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과총·대덕넷 공동 토론회…'신명나는 연구문화 조성' 주제

"과학기술이 언제부턴가 개혁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우리사회의 개혁을 선도해야 할 과기계가 개혁 대상으로 전락되고 과기계를 이끄는 사람들도 개혁을 내세우는 것이 성과인 것처럼 인식돼 버렸다. 이런 과정이 합쳐지면서 과학기술계는 심하게는 범죄자와 과학자 사이의 경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박상대)와 대덕넷(대표 이석봉)은 23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제 37회 과총포럼(행복한 과학기술 릴레이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9일 대전에서 열린 '행복한 과학기술 릴레이 토론'을 공통 주제로 한 제 36회 과총포럼에 이어 제 37회 포럼으로 '신명나는 연구문화 조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 ⓒ2011 HelloDD.com
토론회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덕환 교수는 과학기술계의 연구환경 악화에 초점을 맞춰 정부의 관행을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데 반해 과학기술의 발언권과 영향력 자율성, 정부 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어지는 등 과학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생의 약 70%가량은 아예 과학을 외면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7년간 과학 교수의 임용도 축소돼 사회교사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획일화, 계량화된 평가의 압력으로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게 됐으며, 연구개발 사업분야도 인기를 얻기 위한 분야(BK21, 프론티어, 창의적 등)를 강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 교수는 "노벨상과 스타과학자가 필요하다는 언론의 요구 등이 높아지면서 노벨상 과학자, 스타과학자 등으로 계급화가 벌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언제부턴가 개혁의 대상으로 추락하면서 과기계를 이끄는 사람들도 과기계를 개혁하는 것이 성과인양 인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런 현실 속에 신명나는 연구문화 조성 조건으로 '연구자의 창의성' 존중을 꼽으며 "연구자의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실패라는 전재조건이 있어야 한다. 연구 실패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창의성 자체가 발현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과학자들이 스스로 뛰어난 집단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제도 투명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과기계는 의견은 많지만 의견을 모으고 의견 수렴절차가 부실하다. 또 과기계는 모래알 같은 집단이라며 리더십이 없다는 말도 듣는데 이런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 제고를 위해서는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개선 ▲과학기술계에 대한 인식 개선 ▲과학기술계의 신뢰 확보 ▲국가연구개발제도·정책의 합리화 ▲과학커뮤니케이션의 강화 ▲과학교육의 강화 등 6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정부나 사회에게 이를 고쳐달라는 건 의미가 없다. 스스로 고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신명나는 과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R&D 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투자는 많지 않다"며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람투자라고 하면 보통 새로운 인력 양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인력양성만큼 기존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관과해선 안 된다. 또 인력지원에서 연구인력만 생각할 수 있는데 과기인뿐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할 때 자존심을 살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국정부가 연구자들에게 '과학자들은 수혜자'라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태도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 본부장은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 돼야 한다. 그럼 연구자들 스스로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고 연구비 또한 엉뚱하게 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연구자들은 연구만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 연구비 관리 등은 다른 삼자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성공에 따른 인센티브보다 실패를 용납하는 연구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실패가 용납돼야 부정부패, 관리부담 규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자 여성과총 회장은 "과학자들은 나름 배우고 가진 사람들이다. 정부를 비난하기 보다 우리가 스스로 얼만큼 거기에 맞춰 가려고 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이날 토론에서 윤기봉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과학자 행복을 위한 과학기술 행정의 조건'을 주제로 연구자들에 대한 과도한 규정사례를 거론,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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