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클럽 토론회...이공계 기피현상 대책마련 한목소리

"이공계 기피현상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만큼 중요한 문제다. 이를 간과하고 넘어갈 경우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대덕클럽(회장 신성철)이 지난 29일 오후 7시 엑스포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 및 과학기술자 위상 제고방안' 토론회에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덕클럽 회원 30여명을 비롯해 대덕밸리 과학기술자, 이상희 한나라당 대선후보 등이 참가해 이공계 진학 기피현상에 대해 열띤 논의를 나눴다. 특히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한 사람이 모멘텀을 이끌어 간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에서 기계연구원 이후상 박사는 '우수 과학기술인력 유치방안'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과 장단기적 대책, 연구원 사기진작책 등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과학기술자의 불안전한 신분과 사회적 경제적 처우 악화,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과 태도, 인문계 중심의 사회구조 등 총체적인 복합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방안으로 ▲과학기술 중시의 국정운영 ▲과학기술자 위상제고 ▲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제고 ▲과학기술교육시스템 개선 ▲정부출연연 연구원 사기진작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특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설계와 국가 R&D 시스템 정비차원에서 정부출연연 연구원의 사기진작이 가장 필요하다"며 "연구환경 확보와 처우개선, 유연성 있는 연구관리체계, 전문분야의 지속적 연구 보장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과학기술부 최석식 과학기술정책실장은 '과학기술자 지위향상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 극복과 정부출연연 연구원 사기진작을 위한 종합대책을 설명했다. 최 실장은 "우수한 두뇌가 과학기술계에 진출해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예비과학기술자와 재직과학기술자, 퇴직과학기술자 등으로 나눠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오는 3월 전담작업팀을 구성해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과학기술자들은 스스로 강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말고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중심축으로 제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주요 발표내용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

이공계 진학 기피현상은 입시위주 교육과 주입식 교육 등 현 교육체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문계 출신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한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이 같은 문제를 일소에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이공계 육성방안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과학기술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즉 과학기술자가 되면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알려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 사장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에겐 최고의 대우를 해 줌으로써 과학기술계로의 진출을 유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LG에 근무할 당시 대학교수 월급의 4배를 받는 조건과 자동차와 집을 제공해 주는 댓가로 입사했다. 최고의 대우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하면 우수 과학기술인력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고 이공계 진학 기피현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KAIST 이용희 교수

공과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다. 자녀들은 장래에 과학기술자가 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볼때 과연 자녀들이 과학기술자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설뿐이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자가 필요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이러한 풍토와 사회가 조성된다면 굳이 과학기술자의 처우와 위상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자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자가 필요한 사회가 되려면 앞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과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설득해 나가는 일련의 일들이 선행돼야 한다. '스타 과학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도 이러한 일의 일환이 될 수 있다.

 대덕클럽 최순달 초대회장

대통령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 곁에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청와대 과학정책 수석비서관'의 신설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총체적 위기사항을 알려주고 반영해 줄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다. 통치자의 과학기술에 대한 애틋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이를 전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설치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