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화학愛 빠지다③]'쓰레기'가 자동차를 움직인다?

쓰레기서 나오는 메탄가스 정제해 연료화
화학연, 수도권매립지공사와 막분리 정제공정 공동 연구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끝내고 현재로 돌아와 공원을 산책하던 '마티'에게 2015년 미래에서 '브라운' 박사가 문제가 생겼다며 찾아온다. 마티가 브라운 박사와 시간여행을 떠나려는 순간, 타임머신 자동차의 연료가 떨어져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브라운 박사는 잠시 기다리라 말하더니 쓰레기통에서 바나나 껍질을 꺼내 연료통에 집어넣는다. 그러자 시동이 걸리고 자동차는 하늘로 날아가며 미래로 향한다.
ⓒ2010 HelloDD.com
1985년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던 SF코미디 영화 '백 투 더 퓨처 I(Back To The Future I)'의 마지막 장면이다. '쓰레기가 자동차의 연료가 된다?' 영화 개봉 당시 대중들은 그 기가 막힌 상상력에 폭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영화의 현실성에 소름끼치게 놀랐을 것이다. 이미 관련 기술의 연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관련 기술 선도국이던 스웨덴은 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Bio Gas)’로 불리는 연료를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2010년 현재, 하늘을 날진 못하지만 쓰레기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스웨덴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인 린셰핑(Linköping)에서는 시내를 운행하는 65대의 모든 버스가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시내에는 총 5곳의 가스 충전소가 있고, 충전소 뒤 쪽에는 다양한 모양의 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공장과 충전소 사이를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가축분뇨 등의 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또 세계 최초로 개발된 최고 시속 130km의 바이오가스 기차는 린셰핑-베스테르비크(Västervik) 80km 구간을 하루 10차례 운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런 바이오가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자동차 연료로 사용 중인 휘발유와 경유, 천연가스 등은 향후 20년 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의 대체 에너지 분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메탄가스(CH4)가 주성분인 바이오가스는 대표적인 미래형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실제 스웨덴에서 바이오가스가 이용되는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린셰핑의 바이오 가스 플랜트, 바이오가스 충전소, 바이오가스를 충전하는 택시 기사, 바이오기차. ⓒ2010 HelloDD.com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CO2)의 20배가 넘는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원인 물질이지만, 연료로 사용되면 유해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유용한 자원이 된다. 또 매장량이 한정돼 있는 천연가스와 달리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쓰레기에서 발생되고, 기존에 정제하지 않고 얻은 전력보상비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연료판매수익이 예상돼 머지않아 자동차연료화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메탄가스를 연료화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매립장에서는 메탄가스 외에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 다른 기체가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흡수·흡착·멤브레인(Membrane) 등 메탄가스만 뽑아내는 고도화된 정제 화학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 중인 멤브레인 관. 하얗게 보이는 중공사막을 통해 메탄이 분리된다. ⓒ2010 HelloDD.com
흡수법은 기체마다 용해도가 다른 것을 이용해 물과 아민(Amine)계의 촉매제를 사용해 정제한다. 흡착법은 기체 별로 특이성을 갖는 제올라이트(Zeolite) 등의 흡착제를 사용, 다른 기체들을 흡착해 메탄가스만을 뽑아낸다. 멤브레인 방식은 기체마다 투과성이 다른 것에 착안점을 두고 고분자 소재를 활용한 관(管)을 이용해 정제한다. 이 때 가스를 흘러 보내는 관이 필터역할을 해 투과성이 높은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물 등은 빠져나가고 메탄가스만 바이오가스 저장소에 모인다.
▲김정훈 화학연 박사.  ⓒ2010 HelloDD.com
이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흡수법이다. 하지만 흡수법은 정제 과정에서 폐액이 발생하고 흡수플랜트 설치비용이 높으며, 여름에 온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때문에 최근에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플랜트 비용과 관리비용이 저렴한 멤브레인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오헌승) 그린화학연구단의 김정훈 박사는 환경부 폐자원에너지화 및 non-CO2온실기체 사업단(단장 윤성규)과 참여기업으로 신영그룹(회장 정춘보)계열사인 신영동성(대표 강구일), 한국종합기술(대표이사 이강록)의 지원하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사장 조춘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멤브레인 방식을 이용한 '매립지 부생 메탄가스 분리·정제 공정기술'을 연구 중이다. 김정훈 박사는 연구가 상용화로 연결돼 저급메탄발생원에서 수조원대의 고부가가치 메탄을 생산해 국내·외 에너지 고갈문제에 기여하고, 바이오가스 플랜트 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연구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매립지 메탄가스 발생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는 기존에 매립된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2005년부터 국가가 쓰레기 매립을 금지해 수십 년 내 메탄가스의 발생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 박사는 "메탄가스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축산폐수장 등으로부터 메탄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혐기성 소화기술과 메탄가스를 정제해 고부가가치로 만드는 기술이 반드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로 자동차 연료를 만든다는 것이 쉽게 와 닿지 않지만 화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 어느덧 선진국 대비 80%의 기술성장을 이룬 상태"라며 "이제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쓰레기가 자동차를 움직일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막 정제 플랜트 모형도와 바이오가스 에코타운 개념도. ⓒ2010 HelloDD.com
 
김희진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