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무 한양대 교수 'CO₂분리용 분리막 원천기술' 개발
"CO₂뿐 아니라 특정기체분자 등 골라내"
"이산화탄소사업단 꾸준한 지원 '한 몫 톡톡'"

'이산화탄소' 하면 요즘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그러나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우선 식물 광합성에서 이산화탄소는 생명 운동의 가장 핵심적 요인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여러가지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불을 끄는 소화기를 만들거나 탄산음료를 만들 때 사용되고, 이산화탄소 온도를 낮춰 냉매시키면 드라이아이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는 동물의 몸 속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에 흐르는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기 위한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 인류가 지나치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써 지구 환경이나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공장가동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수 많은 이산화탄소들은 오존층을 파괴시키며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거나, 갑작스런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등 이상기후 현상을 초래했다.

이상기후현상을 바로잡고자 지금 전세계 과학계는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양대 이영무 교수팀이 '이산화탄소 막분리'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놓은 것도 이런 차원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CO₂분리용 분리막 원천기술과 모듈시스템'은 기존 이산화탄소 분리 투과성능보다 500배 정도 우수하다는 장점 있으며, 2007년 10월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연구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해외 업체 기술이전을 마쳤으며 원천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 "기존 기술보다 500배 향상,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특정기체분자 등도 골라낼 수 있어" 
 

▲이산화탄소만이 필름을 통과하는 모습. ⓒ2011 HelloDD.com
이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화학적으로 결합시켜놓은 필름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개발한 이 기술은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는 플라스틱 내부의 빈 공간을 열을 가해 규칙적으로 재배열한 것으로, 이 공간을 통해 특정한 기체분자나 이온 등을 선택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다.

필름의 기공(구멍)은 모래시계처럼 생겼는데 큰 기공의 크기는 8-9Å(옴스트롱), 작은 기공은 3-4Å이다. [Å은 나노미터(nm)보다 10배 작다].

이 교수는 "이산화탄소의 크기는 약 3.3Å으로 기공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질소(3.6Å)나 메탄가스(3.8Å)등은 크기가 커 기공을 통과할 수 없다"며 연구의 원리를 설명했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의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데 사용되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같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보다 투과 성능이 500배 정도 우수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기존 기술의 이산화탄소 투과도는 2~3 Barrer(필름단위)지만 이 교수팀이 개발한 투과도는 1500Barrer다. 또 메탄에 대한 분리효율도 기존 소재보다 4배~5배 이상 높은 장점이 있다. 이 필름은 기공의 크기만 잘 이용하면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적절한 화학처리를 통해 기공의 크기를 달리해 원하는 기체만을 뽑아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연료전지와 리튬배터리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고순도 질소를 생산하는 분리막 기술 공정에도 사용 가능하다.

이 교수는 "기공을 잘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하지만 기공만 잘 뚫는다고 끝이 아니다. 화학적으로 기체가 나오게끔 하는 것도 기술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기술이전 못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기업들이 싸게 사용 가능한 기술 만들겠다"

이 소재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공장의 배출 장치의 크기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천연가스 처리공정 품질을 높이는데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영무 교수는 분리막 관련 특허를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 AP에 2008년 기술 이전했다.

그는 "국내 기업에 이전하고 싶어 권유해 봤지만 당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에 관심을 둔 기업이 거의 없어 이전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지 못했지만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배기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공장에서 싼 값으로 이 기술을 사갈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는 "GPU(섬유 중공사 대형 모듈의 투과성능에 쓰이는 단어)가 현재 2000정도인데 4000~5000 GPU를 만들어야 이산화탄소 처리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서 이산화탄소 분리막 기술이 경제면에서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천연가스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 분리 작업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천연가스에는 이산화탄소가 15%, 메탄이 85%를 차지하고 있는데 LPG가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그는 "이산화탄소는 타지 않아 불순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제거하는 시장은 이미 있지만 우리의 기술을 여기에 적용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믿고 끝까지 지원해 준 이산화탄소사업단, 연구 성과에 한 몫 톡톡"
 

▲분리막 사진. ⓒ2011 HelloDD.com
이영무 교수는 석사 때부터 지금까지 '분리막'분야를 30년 넘도록 연구해왔다.

막 분야는 수(水)처리와 이산화탄소 분리,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것 등에 응용되는데 응용연구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녹색기술들을 연구하게 됐다.

그런 그도 이산화탄소 분리 플라스틱 막의 첫 연구성과를 얻었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연구 당시 함께하던 학생이 1500 Barrer라는 깜짝 놀랄만한 우수한 데이터를 들고와 나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는 전율을 느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그 학생에게 대기업으로부터 취업 권유가 있었지만 거절하고 박사 과정에 들어와 함께 연구를 지속했다. 밤 늦게까지 학생들과 함께 밤 새며 연구하고 고생했던 기억들이 난다. 열심히 해주어 고맙다."

또 그는 이번 성과에 있어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단인 이산화탄소사업단(단장 박상도)의 꾸준한 지원이 한 몫 톡톡히 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보통 연구 지원이 2~3년에서 끝나는 것과 달리 사업단은 지금까지 9년간 꾸준하게 지원해줬다. 단기적인 연구지원일 경우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토픽을 자꾸 바꾸기 마련인데 장기 지원을 통해 지속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실패도 따르게 마련이고 우리 역시 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사업단은 '이산화탄소 분리막'이 중요하다며 연구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그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감사 마음을 표시했다.
 

▲2007년 10월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이 박사팀 논문. ⓒ2011 HelloDD.com

▲이영무 한양대 교수와 제자들. ⓒ2011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