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의 see the sea]

지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의 깊은 곳에 경우에 따라 육상 온천에 비해 더욱 강렬한 특징과 외형을 갖는 온천이 있다.

공업단지의 굴뚝처럼 수십 개의 굴뚝이 산재해 있고 그 구멍 속에서는 수 백도에 달하는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처럼, 뜨거운 물과 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화학적 특성과 지구 역사상 심해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들로 인해 별천지처럼 보여 지는 곳이 바다 밑에 있다. 태양 빛도 도달하지 않는 아주 깜깜한 칠흙같은 바다 속 어둠 속에 이러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말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어 지금은 지구 바다의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세계를 우리는 열수분출공 지역(Hydrothermal vents)이라 부른다. 또 굴뚝이나 활발한 분출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미약한 분출과 앞의 생태계와 유사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발견되는데 이를 냉·용수지역 혹은 용수역 (Seep)이라 부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열수분출공 및 열수역 지역(빨강 동그라미). ⓒ2011 HelloDD.com

이들 지역의 열수 생태계는 1976년 처음 발견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태학과 광물자원학적 측면에서 가장 인기와 관심을 모으며, '장미의 정원, 에덴동산, 오아시스'라고 불린다.

당시 미국 잠수정 앨빈에 탑승한 지질학자 잭 콜리스(Jack Corliss)는 태평양 동쪽 바다 2600미터 위경도 0°47'84"N, 86°09'18"W에서 이를 발견하고 소감을 녹음했다.
"조개 껍데기들이다. 그들은 껍데기다. 그들은 큰 껍데기다. 그들은 살아있고…부착되어있는 조개…."
지화학자인 존 에드몬드(John Edmond)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큰 지렁이 같은 것들이 저기 있다. 인디언의 머리 장식물처럼 보인다. 내가 바라보는 오른쪽에 그들 4개가 일렬로 있다. 그들의 색이 궁금하다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빨간색 같다."

1979년에 다시 잠수정 앨빈호를 투입해 생물의 채집과 관찰, 실험이 이뤄졌다. 그 해역에는 거대한 흰색의 관에 분홍색 아가미를 내밀며 흔들거리는 관벌레류 (tube worm), 많은 갯지렁이의 관, 무려 길이가 25cm에 달하는 하얀색 껍데기의 이매패류(Calyptogena magnifica), 우리가 포장마차에서 자주 보게 되는 심해 홍합류 (mussel), 소라, 고둥과 같이 생긴 작은 크기의 권패류, 허리가 구부러진 새우, 눈이 먼 게, 다알리아 꽃을 연상하게 하는 말미잘류, 그리고 주변을 헤엄쳐 다니는 심해 뱀장어류 같은 어류들로 이루어진 생물군집이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열수 첫 발견지역의 관벌레류, 열수분출공
지역의 심해홍합류, 열수분출구에서의 블랙스모커, 오키나와 해역의 미약한
열수분출공 인근에 걸어다니는 허리꺽인새우.
ⓒ2011 HelloDD.com

이후 1984년에 멕시코만의 플로리다 해안과 일본의 사가미만, 이어서 미국의 오리건주 해안, 북서태평양 지역, 바베이도스 해안 등에서도 발견됐다. 이들은 격렬하게 뿜어나오는 열수의 연기가 보이지 않는 해역임에도 앞서 발견된 열수 분출공지역에 살고 있던 생물들과 아주 비슷한 생물들이 다량으로 서식하고 있었다.

이 발견은 그 후의 바다 밑 고래 시체주변에서 새롭게 발견된 고래뼈 생물군집과 나무가 가라앉아 생긴 새로운 생태계 등과 더불어 일련의 화학합성을 하는 생물에 대해 보다 더 넓은 시각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 전 세계 해양에서의 큰 주제 및 중요한 의제가 '해양 자원'이다. 해양에 주인 없이 펼쳐져있는 고부가가치의 '광물자원'과 '생물자원'을 둘러싸고 여러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자국의 이익실현을 위한 치열한 논쟁과 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 공통된 자원의 보고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곳이 심해열수분출공지역과 용수지역이다.

열수분출공 및 생물군집의 발견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태평양의 서부에서 남부에 걸쳐서, 마리아나 해구, 마누스 해분, 북휘지 해분, 라우 해분, 컬마딕 back-arc 해분, 오키나와 trough의 여러 곳과 동부의 캐나다 앞 환데후카·익스플로러·골다 해령이나 미국에서 칠레 앞에 이르는 동태평양 해팽(rise), 대서양은 중앙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대서양 중앙 해령, 인도양에서는 중앙 해령계, 북극주변의 Gakkel 해령에서 열수분출공 생물군집의 존재가 확인됐다.

용수생물 군집은, 지구의 플레이트가 말려들어가는 해역, 해저유전이나 메탄하이드레이트 등과 같은 배경 하에서 형성된다. 태평양의 북·서·남서·동부, 멕시코만, 대서양의 동부와 서부, 지중해, 인도양동부 등이다. 오호츠크해에는, 수심 300~804m 정도에 메탄용출이 있고, 알래스카 앞바다의 Aleutian 해구(수심 4530~4980m), 서태평양에 있어서는 마리아나 화산 앞의 남차모르 해산 정상부(수심 약 2900m) 그 외 파푸아뉴기니아 섬, 동태평양의 오레곤 앞, 몬트레이 만, 페루 해구, 칠레 해구 등에서 연이어 발견됐다.

이 모든 발견들은 선진국들의 첨단연구선 및 잠수정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수 많은 경제적 비용을 들여가며 이루어져 온 결과들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 임에도 불행히도 주변 해역에 지형학상 이러한 해역이 존재할 확률이 무척 적다는 사실과 최첨단 잠수정 및 연구선 등이 그동안 마련되지 못해 이러한 탐사 및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다소 뒤늦기는 했지만 한국해양연구원을 선두로 우리나라도 이에 참여를 하기 시작했고, 뒤늦은 출발임에도 결과적으로는 현재 세계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 실적과 여러 탐사 및 연구를 실행하고 있다.

그 한 예가 2008년 남서태평양 통가왕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EEZ)내에 약 2만4000㎢(경기도의 2.4배) 면적의 우리나라의 독점탐사광구를 확보한 일이다. 향후 20년간 연 30만톤씩 총 600만 톤 이상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약 52.8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이 광산에는 구리, 금, 은, 아연 등 유용광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주목받는 희유금속인 인듐(In)과 셀레늄(Se)의 자원잠재력 또한 상당히 높다.

올해에도 지난 3월23일부터 4월 26일까지 최첨단 연구장비인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무인잠수정(ROV)을 활용해 이 해역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이러한 탐사는 전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보다 활발하고 체계적인 탐사 및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는 해양학 연구의 기초분야의 질적인 수준향상과 더불어 국가 경제 기여 및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심해해양자원의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권리 및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김동성 박사  ⓒ2011 HelloDD.com
김동성 한국해양연구원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연구원 전략개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양과학분야에 있어서는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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