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 과학정책을 논하다]

지난 5월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에 대한 추진계획이 발표되었다. 거점지구인 대덕단지에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과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고,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연구단은 대덕단지 이외에 대구·경북·울산(DGU)과 광주에도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벌어졌던 만큼,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실제로 조성되는 과정에서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 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보니,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역과학기술정책의 일환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과학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기업과 조직을 설립하며, 국제적 수준의 과학기술인들의 정주 여건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동 계획은 '역(逆)매칭펀드 사업방식'을 제안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먼저 연구개발사업을 제안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해 매칭펀드를 부담했다면,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제안한 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가 선별적으로 역매칭펀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의 자발적인 연구개발투자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나 정책경쟁을 통해 우수한 정책이 선택되게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 계획이 지역과학기술정책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총연구개발비에서 지방이 자치하는 비중은 증가되어 왔는데 반해(2003년 22.3%에서 2006년 25.4%), 지방의 연구원 수 증가율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2003년 30.3%에서 2006년 28.4%). 이에 따라 동 계획은 지역과학기술정책의 핵심적인 과제로 연구개발투자의 증가가 아니라 과학기술인력의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주지하듯이, 연구개발투자는 상당히 긴 회임기간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역과학기술정책의 역사는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이전에 지역과학기술정책이란 이름으로 투자되어 온 것은 주로 인프라의 측면에 초점이 주어졌고, 이제는 실질적인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해야 할 때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지역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사업들이 축소되는 바람에 지역에서는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체감지수가 매우 떨어지고 있다.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같은 통계치를 가지고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총연구개발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이고 연구원 수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8.4%이므로, 연구원 수의 상대적 비중에 비해 연구개발투자의 상대적 비중이 떨어지는 셈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 주목한다면, 지역과학기술정책은 연구원 수의 비중에 걸맞는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과학기술정책이 광역경제권의 개념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옥상옥”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일선에서는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물론 광역경제권의 감독과 조정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광역경제권이란 구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각 지역별로 지역개발기구(Regional Development Agency)가 정착된 이후에야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새 정부의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이전의 성과를 무리하게 비판하고 설익은 구상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현 정부에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지역과학기술정책을 다시 살리기 위한 논의와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송성수 교수  ⓒ2011 HelloDD.com
송성수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을 지냈습니다. 또 2006년부터 부산대 기초교육원 교수로 재임 중입니다.

주요 연구실적은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특성에 관한 시론적 고찰' '대중과 과학기술' 등 다수이며, 저서로는 <과학기술의 개척자들>, <과학기술과 문화가 만날 때>,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등 저술 활동도 활발합니다. 이외에도 '과학기술기본계획'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 등 정책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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