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지질자원연 박사 "백두산 연구 부족, 남북 공동연구 시급"
판 내부 위치한 백두산, 폭발력 위협적…"과학 근거한 분석·판단 필요"

"지난 2002년 6월 리히터 규모 7.3의 심발지진(深發地震)이 일어난 직후부터 약 5년 동안 백두산에서는 화산지진이 빗발쳤다. 약 2000개의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터진 효과와 맞먹는 심발지진(지하 300∼700km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백두산 주변(북한-중-러 경계부)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나도 그때는 백두산이 어쩌면 폭발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때와 2006년 이후 현 상황과는 다르다. 백두산 연구를 위한 국내 과학자들의 접근 자체가 어려운 현 상황으로 볼 때, 폭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장호완)에서 지질분야 판 구조론을 연구하는 이윤수 박사는 2006년 이후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똑같은 조건을 갖는 화산은 없다.

매번 달라지는 징후에 수년 후의 백두산 폭발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며 "사람도 병이 나면 증세가 드러나듯 화산 역시 전조 현상이 있기 마련이지만, 화산 폭발 시기와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는 아직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1000년 전 백두산의 화산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정부가 2017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고, 북한 역시 남측에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이 박사는 "백두산은 죽은 화산이 아니라 언젠간 분출할 수 밖에 없는 '활화산'이며 여기에 이견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1000년 전 백두산 화산 폭발 시나리오. 일본까지 영향이 미친 것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2011 HelloDD.com

백두산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약 1000년 전 기록에 따르면 백두산의 화산폭발지수(VEI)는 7정도로 추정됐다. VEI는 1~8단계로 화산 분출 규모를 구분하는 지수로 화산재의 양과 화산재가 상승한 높이 등을 기준으로 하며 지난 1만년동안 화산폭발지수 8단계에 해당되는 분출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백두산 정도의 대규모 화산 폭발은 지난 1만년 동안 6번 정도 밖에 없었다. 1815년 VEI 7 규모였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경우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수년간 태양 빛을 차단하면서 여름 냉해로 인해 이례적인 흉작이 발생, 우리 인류는 2~3년 동안 곳곳에서 기아에 허덕였으며, 아사(餓死)자가 속출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렇듯 백두산 폭발로 촉발될 수 있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박사는 "1980년대에 일본 지질학자들이 일본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일대에 쌓여있는 약 5cm 두께의 알칼리 성분이 높은 화산재가 백두산에서 날아와 쌓인 것임을 확인했다.

약 1000년 전의 화산 분출로 생긴 화산재가 일본 동북지방까지 날아가 약 5cm 두께로 쌓였던 것"이라며 "이 부분만을 봐도 당시 백두산 폭발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역시 백두산 화산 활동 가능성과 연관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박사는 "일본 강진 발생지(북미판)와 백두산이 속한 곳(유라시아판) 사이에는 오쿠시리 단층대라 불리는 판경계단층이 있는데, 마치 칸막이가 있는 것처럼 이를 경계로 지진 에너지의 양상과 분포가 크게 다르다"며 "일본 강진의 에너지가 판경계부를 넘어 1000km 이상 떨어진 백두산 화산폭발을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그 후 사실로 입증됐다. 이 박사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 주변에 있는 활화산들 중에서 먼저 반응할 확률이 훨씬 높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백두산 화산 분화의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동일본 대지진의 직접 영향권에 속한 동북 일본열도의 주변에 있는 화산들이 혹시 터지게 된다면. 그 이후 백두산 화산폭발의 가능성을 지켜보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판과 화산의 위치. ⓒ2011 HelloDD.com

윗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대부분의 화산(빨간 삼각형으로 표시)은 지각 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판구조 운동에 의해 화산 마그마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하와이 섬이나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와 같은 일부 화산들처럼 판 내부에 있는 화산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등 우리나라의 화산들은 모두 판 내부에 위치해 있다.

화산 분출은 암석이 녹아 형성된 마그마가 지각의 갈라진 틈을 타고 지표로 분출되는 현상으로, 규질이 많고 적음에 따라 각각 유문암질 마그마와 현무암질 마그마로 구분한다. 유문암질 마그마일수록 폭발성이 강하다.

백두산 화산은 몇 가지 특이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박사는 "천지(天池)에서 약 10km 아래에 점성이 매우 강한 유문암질의 거대한 마그마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평소 엄청난 압력의 화산가스를 잡아두다가 언젠가 한계치를 넘을 때 터져 강력한 폭발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지에 담겨있는 물 역시 위협적이다. 오늘날과 같은 모양의 천지는 약 1000년 전 대폭발 직후, 마그마가 터져 나온 부분으로 주변의 암괴와 화산재가 굴러떨어져 함몰된 오목한 분화구로서 약 20억 톤의 물이 담겨있다.

천지아래 복잡한 균열대를 따라 형성된 천지의 수계는 평시에는 마그마로부터 공급되는 열을 식히는 냉각기능도 하지만, 균열을 따라 올라온 마그마와 직접 접하는 순간 수증기로 기화하면서 화산활동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천지가 터질 경우 약 2~3메가파스칼의 수압에 눌려있던 마그마가 튀어 올라 2차적인 초대형 화산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잦은 심발지진이다. 일본열도 아래로 연간 약 10cm씩 파고 들어가는 태평양판이 백두산 근처의 3국 경계부 아래에서 끊임없이 심발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공된 에너지가 백두산 마그마를 흔들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는 "맨틀까지 연결된 백두산 마그마 시스템과 태평양판에 의한 섭입시스템이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백두산이 언제 폭발할 지 예측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백두산 화산이 몇 년 후에 어느 정도 규모로 분화할지 예측하는 것은 현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백두산에 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현재 백두산 화산분화와 관련, 대부분의 과학적 정보는 중국의 관측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박사는 "백두산은 현재 북한과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데, 정확한 화산 예측을 위해서는 이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측 연구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백두산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할 때, 국가재난 대응의 차원에서 그 확률과 기간을 한층 더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백두산 화산 마그마의 변화와 거동에 관한 핵심정보를 구하기 위한 과학시추연구와 장기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관측 연구의 질적 향상과 함께 중요한 것은 관측 자료가 쌓일수록 화산 폭발의 예측 확률이 높아지며, 동일본 대지진에서 입증되었듯이, 지질재해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역량과 대응준비에 따라 우리와 후손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며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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