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변도성 국립해양조사원 해양과학조사연구실 박사

지난 겨울은 전세계적으로 유난히 추웠다. 우리나라도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이어졌으며 강뿐만 아니라 바닷물도 얼어 '신 빙하기(new ice age)' 또는 '미니 빙하기(mini ice age)'의 도래를 연상케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화가 되어가고 있어 겨울철이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보도로 떠들썩했는데 왜 반대로 추워지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paradox)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바다(심층 해류순환)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해류는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바닷물의 운동으로 '바다 속 하천'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평평하게 보이는 바다도 수평 공간적으로 높이가 달라 이 높이 차이(중력)에 의해 바닷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 흐름에 지구의 자전 효과(코리올리효과)가 더해져 북반구에서 바닷물이 오른쪽으로 꺾여 흐르는 것이 해류이다.

◆ 해류, 해양의 열 운반 및 재분배 담당자

해양에서 해류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열(heat)을 운반하여 재분배하는 일이다. 대기에 의한 열 수송량에 버금갈 정도로 해류순환에 의해 상당량의 열이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전달된다. 따라서 저위도의 따뜻한 바닷물은 더 이상 가열되지 않고, 반대로 고위도의 찬 바닷물은 더 이상 냉각되지 않는다.

위도 20°N가량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와 비슷하게 위도 약 50°N에 위치한 영국의 겨울철 기후가 온화한 이유는 따뜻한 북대서양해류가 영국 주변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와 부산을 예를 들면, 겨울에 목포지역은 수온이 6℃ 이하로 내려가는 반면 부산지역의 겨울철 수온이 1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그 이유는 남해를 거쳐 동해로 흐르는 따뜻한 대마난류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 의해 형성된 대양의 해류체계와 달리 '멕시코 만류'만은 북쪽으로 흘러 북대서양 해류를 형성한다. 왜 이처럼 북쪽으로 흐르는 북대서양 해류가 형성되는 걸까?

이는 지구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흥미로우면서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바닷물의 밀도는 수온과 염분에 의해 결정된다. 차고 염분이 높을수록 바닷물 밀도는 높다. 따라서 주위 보다 밀도가 높은 바닷물은 무거워 가라앉게 된다.

이처럼 바닷물이 표층에서 심해까지 가라앉을 만큼 밀도가 큰 무거운 바닷물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곳이 북대서양 북서부에 위치한 그린랜드 부근의 래브라도해(Labrador Sea)와 노르웨이해(Norwegian Sea)로 알려져 있다.

밀도가 높아 가라앉는 바닷물을 '심층수' 또는 '침강류'라 부른다. 북대서양에서 심층수가 대규모로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서양은 바람과 지형학적 구조에 의해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바닷물의 염분이 다른 대양에 비해 가장 높다. 특히, 겨울철의 염분은 더 높다. 바닷물이 얼게 되면 물만 얼고 염(소금)은 방출하게 되어 바닷물의 밀도가 더 커져 더 무거운 바닷물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바닷물이 침강함에 따라 북대서양 표층 해류가 바람체계와 관계없이 북쪽 그린랜드 외해까지 흐르는 것이다.

이 침강류는 심해까지 가라앉은 후 지구 자전효과에 의해 대서양 서쪽 경계를 따라 남쪽으로 흐르면서 남극해에서 형성된 침강류와 합류하여 흐른다. 이 심해 해류는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흐르며, 태평양으로 흐른 심해 해류는 뉴질랜드 부근의 수심 8,000m 이상의 깊고 거대한 케르마데크 해구로 흘러 들어가 차츰 주위 바닷물과 섞이면서 태평양에서 떠오르게 된다.

이렇게 표층으로 떠오른 바닷물은 표층 해류를 따라 다시 인도양을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것을 '열염 컨베이어 벨트(Thermohaline conveyor belt)' 또는 '심층 해류순환'이라 부른다.

◆ 신 빙하기의 도래, 심층 해류순환에 달려있다!

심층 해류순환은 저위도 지역의 남은 열을 고위도 지역으로 운반하여 공급해 주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심층 해류순환의 '컨베이어 벨트'가 약화되거나 끊어지게 되면 전지구의 기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아마도 지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저위도 지역은 열이 축적되어 매우 뜨거워지고, 고위도 지역은 혹독하게 추워질 것이다.

저위도에서 강도가 강한 태풍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지도 모른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기후변화 전문가인 월러스 브뢰컬(Wallace Broecker) 교수는 '사이언스(1997)지'에 지구온난화에 의한 열염 해류순환 변화가 기후시스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가 있다.

이것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2004년에 개봉된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다. 2005년에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의 해리 브리든(Harry Bryden) 박사 연구진은 미국 동부 플로리다에서 서아프리카까지 대서양의 해류를 관측한 결과 대서양의 멕시코 만류의 양이 지난 50년간 약 30% 감소한 충격적인 사실을 보고하였다.

최근 전지구적 겨울철 지독한 한파는 시나브로 도래하고 있는 미니 빙하기의 시작일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바다의 동맥'인 '열염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 나지 않도록 이산화탄소 배출 등을 줄이고 녹색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이 콘텐츠는 한국해양연구원이 저작권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과 본지의 허가 없이 이 내용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