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임상 1상 신청서 제출 예정, 모든 준비 완료
이중표적 원천기술 특허 등록 후 유럽 진출 계획

"뇌종양 분야 신약개발을 완료하고 임상 1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미 임상에 사용할 약을 생산해 놓은 상태다. 식약청에서 승인이 나면 오는 9월쯤 임상에 들어 갈 예정이다. 기존 동물실험에서 약효를 인정받았고 부작용도 없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항암 항체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벤처 파멥신. 다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의 투자를 받아 2008년 9월에 설립된 당찬 신생 벤처다. 노바티스는 항체치료제 분야 중에서도 가장 인간 체내에 거부감이 없는 '완전인간항체'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파멥신의 원천 기술을 인정, 이미 100만 달러를 투자해 놓고 있다.

파멥신의 질주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글로벌 바이오벤처 투자사인 오비메드로부터 6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외국 제약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또한 직접 투자까지 받아냈다는 점에서 파멥신은 국내 바이오 신생벤처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현재 파멥신은 뇌종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 1상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이언스 테크놀로지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다
 

▲2008년 노바티스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던 당시 사진. ⓒ2011 HelloDD.com

바이오 벤처 업계에서는 파멥신의 설립 과정이 신화처럼 전해져 온다. 2008년 블록버스터급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으로 유명한 노바티스 벤처 펀드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한국 바이오 벤처를 대상으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36개의 국내 기업들이 참가했으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유진산 박사의 완전인간항체 기술이 3차까지 진행된 경쟁에서 기업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받았다. 유 박사가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기술 가능성' 단 한가지였다.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새로운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번번히 실패하면서 아예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를 육성하는 쪽으로. 어떻게 보면 운이 참 좋았던 거다."

당시 노바티스의 결정을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유 대표지만 그는 이미 행운을 받아들일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미생물학과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 의대, 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 연구소와 LG생명과학, 한국생명과학연구원에서 항체치료제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였다.

유 대표는 3명의 연구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쉽게 시작한 회사 설립이지만 이후 파멥신의 행보는 처음처럼 쉽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몰려오면서 투자를 약속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줄줄이 취소하거나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노바티스는 투자 약속을 지켰지만 국내에서 투자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움츠러들며 대부분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유진산 대표는 당시의 가슴앓이가 떠오르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이미 여러번의 우여곡절을 겪은 그였지만 경제위기라는 강력한 암초앞에서는 결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를 다시 일으킨 원동력은 무엇일까. 항체 신약의 가능성에 대한 굳은 믿음과 국내에서 해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유 대표는 2001년 미국에서 돌아오기전 미국 바이오기업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한국행을 선택했다. 국내에서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던 것이다.

국내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해 항체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나 정보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 그러나 그가 몸담았던 국내 대기업에서 그의 연구 분야를 정책적으로 접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여기저기를 다니며 항체신약에 대한 가능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다행히 한국생명공학원에서 이를 듣고 그에게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하면서 그의 항체신약 개발은 계속될 수 있었다. 이미 한차례의 좌절로 단련이 된 그였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쓰디쓴 경험 덕분에 투자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걸음에 달려갔다.

"대전에서 서울을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다녔다. 투자자들에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개발 신약에 대해 설명했으나 귀기울이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그 때는 직원들 급여도 제대로 못 줄정도로 어려움에 처한상태였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그의 절박함은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 어쩔 수 없이 국내 투자자가 아닌 해외 투자자로 눈을 돌렸고 마침내 행운이 찾아왔다.
 

▲파멥신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이원섭 박사가 보물단지처럼 여기고 있는 시험배양기. ⓒ2011 HelloDD.com

◆글로벌 투자자 낸시챙과의 극적인 만남

"우리 기술을 인정한 노바티스 관계자가 국제 컨퍼런스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기업 오비메드 아시아 대표 낸시 챙에게 파멥신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 메일을 보내라는 답변을 했다. 그래서 당장 프로포절 메일을 보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처음에는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한달이 넘도록 답변 없는 것도 이미 여러 투자자로부터 경험했던바라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뒷이야기는 종전에 겪었던 경험들과 전혀 다르다.

낸시 챙이 실수로 메일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유 대표와 낸시 챙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잠시 상기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대만까지 날아갔다. 공항에서부터 떨리는 심정으로 낸시 챙이 머물고 있는 호텔을 찾았다. 그 앞에서 3시간 동안 발표를 했다. 낸시 챙이 파멥신의 기술을 인정하며 과정마다 질문을 해 오는데 정말 기뻤다. 이렇게 말이 통하는 투자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행복했다."

낸시 챙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관절염 치료항체를 개발하고 천식 등 알러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었던 신약개발 분야 거목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유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낸시 챙으로부터 투자를 확답받았다. 2009년 파멥신은 오비메드로부터 600만 달러(한화 72억원)를 투자 받았다. 낸시 챙은 현재 파멥신의 이사로 참여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파멥신의 꿈, 인류 역사에서 암이란 단어를 없애겠다

유 대표는 스스로 험난한 여정을 걸어왔기에 누구보다 긍정적이다. 직원 선발에도 고민하지 않는다. 지역이라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않는다. 그가 직원 선발시 보는 가장 중요 포인트는 '성실함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이다.

"현재 직원 20명중 18명이 연구개발 인력인데 실무진 대부분 지역 대학 출신들이다. 직원을 선발하고 파멥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면 된다. 처음부터 안될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파멥신 직원들은 이직율이 유난히 낮다. 그럼 이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유 대표가 말한다. "목표요? 인류의 역사에서 암이란 단어를 지우는 거죠."(웃음)

유 대표의 포부이자 파멥신의 목표는 공상과학으로 여겨질만큼 상상 이상이다. 그렇지만 못할것도 없지 않은가. 실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그 실력이 착착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게다가 직원 모두가 똑같은 꿈과 각오로 뭉쳐 있는데다 초기 멤버 대부분이 변함없이 그 꿈을 공유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파멥신은 오는 15일 식약청에 임상1상을 신청하고 승인이 나면 9월부터 임상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또 곧바로 임상 2상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최종목표 달성을 위해 뇌종양에 이어 간암, 폐암, 유방암 등에 적용이 가능한 이중표적 물질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유럽에서 임상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파멥신에 실습 나왔던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소감문 (http://cafe.naver.com/omics/2388)에서 발췌.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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