먼저 파악하고 목표를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성능이 좋은 기술을 발견했고 동물실험도 잘 마무리되었지만 사람이 복용해야하는 약의 양이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 그는 "마우스나 랫이 아닌 인간의 질병을 위한 약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므로 연구가 진행되면 동물모델을 어떻게 휴먼질병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신약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웅 암젠 박사는 "한국에서도 많은 제약사들이 바이오 시밀러를 하고 있지만 일본·중국 등의 나라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한국에서 만들어 어디로 팔 것인지, 상업적 방향을 잡고 제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날 사회를 맡은 김유중 길리아드 박사는 "한국의 BT에도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미과학자들도 스스로 성장하고 서로 정보를 나눈 만큼 한국과의 정보나눔을 보다 활성화하고 이와 같은 열기에 기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많은 제약회사들이 미국의 암젠, 길리아드 등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하고 있으며 길리아드 성공 스토리는 앞으로 한국기업 성장의 좋은 가르침이 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정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인사말에서 "700만이 넘는 해외동포는 국가자산이며 그 중 BAKAS와 같은 한인과학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또한 "국가발전은 한사람의 우수한 능력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고 이와 같은 긴밀한 협의와 네트워킹을 통해 역량을 결집시켜야한다"며 "네트워킹의 모범적인 예를 보여 우리나라 바이오텍산업, 정부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기업인들 모임인 BAKAS 회원들과 진행된 생명공학정책연구포럼에서 단체사진.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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