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개발에 국가 미래 달려있다"…연구 성과 창출 주력
현장형 전문우수인력을 양성…"어린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로 바다는 자유 이용 시대에서 분할 경쟁의 시대로 넘어갔다.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바다 경영이 곧 국가 경영과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협약의 의미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정부가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해양개척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난 1996년 '바다의 날'을 제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은 바다의 중요성이나 활용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은 이와 같은 현실에 누구보다 고민이 많다. 그는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실천력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31일 바다의 날을 맞이해 하루만이라도 국민들이 '바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0년 재단법인 한국해양연구소로 출범한 지 21년 만에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강 원장은 취임식에 이어 바다의 날 행사까지 겹치면서 매우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는 "나에게 거는 기대치가 훨씬 커질 것 같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한 낙제생에게 방과후에 시간을 더 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3년 간 해양연의 대표 브랜드 과제를 우리 스스로 찾아 개발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1세기를 '해양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해양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가고 있다. 강 원장은 "바다는 인류 삶의 터전이자 지구 기후 변화의 최대 조절자이며, 다양한 생물의 보고로 무궁무진한 해저자원과 청정에너지를 품고 있다"며 "최근에는 에너지 수급불안, 식량 및 산업 자원 부족 등 전 세계적 경제 불안이 조성되면서 각국은 자원을 비축하는 것은 물론, '자원무기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자원 보고로서의 해양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가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개발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이런 이유 때문에 해양연은 지구온난화와 연안재해의 예측과 대비, 자원 빈곤, 미래 에너지 고갈 등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및 장주기 기후 변동 예측 연구, 해양생태환경 복원을 위한 환경연구, 심해저 광물자원, 청정해양에너지, 해양생명공학, 초대형 부유식 구조물 개발,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 첨단 해양탐사장비 개발 등 미래지향적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 수행 중에 있다"며 "혈세를 받아 쓰는 국책연구원인만큼 성과를 내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해양개발에 국가 미래 달려있다"…연구 성과 창출 주력

"해양연하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잘 모르더라고요.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 해양재난, 에너지, 자원, 환경, 해양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해양연의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해양개발에 국가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연구 성과 창출에 주력해 해양연구의 중요성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해양연은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 변화와 동시에 조력, 조류, 파력, 해양 바이오 에너지 등 청정해양에너지 자원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미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력발전 분야에서는 경기도 시화호에 수질개선과 무공해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25만4000 kW급 조력발전소를 올해 7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며, 인천만과 충남 가로림만에도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전남 울돌목에 시설용량 1000kW급 시험조류발전소를 완공했고, 파력발전의 경우 방파제 연계형 파력발전소(착저식 진동수주형 파력발전)와 심해 대규모 파력발전단지용 장치(부유식 가동물체형)로 구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을 발사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도 했다.

강 원장은 "약 9개월간의 시험운영을 마치고 지난 4월부터 정규운영 및 공식 자료 배포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 개발·활용 종주국으로의 위상을 대내외에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과 올해에는 남서태평양 통가와 피지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권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육상자원이 풍부하지 못해 주요 금속광물자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기에다 세계적으로 금속 수요가 증대되고 있고 금속 가격 상승, 육상자원 고갈 등으로 인해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육상광물자원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독점 탐사권은 이같은 상황에서 얻은 성과인 만큼 뿌듯함도 크다.

강 원장은 "심해저광물자원 개발 사업을 통해 태평양에 우리나라 면적의 3/4에 해당하는 7.5만㎢의 단독 개발광구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5억6000만 톤의 망간 단괴가 부존돼 있고, 연간 300만 톤을 생산한다고 봤을 때 110년간 생산이 가능하다. 약 2700억달러(2009년 광물가격 기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통가 EEZ 해역에 경기도 면적의 2.4배에 해당하는 약 2만4000㎢의 해저열수광상 독점 탐사권을 획득, 향후 전략금속광물 자원 수급에 청신호를 밝혔다. 통가 독점탐사광구에서는 향후 20년간 연 30만 톤씩 총 600만 톤 이상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20년간 약 52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다 줄 수있다.

강 원장은 "올해 4월에는 피지 EEZ 해역에서 약 3000㎢의 해저열수광상 독점 탐사권을 신규로 확보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원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외에도 최근 해양방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해양방위기술 개발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장형 전문우수인력을 양성…"어린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양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해나가야 할 분야입니다. 현재 해양연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만족치 않은 것이 사실이죠.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바다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희망 놀이터를 세워줘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해양 분야에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해양과학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때입니다." 그에게 있어 제일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인재양성인 듯했다.

물론 인재고갈은 전 출연연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강 원장은 "재임기간에는 '창의경영'을 모토로, 다양성과 자율성, 유연성을 더욱 강조하고,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의 창출과 실현을 유도할 있는 연구환경 조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창의적 R&D 성과와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해양연은 이러한 비전과 더불어 '세계 일류 수준의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인재양성'을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실행 중이다. 첫 번째는 바로 세계적 연구경쟁력을 갖춘 우수인력 확보다. 현재 해양연은 세계적 연구성과를 보유한 최고 권위의 스타 연구원과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발휘한 선도 연구원을 임용코자 노력중이다.

또한 우수 신규인력 확보를 위한 최소자격 기준제와 재임용평가제도를 운영중이며 2011년에는 스타연구원 1명과 선도연구원 5명을 임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강 원장은 "확보한 우수인력을 인재로 육성하고 활용기반을 확충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며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융·복합 인재교육을 위해 맞춤형 교육훈련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장 중심의 전사적 학습문화 조성에 노력 중이다.

또한 우수인력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영년직 연구원제도의 운영을 확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명의 영년직연구원을 보유했다. 또한 퇴직 후 연장근무제의 운영을 활성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들을 통해 해양과학기술 현장에서 적응이 가능한 수요지향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창의적 미래 해양인재 육성을 위해 UST를 운영 중이며, 지난 2007년부터 학·연장학제도를 시행해 우수 해양과학 인재 양성을 지원해 오고 있다"며 "비정규직 중심의 해양과학기술 우수인력 풀(pool)을 구축해 현장중심형 전문우수인력을 양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양연에 따르면 이번 바다의 날과 관련해 예년과 달리 전국 규모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강원도 고성에서 '바다의 날 기념식'과 '심층수 축제'가 함께 열린다. 해양연 역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연구원 개방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해양문고 독후감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해양에 대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강 원장은 "내년 5월부터 8월까지 여수 엑스포가 열린다. 주제가 해양이다. 한국관, 생물관 등 모든 것이 해양을 주제로 한 엑스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다"며 "무조건 재미있게 만들 예정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까무러칠정도로. 엑스포를 기회로 해양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첨단 해양과학 연구위한 인프라 구축…국가 경쟁력 '업그레이드'

강 원장은 해양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해양연은 현재 해양자원과 에너지확보, 전지구적 기후변화 규명, 주변국과의 해양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대양에서 해양과학연구를 수행할 첨단 해양과학 조사선(5천톤급) 건조를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1148억원(추정)이며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총 4년간이다. 그는 "이번 건조 사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및 사업관리기관인 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과 정기적인 업무협의와 조율을 시행하고 있다"며 "원내와 원외 전문가 20인 이내로 구성된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건조추진위원회' 운영을 통해 관련 주요사항의 검토, 자문 등을 거쳐 성공적인 사업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의 자체 연구기지 건설 추진을 통해 해외자원 선점 및 자원화 추진을 위한 기본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생물자원 확보 및 기후변화연구, 산·학·연 공동 열대연구단 프로그램 신설, 대기·천문·위성연구 등 포괄적 연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 원장은 "해외거점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구현 등 국가정책 및 글로벌 아젠다에 부합하는 신규 공동연구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인력을 교류·양성해 R&D 글로벌화 및 연구재원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국가 위상과 경쟁력을 제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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