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1일 TV 화면에 비춰진 일본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 쓰나미 피해 현장은 공포영화속의 컴퓨터 그래픽 같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번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하면서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이동통신지구국 가동이 중단되어 무선휴대폰이 불통되었고, 케이블의 침수로 유선전화마저 단절되어 외부와의 통신은 두절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해답은 'ST(Space Technology)+IT(Information Technology) 컨버전스'에서 찾을 수 있다. 'ST+IT 컨버전스'를 정의하기 전에 이 기술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ST는 우주발사체, 위성체, 탑재체, 위성응용서비스 등과 관련된 복합 기술로 기계항공, 전기전자, 재료, 물리, 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소요되는 시스템기술로 기술개발 결과가 타 기술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융합기술이다.

이러한 ST는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편의를 더해주는 기술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우주비행사들의 식수와 음식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결과로 정수기와 전자레인지가 개발되었고, 신발업체의 에어쿠션 운동화와 발열 기능성 섬유는 유체역학과 신소재의 융합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IT는 컴퓨터와 통신·방송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방송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및 이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 생성, 가공, 전송, 저장, 보호하는 모든 유통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이다. IT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필수적인 기술일 뿐 아니라, 기술의 부가가치 및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커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 분야이다.

또한 IT는 기술의 수명이 타 기술에 비하여 짧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신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가 요구되지만, 경제 성장에 있어 수출경쟁력 강화, 물가 안정, 기술 리더십 제고 등의 강점이 있다. ST+IT 컨버전스는 독립적으로 개발 활용되어온 ST, IT 기술들이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IT와 ST간의 기술 융합이다.

현재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ST+IT 융합 사례는 고효율 태양전지, 다기능 내비게이션,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ST+IT 컨버전스'의 산물인 위성통신은 태풍, 산불, 화산폭발,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로 인해 파괴된 유선통신망 및 이동통신망을 대체·보완(Back-up)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위성통신은 회선설정의 유연성 및 신속성, 내재해성 등의 장점이 있어 어떠한 재난이 발생해도 통신이 가능하고, 재난 현장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영상매체를 통해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2004년 강원도 양양 산불 현장에서 산불 통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위성통신망을 활용,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으며,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한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도 위성통신망은 청해 부대원이 소말리아 해적들을 성공적으로 물리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유선통신망과 이동통신망이 매우 잘 구축되어, 위성통신망은 재해 및 재난에 회선설정이 용이하고 내재해성이 매우 적어 효용성이 높지만, 사용할 빈도가 낮기 때문에 그동안 대체·보완 통신망으로 간주되어왔다.

필자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초래한 통신 두절 사태를 상기해 보았으면 한다. 적의 포탄 몇 발에 의해 연평도는 전력이 끊기면서 암흑천지, 이동통신기지국 가동이 멈춰 이동통신 마비, 방공호의 유선전화마저도 불통되어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통신 사각지대가 되었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재해 및 재난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산불, 집중호우, 태풍으로부터 지진, 화산폭발에 이르는 대규모 자연 재해와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같은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에 의한 재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양하게 발생되는 자연 재해 및 재난 상황을 대비해 정부 주도의 정책과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축적한 IT 기술과 ST 기술의 융합을 통해 재해 및 재난에 대응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범 부처가 합력해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과 수행계획(Action Plan)을 제시, 국민들이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ST+IT 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연구소와 산업체는 'ST+IT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팀을 구성, '재해·재난 감시위성 및 위성통신망과 유·무선통신망이 융합된 재해방제 통신서비스'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대학은 'ST+IT 컨버전스' 원천기술 개발 및 창의력과 다양성을 겸비한 능력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학제 및 교육 여건을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번 일본 쓰나미 재해의 교훈이 말해주듯 재해는 10분 만에 모든 상황이 끝나는 만큼 정부, 연구소, 산업체, 대학 및 사회단체 등 전문가 그룹은 지혜를 모아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재해 및 재난 관련 제도 개선 등 모든 노력을 강구할 시점이다.

▲은종원 교수 2011 HelloDD.com
은종원 교수는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취득 후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여 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재단 국책사업단 우주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남서울대학교 정보통신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월드 DMB포럼' 부회장으로 지상파 DMB 확산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통신위성 우주산업연구회에서 과학문화 대중화를 위해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은종원의 IT 컨버전스'를 통해 IT에 기반한 다양한 융합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서 융합사회로의 전환됨에 따라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과 문화와 과학의 융합에 대해서도 언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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