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자체 연구개발적립금 투자…대학 교수들에게 연구 '러브콜'
미래 성장동력 연구과제 발굴위한 'KRICT OASIS Project' 추진

대학에서 '창조의 오아시스'를 찾아라.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오헌승)이 '역발상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도약을 꾀한다. 미래 원천기술 발굴을 위한 도전적·창의적 연구개발 사업에 화학연이 자체 연구개발 적립금을 투자하는 'KRICT OASIS(Open And Seed Innovation for Synergy) Project'다.

'KRICT OASIS Project'는 화학연이 새롭게 시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로 대학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출연연이 발전시켜 산업계에 원천 기술로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출연금을 받는 입장이 아닌, 주는 입장에서 창의적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수렴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외 대학의 오피니언 리더와 신진 우수 교수들을 대상으로 개방형 창의과제를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연구분야와 아이디어를 발굴,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RICT OASIS Project' 선정 과제. ⓒ2011 HelloDD.com

지난 2월부터 한달간 국내외 대학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한 결과, 총 70개 과제(국내 24개 대학 64개 과제, 해외 6개 대학 6개 과제)가 신청됐으며, 화학연은 이 중 내외부 평가위원단의 공개 평가 등 2차례의 심사를 통해 10개 과제를 선정했다.

총 지원 규모는 10억원 수준으로 과제당 1억원씩 지원되며, 연차평가에 의해 계속 여부를 심사해 최대 2년간 지원된다.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사업추진위원회가 설치되고, 연중 모니터링과 기술교류회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나갈 방침이다.

오헌승 화학연 원장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다양한 원천기술이 확보되어 미래 성장동력 창출로 연계되기를 기대하며 국내외 우수 대학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개방형 협력체계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지난기사보기-오헌승 원장의 作心…"화학 스타기업·교수, 우리가 키운다"]

최종 선정된 장영태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보다 큰 미래 기술 개발에 적극 활용될 수 있고 화학연의 우수한 연구진과 긴밀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사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내비쳤다. 한편 화학연은 26일 원내 대회의실에서 'KRICT OASIS Project 협약 및 기술교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남인식 포스텍 전 부총장,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 학·연협력 新모델"
 

▲남인식 포스텍 부총장. ⓒ2011 HelloDD.com
"획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연구 생활을 한 지 25년 정도 됐지만, 이런 사례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정부의 출연금을 받아 연구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이고, 외국에서도 좀처럼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KRICT OASIS Project'의 과제 선정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남인식 포스텍 전 부총장은 "그야말로 출연연의 발상의 전환이다. 이불 뒤집어쓰고 그들끼리 만세를 부르는 게 아니라, 연구원을 개방해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같이 일해보자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좋은 선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체연구개발 적립금에 대한 화학연 내부 연구원들의 동의와, 또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오헌승 원장에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게 남 부총장의 솔직한 평가다.

그는 "자체연구개발 적립금이라는 것은 연구원에서 오버헤드로 남은 돈을 모아놓은 저축금액과 같은 것이다. 대개 기관들은 오버헤드 예산으로 건물을 짓거나, 자체 연구개발기금으로 사용한다"며 "연구원들의 반발도 꽤 심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첫 신호탄을 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며 부러워했다.

부족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번 과제 공모에서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화학연의 노크를 두드렸다. 남 전 부총장은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이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화학연의 코드와 딱 맞는 연구 과제를 들고 왔었다"며 "성의는 알지만, 화학연의 의도가 새로운 화학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감안해서 과제를 선정했다"고 이번 심사의 의도를 설명했다.

물론 아직 복잡한 일도 남아있다. 특허가 나올 경우, 특히 논문이 나왔을 경우 저작권을 어디에 두느냐도 정리가 돼야 할 문제다. 그러나 우선돼야 할 것은 이 프로젝트가 산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남 전 부총장 역시 이 점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

그는 "계속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는 1년만 진행하고, 희망이 없다고 해서 그냥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망이 없다고 해도 3년 정도는 무조건 지원을 해야 한다"며 "미래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10억 원이 작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화학연의 씨앗을 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남 전 부총장은 "다른 출연연에서도 참고했으면 좋겠다. 출연연 뿐만이 아니다. 다른 기관에서도 스스로의 연구활동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사회 전체가 나가야 할 방향을 보고 연구개발 방향을 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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