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

얼마 전 모 방송에서 국산 최초의 액체추진제 로켓 KSR-3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초기에 목표로 한 고도에 올라가지 못해서 실패한 프로젝트인데 많은 연구원들이 훈포장까지 받았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제안하였고 개발사업의 책임을 맡았던 연구원으로서 진실을 이야기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생한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과 제작에 참여하였던 수많은 관련 산업체의 기술자들이 정말 열심히 연구해서 세계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도 모두 사기꾼으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액체로켓 개발 계획을 필자가 처음에 제안했을 때 주위의 많은 분들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라고까지 말하였다. 성공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에 액체 추진제 로켓관련 기술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없기 때문이며, 둘째는 연구비가 4년 동안에 550억 원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이렇게 큰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은 로켓분야 연구비가 연간 20억 원 정도였다. 어떻게 일년 연구비를 지금보다 10배를 더 받아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무조건 시작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추진하였다. 왜냐하면 항공우주연구원은 국가 미래의 항공우주개발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을 준비하라고 국가에서 설립한 연구소이며 액체 추진제 로켓기술은 국가 미래의 우주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당시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인공위성을 발사하기를 기대할 것이고 따라서 항공우주연구원이 대형우주로켓 개발에 꼭 필요한 액체 추진제 로켓기술을 미리 축적해 놓아야했기 때문이었다.

액체추진제 로켓은 부품이 많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도 많고 연구해야할 분야도 많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의 액체추진제 엔진연구는 90년대 초부터 아주 작은 인공위성 자세저어용 로켓부터 시작하였고 95년에는 제법 큰 추력 250kgf의 소형 액체추진제 로켓엔진의 개발에도 성공하였다. 국내에서 개발한 첫 액체 추진제 로켓엔진이었다.

여기서 자신을 얻어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제 과학로켓, KSR-3 프로젝트를 제안하였고 결국 어려운 경제사정속에서도 정부에서 승인하여 1997년 12월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98년 8월 31일 북한이 대포동 1호로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면서 우리의 액체 로켓개발도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개발예산도 780억으로 200억원 이상 증액되었다.

처음 액체 로켓을 개발하다보니 발사할 때까지 연구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예측하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로켓엔진을 개발하려면 먼저 갖추어야하는 것이 엔진의 성능시험 시설이다. 당시 우리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미회원국이라 우주개발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연구원들과 관련 산업체가 힘을 합하여 겨우 시험시설을 꾸미고 작은 엔진부터 시험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액체 로켓에 필요한 수천 개의 부품 중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것은 배관과 일반재료 정도였다.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설계하고 제작해야만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우주선진국의 액체 로켓은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이 개발한 V-2미사일을 복제하면서 시작하였다. 북한도 러시아제 스커드미사일을 복사해서 생산하면서 은하 2호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교과서만 놓고 액체 로켓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780억 원을 들여서 2002년까지 3대의 액체로켓을 제작하였다. 이 중 한 대는 구조시험용으로 사용하였고, 또 한 대는 추진기관 성능 시험용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대를 이용하여 비행에 성공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최소의 연구비로 액체로켓 개발에 성공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첫 비행이후 계속해서 우리의 액체 로켓성능을 더욱 더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우리의 첫 액체 로켓개발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우리의 독자적인 우주로켓 KSLV-2를 개발하면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연석 박사  ⓒ2011 HelloDD.com
채연석 박사는 200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에는 항우연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로켓 박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2005년 KSR-Ⅲ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소년단 부총재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채 박사는 '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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