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분석과학시리즈 21] 1조 분의 4초 시분해능 지닌 형광 현미경
나노-바이오 원천기술 확보 핵심 분석장비

요즘 과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장점을 활용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융합연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융합연구가 진행될 때 중요시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물성이다. 물성이란 물질의 전기적·자기적·광학적·역학적·열적 성질 등을 일컫는 것으로 기본적인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융합연구를 할 때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는 물질의 소형화와 함께 나노 크기 개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단순한 물성이 아닌 '나노물성'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노 크기 개체의 물성은 기존 거대 입자의 물성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높은 활성이나 물성을 발현하기 때문에 물질의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다.

하지만 머리카락보다 작은 10억분의 1미터에서 1000만분의 1미터 크기인 나노 물질의 물성을 관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노 크기 개체에서 발현되는 형광 현상은 주로 초고속 시간대에 해당하는 1조분의 1에서 1000만분의 1초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에 특성을 파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박준택) 강릉센터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월부터 FLIM(시분해 형광 영상 현미경)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FLIM은 시료가 되는 물질에 빛을 쏘여 거기서 나오는 형광 빛을 통해 형광 수명시간, 에너지 전이 효율 등의 물리적 정보를 뽑아내고 이를 모아서 영상화 하는 분석 장비다.

보통 형광체들은 빛을 받았을 때 들뜬 상태로 올라간 전자들이 바닥상태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에너지 변환 경로를 거친다. 이 때 변환되는 에너지 경로나 양의 차이로 인해 방출되는 형광의 세기는 시간과 위치, 그리고 주변 환경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물질에서 발현되는 형광 현상은 피코 초 단위에서 수백 나노 초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했다 소멸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보통의 형광 현미경에서는 극초단 현상은 관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반 사진과 같은 연속적 영상으로 표현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그래프나 스펙트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형광 시그널을 시간대별로 얻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빛을 비춰주고 빠르게 뚜껑을 닫아준 후 암전 상태에서 단일 광자를 극초단 시간대에서 검출한다.

FLIM은 이를 위해 현미경 자체에 주사기능을 포함시켜 해당 동작을 한 픽셀 당 수백분의 1초의 측정시간 동안 약 10만 번 가량 반복하도록 설정해 놓았다.

이를 통해 각 픽셀 별로 자세한 물리적 신호를 뽑아내게 되고, 이렇게 수집된 물성신호를 각각의 픽셀에 맞게 구성해 나노 물성의 영상을 얻는 것이다. 특히 한 픽셀에 머물 때마다 1조분의 4초의 시분해능으로 고속의 형광 빛을 쪼개 읽을 수 있어 기존에 비해 직관적인 영상화가 가능하다. 보통 수십만분의 1초의 시간 분해능을 가진 초고속 카메라가 빠른 셔터 움직임으로 아주 짧은 순간의 장면을 포착할 수 있듯이 FLIM도 높은 시분해능으로부터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FLIM은 영상화 된 결과물 각각의 픽셀마다 고유의 색깔을 부여해 특성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 때의 색깔들은 각각의 픽셀의 형광 수명 시간에 대한 정보를 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영상화 된 결과물은 기존에 그래프나 스펙트럼으로 얻던 결과물에 비해 나노 물성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강릉센터 채원식 박사는 "우리에게 시료 물성 분석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나오는 결과물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나노 물성 정보가 직관적인 영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여러 분야에서 향후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FLIM은 이미 많은 연구에 참여하며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공간상에서의 에너지 변환과 관련된 나노 섬유에서의 에너지 전이 효율을 측정하는 연구를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광기능성 실리카 나노섬유 연구와 탁월한 분자 감지 능력을 갖는 플라즈몬 금 나노기공성 광결정체에 대한 연구를 미국 일리노이대학과 국제협력 연구로 진행 중에 있다. 이외에도 센터가 위치한 영동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해양바이오 및 신소재 분야' 기술 지원을 위한 연구들을 계획 중에 있다.

채 박사는 "나노물성이 다른 연구의 기본이 되는 만큼 태양전지부터 첨단 기능성 재료개발, 식물, 해양바이오, 제약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므로 관련 연구분야 분석지원에 적극 활용 하겠다"며 "앞으로 나노물성 영상화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관련 기술 분야 발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형광 현미경 계의 '초고속 카메라', FLIM의 모습. ⓒ2010 HelloDD.com

▲FLIM으로 측정한 민들레 꽃가루의 모습. 서로 다른 색의 픽셀 하나하나가 나노 물성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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