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읽기만하는 책 재미없다"…클릭 하나로 '音·動·樂' 책에 쏙~
모글루, 클릭하나로 e북 제작 가능 솔루션 개발…"SW로 세계시장 접수하겠다"

KAIST 대학원생이 누구나 손쉽게 e북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벌써부터 e북으로 세계를 접수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1998년 10월 최초의 전자책 단말기가 탄생했다.

이 단말기는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소재의 벤처기업 누보 미디어가 선보인 것으로 '로켓 e북'이란 이름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e북은 기존의 종이 대신 디지털 파일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다.

우리나라가 1년간 종이책을 만드는데 드는 나무는 약 3500만 그루. e북을 본격 사용하면 자연도 살리고, 재고부담과 유통비 등을 줄일 수 있어 그야말로 친환경적 시장이다. 최초 전자책이 선보여지고 약 12년이 지난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e북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

전자책 서비스를 위한 전송권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볼만한 전자책이 없었고, 오래 보면 눈이 피곤하다는 단점, 인터넷 판매에 뒤따르게 마련인 보안 문제점이 그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최근 e북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선두주자가 아이패드. 아이북 스토어를 강타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화려한 칼라에 가벼운 터치로 움직이는 그림, 중력 센서를 이용, 흔들면 떨어지는 꽃잎까지 만들어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가 됐다는 이 앱은 e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성공 사례다. 다시 한 번 그린오션으로 떠오른 e북의 시장은 그야말로 활약 범위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출판업계가 꼭 건너야할 강이 돼버렸다.

특히 많은 그림을 필요로 하는 동화책과 잡지, 요리책 등은 e북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e북을 제작하는데는 만만치 않은 시간(약 1달)과 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개발자와 기획, 디자인 인력이 분리돼 여러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저작권 보호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런 문제점을 한방에 해결하는, 클릭 하나로 e북 제작이 가능한 플랫폼이 개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KAIST 대학원생 출신의 젊은 기업인 모글루의 김태우 대표가 원하는 사진을 직접 넣을 수 있고, 중력 센서와 음악, 사진 확대효과 등을 클릭 하나로 제작 가능한 e북 제작 플렛폼을 개발해 냈다. 우리 아이의 사진이나 자신의 사진을 넣어 동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20대로 구성된 젊은 벤처 '모글루'…"역사 한 획긋는 기업이 목표"
 

▲모글루가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제작한 샘플 어플리케이션 '미운오리새끼'. ⓒ2011 HelloDD.co

motion + glue를 합쳐 움직임을 붙인다는 뜻을 가진 '모글루'는 지난 해 5월 창업경진대회 '스타트업위크엔드'행사를 통해 구성된 벤처다.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팀과 전자책 플랫폼을 개발하는 두 팀이 만나 결성됐다.

미국인 2명, 프랑스인 1명, 한국인 포함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를 포함 기업 구성원 평균 연령이 25.7세로 매우 젊다. KAIST 대학원생인 그가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KAIST 대학시절 안철수 교수의 도움으로 여행하게 된 실리콘밸리의 경험이 큰 계기가 됐다.

"처음엔 대학교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역사 한 획을 긋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아해서 벤처를 하겠다 맘 먹고 3학년 2학기 때 경영전략 동아리와 수업 등에서 경영 지식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4학년 1학기 안철수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창업을 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서 인턴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타이밍 좋게 실리콘밸리쪽 벤처캐피털에서 인턴을 구하고 있으니 한 번 가보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에서 반년간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느낀 바가 많다. 그는 "투자를 받기 위해 오는 각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기업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벤처를 시작하는건 30대 이후라고 생각했었는데, 투자를 받기 위해 모여든 기업의 대표들은 대부분 20대여서 많이 놀랐다. 크게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스텐포드의 기업가 정신이라는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넌 앞으로 뭘 할꺼니?'라는 질문을 하더라. 다른 친구들은 나는 세상을 위해 이런 일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선 안되겠다 싶어 창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창업하는데는 아이폰으로 불어닥친 모바일 시장도 한몫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가 열렸을 때 두 젊은이가 기회를 잘 포착해 구글을 탄생시킨 것처럼 지금 시장 상황이 모바일 붐과 함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타이밍이 좋은 것 같아 실리콘밸리에서 오자마자 사업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클릭하나로 만드는 동화책…"가격, 시간대비 완성도 높아"
 

▲모글루 개발 솔루션 화면. ⓒ2011 HelloDD.com
모글루가 개발한 인터랙티브 e북 플랫폼은 동영상, 애니메이션, 소리 등을 클릭과 드레그로 간단히 제작 가능한 솔루션이다.

윈도우와 맥, 리눅스 등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폰, 삼성태블릿,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모글루가 제작한 플랫폼을 이용해 'Twas the night before Christmas'라는 제목의 미국의 전통시를 e북 버전으로 만들었다.

한, 일, 영 3개 국어를 지원했으며 무료 런칭한 결과 하루 1000개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플랫폼 제작단계에서 창업한지 2개월이 된 모글루의 가능성을 보고 GS SHOP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상태.

벌써부터 '영진닷컴'과 요리책 '홍대카페레너'를 제작하는 한편, 전자책 전문 출판사인 '아이펍'과 함께 '한글교육(가제)'을, '한솔교육'과 함께 '장날'이라는 앱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버전으로 런칭할 예정이다.

모글루의 수익모델은 플랫폼비와 수익에 따른 인센티브. 김태우 대표는 "누구나 플랫폼을 다운받아 시험삼아 제작해 보는 것은 무료다. 다만 자신이 만든 작품을 업로드해서 판매하고 싶다면 플랫폼비를 소액으로 받고, 완성된 앱이 팔릴 때 마다 수익의 일정을 나누는 형식으로 할 예정"이라며 "소액의 자본으로 e북 제작이 가능해 개인작가나 출판사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글루는 국내보다 미국을 타겟으로 시장 오픈을 위해 지난 1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미국에도 우리와 같은 경쟁사가 몇 곳 있기는 하지만 아직 성장단계"라며 "한국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둔 SW는 게임을 제외하곤 없는 걸로 알고 있다.

해외로 먼저 나가 세계 시장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 이후의 길이 쉽지 않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는 "사람을 찾는게 가장 어렵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같은 안정된 직장 아니면 자기가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 투자유치도 힘들지만 리쿠르팅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벤처는 그만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의미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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