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전임 두 기관장 대구·광주 고향 앞으로
현장에선 "지역발전 열정있는 인사가 절실" 의견 봇물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광주 출신의 강계두 이사장이 고향 발전을 위해 광주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대인 강 이사장은 "인생 여정에 고향 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말을 건네며 대덕을 떠났다. 이에 앞서 초대 특구본부 이사장도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대구행을 택한 바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을 맡아 기업의 대구 유치, 대구R&D특구 지정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역대 특구 이사장들이 임기후 또는 도중에 고향으로 내려간 현재 상황을 돌이켜 보면 대덕에 있을 때는 대덕R&D특구 집중 지원을 설파하다가, 이제는 대구와 광주R&D특구의 분산 예산 투자를 강조하는 상반된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면 대구와 광주도 정부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과 지역 혁신이 활성화되면 나쁠게 없다. 문제는 대덕이다. 가장 많은 연구인력과 장비가 있다. 실질적인 과학의 중심지이다. 그런데 대덕특구로 지정된 후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 발전의 원동력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덕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타 지역에도 특구를 지정해 경쟁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이미 연구개발특구를 관장하던 정부 조직도 이전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획단'이었지만 현재는 '연구개발특구기획단'으로 '대덕'자가 슬쩍 빠졌다.

역대 대덕특구 이사장들은 대덕특구 지정 목표에 걸맞게 지역 커뮤니티를 180도 뒤집을 만한 새로운 내용을 찾아내 실체적 활성화를 명쾌하게 주도하지 못했다. 열심히는 했지만 잘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기존 특구본부 이사장에 대덕 과학자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은 기획재정부 고위공무원 출신인만큼 예산 확보와 행정조직 체계의 틀이 제대로 마련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예산은 줄고 있고, 조직적 역량과 행정의 틀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구본부의 핵심보직 기술사업화센터장도 뚜렷한 성과없이 최근 사표를 내고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구본부를 이끌 핵심리더 2인이 갑작스레 빠진 셈이다. 대덕특구 운영의 핵심기관인 대덕특구본부가 어떻게 현재 상황으로 빠져들게 됐는지 진중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구 지정 이후 지난 6년간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만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그간 사례에 비춰 차기 특구 이사장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중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의 하나는 출신지역 관련. 그동안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온 사람들이 고향 앞으로 한 상황에서 이제는 대전충청이란 지역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 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무 역량은 높을지 모르나 지역에 대한 열정이 없으니 감탄고토(甘呑苦吐)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덕특구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낙동강 오리알처럼 버려지는 꼴이 되어 버렸다는 비아냥이 흘러 나온다.

갈 사람은 가면되겠지만 남아있는 대덕특구 과학자들은 자괴감이 들수 밖에 없다. 조만간 제3대 특구본부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절차가 시작된다. 분명한 것은 대덕의 과학기술 자원을 국가적 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차기 특구본부 이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이 대덕특구 입장에서도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2005년 출범이후 제대로된 성과를 못낸만큼 다음 이사장도 지지부진한 결과를 낼 경우 특구는 계륵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미래 경쟁력을 위한 큰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 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막아야할 일로 여겨지고 있다. 차기 대덕특구 이사장은 대덕특구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

공모에 응하는 인사들도 높은 자리 하나 차지한다는 낮은 차원이 아니라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활성화시킨다는 높은 차원의 생각을 갖고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과학기술로 국가산업을 주도한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고 미래 국가 성장동력의 흐름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장에서는 차기 이사장은 대전충청 출신의 인사가 오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사람처럼 고향앞으로 할 일은 없으니, 능력 있고 열정 있는, 검증된 인사는 가산점을 주어서라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물론 지역을 초월해 우수한 인사를 초빙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미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대구와 광주로 전임들이 간만큼 더 이상 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조성 소리도 나온다. 우수한 인사를 초빙하는게 우선이고,

지역성이란 것도 이번에는 감안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지 않나 여겨진다. 대덕의 과학자와 기업인 등 지역 구성원들도 특구 이사장 적임자에 대한 의견과 관심, 그리고 특구 활성화를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참여가 공동체를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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