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성공, 우수 인력 활용과 법제도, 지속적인 지원이 관건"
기업인·지역주민 "정치적 입김으로 번복되는 일 없어야"

"과학벨트 입지 결과에 대해 우선 과학자의 입장에서 큰 숙제가 해결된 것처럼 시원하다. 또 연구 인프라 등 앞으로의 가능성을 평가한 정부의 결정에 찬성한다."(정부출연연구소 C박사)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 신동·둔곡지구가 결정됐다는 것은 과학기술계의 제2의 도약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국가의 과학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민에게 뭔가 희망을 줄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출연연 J원장)

"지금부터가 문제다. 입지가 결정됐으니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설치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중이온가속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작업이고 시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흔들림없이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출연연 H원장)

16일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대전 신동·둔곡지구로 확정한데 대해 과학기술계의 첫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과학벨트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당연한 결정이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과학벨트 선정이 한국 과학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대덕의 연구 인프라와 인적자원 활용하고 정권에 따라 흔들림 없어야

과학벨트 입지 선정 지표는 연구와 산업기반, 정주환경, 접근성 등이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기준에 의해 대전 신동·둔곡지구가 기존 연구 기반 구축·집적도와 인적자원, 정주 여건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리적으로도 광주과 대구 등을 잇는 연결망과 접근성에서 유리하다는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과학벨트는 크게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로 나뉜다. 거점지구에는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가 통합 배치된다.

기능지구에는 기초과학연구원의 50개 연구단 중 거점지구에 배치된 25개 연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단이 분산 배치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 필요 인력으로 3000명을 배정됐고 그 중 연구 인력이 2500여명이다. 하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력이다.

이 정도 수준의 기초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과학기술계의 분석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장인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대덕특구는 우리나라 전체를 대상으로하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특구다. 기존의 연구기관들은 과학벨트의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초원천연구 수준을 도약시키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과학벨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특구와의 효율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적 관심과 협력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국가의 연구역량을 집결시키고 균형적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역별로 특화된 기술영역을 고려해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거점지구를 지정, 사이트랩을 설치하고 대덕의 메인사이트와 성과를 공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6일 논평을 통해 "지금부터 집중해야 할 과제는 '과학벨트를 어떻게 내실 있게 건설 할 것인가'이다"라며 "과학벨트의 기본적인 구상을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설계하고 기존 과학기술정책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공공연구노조는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간접과 통제로부터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혼란을 종식시키고 과학벨트가 우리나라 기초·원천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출연연의 A 박사는 "당장 기초연구 인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연구소들의)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이중소속제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연구의 미래 성패는 연구원장과 단장을 어떻게 정하느냐도 중요하다. 한번에 50개 연구단 단장을 선발하기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연구단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과학벨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한편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관건"이라면서 "이번 정권에서 결정됐는데 다음 정권에서 축소하고 변경하는 일이 없어야 과학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 연구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원로 과학자는 "과학벨트 성공을 위해 외국의 우수 과학자 유치도 필요하다. 이들이 다른 유명 외국 연구소대신 한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우를 해주고, 그들이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말하면서 "과학벨트 성공은 우수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C박사는 "그동안 과학벨트 입지 문제로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에서도 한국과학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과학벨트의 내용에 충실해야 할 시기다"면서 "과학기술인들이 보다 신명나게 연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중이온가속기 신소재 산업의 혁명, 그러나 길게 봐야

과학벨트는 정부 추정 예산 규모 약 3조5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이상이 늘어난 5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핵심 시설로 포함돼 있다.

그 중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연결되는 구조로 기존의 것들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현재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중이온 가속기 설립에 뛰어 들고 있다.

한국은 올해 11월 말까지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상세 설계에 들어가게 된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면 한국의 과학 위상이 올라감은 물론 노벨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무엇보다 신소재 산업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출연연의 Y박사는 "중이온 가속기는 화학, 원자력, 원자·분자, 의학, 핵물리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연구에 사용된다. 또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 노벨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가속기 관련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일단 입지가 결정됐으니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잘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H원장은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신소재 산업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몰려오고 산업도 크게 발전하리라 본다"면서 "그러나 중이온가속기가 완공되고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법적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 입장에서보면 고장도 많고 바로 신뢰성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얻은 결과가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테스트가 필요하고 몇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 성공할 수 있을텐데 나로호처럼 비난하는 일이 없어야 꾸준하게 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예산 등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인·지역주민들, 정치적 영향으로 번복되지 않기를

과학벨트 입지로 지정된 유성구 신동지구 169만9000㎡와 둔곡지구 200만㎡는 대전시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 2단계 개발사업지구 계획을 고시했던 지역이다. 대전의 기업인과 지역주민들 역시 정부의 결정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공정한 지표에 의해 결정된 내용이 정치권의 영향으로 번복되지 않기를 바랬다. 지역 기업인 L대표는 "이번 결정의 의미가 굉장히 깊다고 생각이 된다. 대덕특구가 가지고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인프라가 상당히 많이 있는데, 과학벨트 선정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대덕연구단지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초과학 뿐만이 아니라 기업과 출연연이 활성화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에 대한 성과가 비즈니스로 연계가 되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성장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 본다"며 대덕 입지를 환영했다.

연구개발특구 관계자는 과학벨트 대전 입지로 과학과 비즈니스가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입자 가속기가 특구 4지구에 들어온다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적정한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연구개발특구 1지구에 있는 40여개의 연구기관과 2지구나 3지구에 있는 첨단 벤처기업들, 그리고 세종시와 인근에 있는 오송, 오창, 천안과 인근에 있는 산업단지들이 기초 인프라를 활용해서 과학과 비즈니스가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궁극적으로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전국에 있는 산업단지와 연계해서 발전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주민 L씨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에 덤덤하다. 대덕특구의 연구 인프라를 보면 그동안 투자해온 부분이 얼만데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실 제대로 되려면 분산배치도 없어져야한다. 어차피 이런 결론이 날걸 정부는 왜 그런 갈등을 일으켰는지 어이가 없기도 하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C씨는 "대전은 지역적으로 접근성과 연구 인프라면에서 유리하다. 만약 포항이나 광주에 위치했다고 가정해보자. 대전에서 열심히 연구하던 과학자가 연구에 필요한 몇가지 기자재들을 사용하기위해 포항이나 광주에 다녀와야 한다면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느냐"며 입지 결과의 당연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 P씨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그동안 국책사업이 정치적 입김으로 좌지우지됐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번 대전 신동·둔곡지구 결정으로 정치계와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는 보도를 봤다. 정치적 입김으로 입지가 번복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과학벨트 입지로 예정된 신동·둔곡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J씨는 "일단 지역에 과학벨트에 들어 온다는 사실에는 환영한다"면서 "기존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 등 대덕연구개발특구개발사업지구로 고시된 바 있어 지역 주민 모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상 지정되고나니 이전 등으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5일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위해 총 39개 시·군(광역시 포함) 53개 부지를 선정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이 중 10곳을 후보지역으로 압축하고 16일 최종 입지로 대전시 대덕단지를 선정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신동지구 및 둔곡지구 전경사진.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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